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밤 KBS에 인사발령이 붙었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KBS 장악에 맞섰던
'공영방송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와 PD들이
사실상 '인사 숙청'을 당했습니다.
'KBS 사화'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인사 숙청'의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어젯밤(9월17일) 10시 KBS에서 인사발령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가 심의실로 발령 받고
현상윤 전 노조위원장은 시청자센터로
PD연합회 최용수 정책실장이 부산총국으로
이강택 PD가 수원센터로 발령 받았습니다.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이 부산총국으로 발령 받고
용태영 미디어포커스팀장이 문화복지부로
최경영 기자가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 받았습니다.
이병순 사장 선임에 반대했던 ‘사원행동’ 소속 PD와 기자들이
지방총국으로 발령받거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 제작에서 제외되는
‘인사 숙청’을 당했습니다.
동참했던 기술직 연구직 직원들도 지방 송중계소로 발령이 났습니다.
자세한 ‘피해 상황’은 KBS에서 자세한 내용이 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KBS 사원행동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의 이런 ‘인사 숙청’에 대해
MBC와 YTN처럼 ‘불복종 투쟁’을 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하지만
이를 간과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다시 KBS에서 칼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정연주 사장 해임 결정을 위한 이사회가 열린 날 이사회장 바깥 풍경. 왼쪽에서 두 번째 사람이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다.
<추가 2신>
라디오본부 상황입니다.
라디오본부는 뉴스 시사 전문 채널인 1라디오 PD들을 찍어내는 모양새로 진행되었습니다.
정일서 PD가 편성팀에서 2FM으로 발령을 받았고
사원행동 주축이었던
국은주 PD가 한민족방송으로
하석필 PD는 1FM으로
박종성 PD는 2라디오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런 라디오본부 인사에 대해서
한 라디오PD는 "충격을 받았다기 보다 어이를 상실했다. 유치해서 말이 안 나온다"라고 평했습니다.
<추가 3신>
지방 송신소로 발령 받으신 기술 직군 분들입니다.
이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강남욱, 중계제작팀에서 여주송신소로
이승호, 교양기술팀에서 화성송신소로
고우종, DTV 서비스개발 프로젝트팀에서 양주중계소로
박종원, 수신료프로젝트팀에서 남산송신소로
황보영근, 품질관리팀에서 김제송신소로
이상필, 건설기전팀에서 당진송신소로.
<추가 4신>
방금 발표된 PD연합회 성명서에 나온 KBS '인사 학살' 부분입니다.
KBS PD협회장이자 본회의 회장과 방송인총연합회 회장으로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던 양승동 PD는 심의실로 인사조치됐다. <KBS스페셜>과 <환경스페셜>을 통해 한미FTA, 유전자 조작식품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대변하고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이강택 PD는 KBS 수원센터로 보내졌다. KBS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최근의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도 제 한 몸 사리지 않고 나섰던 현상윤 PD는 시청자센터로 발령받았다. KBS의 최우선 당면과제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고, KBS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 그 누구보다 함께 했던 최용수 PD는 난데없이 부산으로 내쫓겼다.
PD들뿐만이 아니다. 공영방송 KBS의 위신을 세우는 데 탁월한 공을 세우며 KBS의 자랑으로 자리 잡은 ‘탐사보도팀’은 해체에 직면할 정도의 ‘숙청’을 당했다. 외국에서 선진탐사보도 기법을 배워 KBS에 도입함으로써 ‘탐사보도팀’의 산파 역할을 한 전 탐사보도팀장은 별안간 부산으로 보내졌고, 탐사보도팀의 주축 역할을 하던 기자들이 스포츠중계팀으로, 뉴스네트워크팀으로 하나둘 뿔뿔이 흩어졌다.
수신료프로젝트팀, DTV프로젝트팀 등에서 더 나은 공영방송 KBS를 위해 일했던 기술직 직원들은 양주로, 김제로 줄줄이 지방과 벽지로 내몰렸다. 높아진 KBS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일했던 홍보팀 직원들 또한 모두 어딘가로 내쫓겼다. ‘관제사장 이병순’이 현업 시절 얻은 별명이 ‘독일병정’이라더니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막무가내 식의 ‘칼부림’이다.
개개인이 지금껏 쌓아온 전문성과 역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번 ‘인사 대학살’의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그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데 다른 누구보다 앞장섰기 때문이다. 방송의 생명이 ‘정치적 독립성’이기에, 정치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고자 ‘공영방송 사수·낙하산 사장 반대’ 활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부당하기 짝이 없는 보복인사를 당하고 만 것이다.
<추가 5신>
다음은 보도본부 시사보도팀 소속으로 <미디어포커스>를 제작하는 김경래 기자가 어제 인사에 대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김 기자는 낙하산 사장 임명을 막는 과정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선임인 용태영 기자도 이번 인사 때 보도본부 문화복지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다음 개편 때 방송사 유일 매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될 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차라리 저도 인사를 내 주십시오.
대부분의 인사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김용진 선배의 부산 발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용진 선배가 서울에 와서 5년 동안 한 일이 무엇입니까. 탐사보도팀을 실질적으로 만들었고, 그동안 KBS 보도본부에 탐사보도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사람 아닙니까.
방송 탐사저널리즘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고, 놀라울 정도의 수많은 수상으로 KBS 보도본부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좌천되는게 제대로 된 조직입니까.
성향이 맞지 않고,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였겠지요. 눈엣가시인 미디어포커스와 탐사보도
팀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유였겠지요. 팀장에서 내려앉힌 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겠지요. 보복성 인사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람으로 배웠습니다. 이번 인사는 KBS 기자들을 그저 고분고분한 순둥이로 만들겠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순치하려한다면 KBS의 저널리즘은 희망이 없습니다. 이번 인사를 받아보고 혀 한번 끌끌차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 자신의 무기력함에 치가 떨립니다. 어짜피 원칙도 절차도 없는 인사라면 저도 포함시켜 주십시오.
열심히 일하는 게 아무 소용없다, 조용히 보신하고 줄 잘서면 KBS에서 출세한다는 냉소적인 인식이 후배들의 몸에 체득되고 있습니다. 보도본부의 공기에 불길한 패배주의의 냄새가 지독합니다.
<추가 6신>
사측의 '숙청 인사'에 대해 KBS 기자협회와 KBS PD협회가 오늘(9월19일) 성명 발표를 통해 협회 차원의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미디어오늘>은 'KBS 기자들 "인사철회 거부하면 행동"' 기사에서
"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는 18일 저녁 6시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번 인사에 대해 △명백한 보복성 인사 △인사대상자에 대한 의견청취 부재 △원칙과 기준 상실 등의 이유를 들어 부당한 인사인 만큼 원천무효로 규정하고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19일 오전까지 내기로 했다. 기자협회는 오는 21일(일)까지 인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며 22일 오전 8시부터 출근 피켓시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중견 PD들의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견 PD들도 연서명을 통해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19일 아침에 낼 계획이다. 성명에 동참하는 PD들은 지난 90년 4월 서기원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15∼17기)로 현재까지 50명 가까이 서명을 받은 상태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사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718)
사원행동 소속의 한 PD에게 문의했더니, PD협회 차원의 대응도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자협회와 PD협회가 내일 YTN처럼 '불복종투쟁'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노조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사원행동 분들의 점심 식사자리에 따라 갔는데, '불복종투쟁'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총의'가 모아진다면 이변이 생길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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