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감독 1호의 ‘캠핑카 소떼’ 프로젝트
“캠핑카 500대로 개마고원에서 캠핑을 한다면”
가장 비현실적인 여행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여행, 가장 구현하기 힘들 것 같은 여행인데 알고 보면 가장 실행이 쉬운 여행, 허황된 사업기획서로 보이는데 북한 여행에 관한 중요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 여행, 북한지역에서의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단순한 캠핑이 아니다. ‘모빌홈(캠핑카 카라반 루프트탑 트레일러 등)’ 500대가 개마고원에서 캠핑하는 ‘캠핑 소떼’ 프로젝트다.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방북했던 것처럼 캠핑카 500대가 일렬로 판문점을 넘어 개마고원을 향하는 것이다.
지금은 난망한 이야기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 종전선언이 이뤄져 남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가장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기획이다. 캠퍼들에게 모든 것은 늘 준비되어 있어 다만 국경을 열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 산업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도 들어난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군의 리조트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독려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개설한 ‘조선관광’ 홈페이지를 보면 북한이 관광 산업에 나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북 교류가 재개되면 북한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물밀 듯 밀어닥칠 것이다. 하지만 남쪽에서 온 손님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북한의 숙박과 식당이 태부족이다. ‘조선관광’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북한의 숙박 시설을 보면 유명 관광지도 호텔급 숙소 한두 곳이 고작이다. 기존의 북한 관광객 중에는 중국인이 많은데 숙박 시설이 적어 당일 여행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북한 여행을 기획했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숙식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북측에서 캠핑장 부지에 최소한의 오폐수 처리 시설과 개수대만 설치해주면 아무 문제없이 캠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 현지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면 요즘 유행하는 ‘공정 캠핑’에도 부합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낚시 도구나 그물을 주면 된다. 그렇다면 나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황폐한 산림을 복원해 주려면 무엇을 해 하나. 양묘장을 만들어 주면 된다. 지난해 11월 방남한 송명철 북한 조산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은 “물고기보다 낚시 도구와 배를 지원해 달라. 양묘장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라며 남측에 양묘장 지원을 부탁했다.
이런 아웃도어 여행을 기획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도 난개발의 위험성이 있다. 성과를 콘크리트로 남기려는 성향은 남북이 똑같기 때문이다. 이런 아웃도어 행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최고의 관광 자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면 북한 지역의 난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앞선 고민일 수 있지만, 북한이 관광 산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설 과잉 등 난개발이 우려된다. 남북 산림협력 경험이 있는 평화의숲 이정민 사무국장은 “북한도 우리 못지않게 건설을 좋아한다.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꾸 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북측에 양묘장을 지원했을 때 남측에 요구하는 물품 중에 시멘트가 빠진 적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 북한 여행, 남북산림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실적인 난관은 돈이었다. 자본주의 남한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주의 북한의 이야기다. 이쪽에서는 남북 교류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저쪽의 답은 명확했다. 돈 되는 일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도 원하고 당신들도 원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는 이쪽이 돈 되는 방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밟아온 과정이기 때문에 남측은 그들의 요구를 구현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깊은 후회가 남을 것이다. 우리의 시행착오를 북에서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겉으로는 성공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사실 숲 활용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숲 활용 방식도 너무 도시인 위주라 자연 보호 정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캠핑장은 시설 과잉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휴양림에서 이불 수건이 제공되고 샴푸 비누 치약을 사용할 수 있고 캠핑장이 전기나 와이파이 시설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숲에 도시의 편리성을 그대로 구현하려는 것이 비판의 지점이다. 북한 지역에서 캠핑을 할 때 이를 유념해야 하겠다.
## 남북 교류 재개를 알리는 상징
500대의 캠핑카를 활용해서 소떼 방북을 재현한다면 참가자들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00대의 캠핑카가 휴전선을 넘는 모습은 남북 교류 재개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캠핑 숙영지를 개마고원으로 택한 것은 개마고원에 대한 많은 아웃도어인들이 로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백두산이나 금강산에 비해 개마고원은 알려진 정보가 너무나 적다. 그래서 더욱 갈망하는 것 같아 이곳을 잠정 목표로 잡아보았다. 개마고원 지역엔 거주하는 주민이 적어서 북측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마고원 캠핑은 단번에 성취하기는 힘든 목표일 수 있다. 준비 단계로 개성공단 캠핑을 먼저 해도 좋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기반 공사를 해둔 곳의 면적이 넓기 때문에 캠핑카 500대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이 캠핑이 외신에 보도 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도 함께 이슈화 될 수 있을 것이다.
