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여행자플랫폼

심야식당을 닮은 여행동아리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0. 6. 16.

일본 드라마/영화 <심야식당>을 보면서,
제가 도모하는 여행자 플랫폼의 관계 맺기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섭하지 않는 결속력’

나이 든 사람끼리의 인간관계는
보여주는 만큼만 보고
상관해달라는 만큼만 상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을 굳이 보려고 하고
상관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굳이 상관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폐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또 그들은 서로의 '현재'만 봅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 그들의 과거를 보지 않습니다.
그 현재도 '이곳(심야식당)'의 현재만 봅니다.
그가 일하는 메인 공간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상의 공간보다 심야식당에서 다르게 만납니다.
선입견에 빠져 있던 상대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힙니다.
심야식당 쥔장이 마음을 열어준 것처럼
그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줍니다.

제가 겨냥한 여행동아리의 온도가 있다면
그런 온도 정도가 아닌가 싶네요.



분명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 그리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과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파악하는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착한 사람만으로 혹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만으로 모임을 만들면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여행자 플랫폼을 설계하면서 주목했던 것은 '인간관계의 미학과 공학'입니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 그리고 인격적인 사람과 비인격적인 사람이 따로 있지만,
이 부분은 제가 관여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서로 착하게 만나는 것과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은 설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의 본성과 인격이 요리의 재료라면
그들이 착하게 만나고 인격적으로 만나게 하는 것은 요리사의 일입니다.
사람들은 여행에서 다르게 만나고 여행감독이 거기서 역할을 한다면
그들은 여행지에서 훨씬 좋은 만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극에서 대사는 크게 독백과 대화 그리고 방백으로 나뉩니다.
저는 여행의 언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기존 패키지 여행에서는 독백만 있습니다.
대화는 가이드와 잠깐씩 나눌 뿐입니다.
여행자끼리의 관계맺기는 차단되어 있습니다.
모두 여행사의 편의에 의한 것이지만 이런 관계 맺기가 되니
여행자도 다시 안 볼 사람들이면서 지금 관계도 맺지 않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유익만 추구합니다.
그러다보면 그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는 사람도 나오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진상'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추구하는 여행동아리는 대화와 방백으로 가득 찬 여행입니다.
여행자들끼리의 대화가 있고
나와 다른 여행자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엿듣는 방백적 상황이 있습니다.
다시 볼 사람들이고 적극적으로 관계 맺기를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착하게 행동하고 인격적으로 말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압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가보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같지만
끝없이 엄마와 아이 컨택을 하면서 여럿이 혼자 놉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패키지 여행이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케어받다 보니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아이처럼 됩니다.
앉아서 받아 먹기만 하고
제대로 제 때에 던져지지 않으면 투정부립니다.
삶에 능동적이었던 사람들이 여행만 가면 지극히 수동적이 됩니다.
대화와 방백은 이런 '잃어버린 여행력'을 찾아주는데도 도움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