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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학번을 위한 여행 연합 동아리를 제안하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9. 3. 5.



하나, 90년대 학번을 위한 여행 연합 동아리를 제안하는 열 가지 이유

 

1) 인생 중간정산을 할 나이. 이 세대는 연말정산이 아니라 중간정산 마인드가 있는 세대다. 모든 미션을 마치고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 세대와 다르다. 모든 건 때가 있듯 여행도 때가 있다. 가슴이 떨릴 때 떠나야지 다리가 떨릴 때는 늦다는 것을 알고 있다.

 

2) 일찍 터뜨린 샴페인을 맛본 세대. IMF 외환위기 때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했는데 그 샴페인 맛을 본 유일한 세대다. 우리의 삶은 우리 부모의 삶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경제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던 세대였다. 놀아본 놈이 잘 놀듯이 노는 것이 대한 원기억이 있는 세대다.

 

3)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1세대다. 여행에 대한 선행학습이 잘 되어있는 세대다. 이미 스스로 훌륭한 여행자다. 각자의 여행 노하우를 나눌 것이 많다. 패키지 여행에서 이 세대 위로는 자유시간을 줘도 가이드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려고 한다. 하지만 이 세대는 자기 취향대로 정보를 찾는다.

 

4) 문화의 세대다. 부모님 세대가 산업화 세대, 형님 세대가 민주화 세대라면 이 세대는 문화의 세대였다. 대중문화가 융기해서 모든 장르에서 한국화가 일어났고 이후 한류의 기반이 되었다. 김구 선생님이 말한 지극히 높은 문화의 힘을 만끽한 세대다.

 

5) 네트워크 세대다. 80년대가 리더(학생회장)의 세대였다면 90년대는 총무(시샵)의 세대였다. ‘나를 따르라’ 하는 리더가 아니라 ‘우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총의를 모으는 시샵의 역할이 중요했다. 여행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잘 나눌 수 있는 세대다.

 

6) 기존의 여행 담론은 진부하게 느껴지는 나이.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느니 개뼉다구같은 말을 들으면 군대 갔다온 남자에게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듣는 것 같다.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가 되는 나이라 여행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7) 20대와 시간과 체력에서 딸리는 나이. 더 싼 항공편을 빤히 보고도 시간이 안 되어 혹은 체력에 자신이 없어 포기한다. 가성비만 따져서 될 일이 아니다. 가심비를 감안해서 과감히 지를 때 질러야 한다. ‘이유가 있는 힘듦’ ‘감당할 가치가 있는 불편’ 등 선택적으로 감당하는 나이다.

 

8 내 눈앞에서 태극기 휘날리는 거 보고 싶지 않은 세대. 여행지에서 태극기부대를 만나면 내가 우리 부모님, 우리 장인어른 정치 얘기도 안 들어주는데 왜 당신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해! 라는 생각이 드는 세대. 이념적으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세대.

 

9) 재야의 고수가 따로 있다는 걸 몸소 겪은 세대. 학위가 있고 전공을 해야 전문가가 아니라 그 분야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한 세대. 서로가 서로에게 전문가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존중할 줄 아는 세대.

 

10)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양날개를 가진 세대.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로서 아날로그 감수성도 가지고 있으면서 디지털 진화와 함께 해서 디지털도 익숙한 세대. 여행이라는 아날로그와 여행 정보라는 디지털이 환상 결합할 수 있는 세대.

 



둘, 90년대 학번을 위한 여행 연합 동아리, 이런 모형 어떨까요?

 

중요한 것은 어떤 여행을 하느냐인데, 이 세대는 취향의 세대라 여행에 대해서 나름 프로들이 많습니다. 그런 노하우를 모아서 ‘MT를 외국으로 가는 느낌’ 정도의 여행을 만들면 어떨까요? 함께 ‘수제 패키지 여행’을 만드는 셈인데, 이미 제가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기존 패키지 여행을 우리 스타일에 맞게 튜닝하는 것입니다. 기존 패키지 여행은 남녀노소 두루 만족할 수 있는 무난한 코스로 짭니다. 여행사들은 이런 제너럴한 패키지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우리 세대에 맞게 최적화 시키는 것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동아리 멤버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의 일반적인 패키지를 같이 분석하고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어서 재구성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현지 랜드여행사 중에서 이를 구현해줄 곳이 나타나면 그 여행을 공구하는 것입니다.

 

이미 제가 몇 번 해본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다음달에 가는 ‘삿포로 사케원정대’가 이런 식으로 업그레이드 된 여행입니다. 2017년 처음 히로시마로 갔을 때는 술과 온천과 여행의 결합 모형이었습니다. 그러다 눈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2018년에는 니가타로 갔습니다. 니가타 사케박람회에 가서 술도 실컷 경험하고 소설 <설국>의 무대인 유자와 마을에 가서 눈도 양껏 체험했습니다. 올해는 이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위스키와 맥주까지 결합해 삿포로로 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랑탕원정대도 만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네팔 대지진 때 큰 피해를 입은 랑탕 마을을 돕기 위해 그곳에서 트레킹을 했는데 그 루트를 반영해서 여행을 만들었습니다. 일정을 줄이기 위해 헬기 하산을 넣고 사람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식 요리팀도 넣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네팔 마을에서 민박도 하도록 했고요. 앞으로 안나푸르나나 에베레스트 쪽으로도 이 모형을 업그레이드해서 여행을 만들 예정이고요.

 

코카서스 여행도 이런 방식으로 매년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여행입니다. 트레킹을 강화하기도 하고 인문적 요소를 넣기도 했습니다. 올해 다시 만든다면 카즈베기(룸스호텔)나 이제반 산장에서 쉼표를 더 굵게 찍고 트레킹을 좀 더 강화한 일정으로 만들 것입니다. 캄차카 여행은 작년에 답사 겸으로 다녀왔는데 킹크랩 훈제광어 대왕스테이크 등 음식에 방점을 찍어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이런 여행 ‘수제 패키지 여행’ 모형의 장점은 점점 업그레이드 된다는 점입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고, 참가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진화하니까요.

 

이런 여행 계획이 현실로 구현되려면 ‘좋은 여행친구’들로 구성된 여행자 풀이 필요한데 ‘90년대 학번을 위한 여행 연합 동아리’를 그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무작정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방식으로 천천히 확정해 나가는거죠.

 

이 여행은 비영리 모형입니다. 여행사는 이 여행을 구현해주고 수익을 얻지만 기획자는 다른 여행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용을 내고 여행합니다(동아리 모형이니). 여행사 입장에서도 이런 새로운 여행을 통해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