## 유라시아 상상력을 자극하다
이 ‘개마고원 캠핑카 소떼’는 캠핑을 하는 장소뿐만 아니라 캠핑 하러 가는 길도 중요하다. 쉬엄쉬엄 가면서 도중에 북한 주민들과 다양한 접촉 지점이 생길 것이다. 캠핑장에 거대한 무대를 만들고 중앙 집중적인 행사를 하지 않아도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 소중한 경험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행사는 우리의 ‘유라시아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이제 차를 끌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유라시아 상상력이 시베리아 철도 등 기차를 축으로 구성하는데 내 차로 개마고원을 넘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만주 벌판과 아무르강을 향하고 더 넘어 몽골 초원과 바이칼 호수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후원이나 협찬 없이
이런 개마고원 캠핑 행사는 단 1원의 후원이나 협찬 없이도 비영리로 진행할 수 있는 모형이다. 비영리로 행사를 치른다면 유엔 제재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축은 단지 장소만 제공하고 남측의 캠퍼들이 유류와 식자재 등 자신이 소비할 모든 것을 싣고 가서 이용하고 오면 제재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원이나 협찬 없이 이 행사를 하면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이 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행사를 촬영하고 싶은 방송사가 있다면 이들도 캠핑카를 한 대 준비해서 스스로 캠핑을 하면서 찍으면 된다. 함께 할 단체들도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된다.
모빌홈이 없는 사람들도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모빌홈은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빌홈이 없는 사람들은 따로 신청해서 모빌홈을 가진 사람들이 여행 친구를 선택해서 함께 가면 된다. 아티스트와 뮤지션 등은 이런 식으로 동참할 수 있다.
## 남북 산림협력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캠핑카 소떼’는 단순히 캠핑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캠핑카로 북한의 산하를 방문한다면 산림 훼손의 심각성을 알게 될 것이다. 북한의 원시림 등 자연생태계 보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북한은 백두산과 개마고원 그리고 오가산 낭림산 관모봉 경성을 자연보호구로 지정했다. 우리 국토의 상징인 백두대간을 세계복합유산에 등재할 예정인데 이에 걸맞은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산림훼손은 심각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전당과 전군에 ‘산림복구 전투’ 총동원령을 내릴 정도로 북한의 산림 훼손은 심각하다. 2017년 김일성종합대학에 산림과학대학이 단과대학으로 승격되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 위원장은 “산림복구 전투 2단계 과업을 적극 추진하며 원림녹화와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남북 산림협력 사업이 기획 중이다. 하지만 나무는 심는 것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보통 양묘장에서 2년 정도 자란 묘목은 크기가 15~30cm 정도 된다. 이 묘목을 옮겨 심으면 초반에는 풀과 경쟁하게 된다. 그래서 두 번 정도는 풀베기를 해줘야 한다. 묘목은 보통 촘촘하게 심는다. 나무는 붙어서 자라야 햇볕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해서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정도 자란 뒤에는 솎아내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부피가 커지며 제대로 생장할 수 있다.
지원사업으로 심은 숲은 관리가 안 되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지원사업을 할 때 대부분 심는 비용만 생각하고 관리 비용은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가 자라는 숙소는 더디다. 숲은 10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산림녹화를 할 때는 50년~100년 단위의 계획이 필요하다. 남북 산림협력은 긴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지금 세운 목표가 100년 후에도 유효한 목표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일본 사가현 우레시노 녹차지대에는 ‘22세기 아시아숲’이라는 이름의 삼나무 숲이 있다. 우리도 남북 산림협력 계획을 수립할 때 한 세기 뒤의 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런 지속적인 숲가꾸기 사업과 북한 아웃도어 캠핑을 연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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