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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

사측의 '인사 학살'에 대한 KBS 기자 PD들의 반응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9. 18.



어제 발표된 KBS '숙청 인사'에 대한
'공영방송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의 
기자회견이 오늘 12시에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사원행동 소속 사원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전문을 옮깁니다.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스페셜팀에서 심의실로)
"회사가 큰 화를 부르는 첫 단추를 꿰었다"


최용수 PD(수신료프로젝트팀에서 부산방송총국으로) 
"어젯밤에 부산총국 발령을 통보받고 아내와 새벽까지 이사문제와 아이들 학교문제에 대해서 얘기했다. 좀 바가지 긁혔다. 마지막에 아내가 말하더라. 여기까지는 바가지고, 당신이 한 일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했다. 지역에서 더 큰 투쟁의 촛불을 일으켜 횃불이 되게 하겠다. 다같이 끝까지 싸우자."


현상윤 PD(TV제작본부에서 시청자센터로)
"우리가 비참하게 당하는데 뉴라이트 노조께서는 선유도로 '화려한 휴가'를 떠나셨다. 여기서 굴복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고 공영방송의 미래도 없고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 천일 동안 파업하는 노동자도 있다. 이까짓 부당인사에 불복할 수 없다. 최후의 1인까지 더 나은 한국사회를 위해 투쟁하자." 


고우종(DTV 서비스개발 프로젝트팀에서 양주중계소로) 
"앞에 안 나설려고 했는데 오늘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KBS 발전을 위해 소신껏 일했다. 앞으로도 소신껏 일할 것이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것이다.나는 연구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송신소에 가서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사고내면 또 징계하려들테고...


최경영 기자(탐사보도팀에서 스포츠중계제작팀으로) 
"이번 인사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KBS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는 국민이다. 이번 인사로 '탐사보도팀'은 학살을 당했다. 기자가 스포츠중계팀에서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 나는 커트도 잘 못넘기는데. 제대로 한 번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 지혜를 모아서 어떻게든 이 난국을 헤쳐나갔으면 한다."





김태영 기자
"이번 인사로 탐사보도팀은 완전 학살 당했다. 탐사보도팀은 권력을 물 수 있는 '사냥개'들이 와서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사냥개들을 광야에서 방황하게 만들었다. KBS가 정권의 애완견이 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여기서 굴할 수 없다. 어떻게 후배들 보면서 회사를 다닐 수 있겠나. KBS가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주) 이 부분은 비공식 멘트입니다. 이번 '인사 학살'에 대한 황당함을 보여주는 멘트라 생각해서 옮깁니다(일종의 유머버전입니다).

(한 PD)
"애썼다. 사원행동 핵심들 곳곳에 찢어 보내느라 골 좀 아팠을꺼다. 95명 인사를 했는데 사원행동이 47명이고 나머지가 48명이다. 숫자 맞추느라 애많이 썼다."

(한 중견 라디오 PD)
"덕분에 사람은 많고 일은 없는 부서에 발령받았다. 그동안 일과 투쟁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는데, 덕분에 재충전하면서 투쟁에만 매진하겠다."

(한 중견 기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뭐? '베트공 정신'이다. 압도적 우위의 미제를 물리친 '베트공 정신'이 필요하다."
(이거 보고, 거봐 거봐 '좌빨'들 맞잖아. 라고 지랄탄을 던지실 '우꼴(우파 꼴통)'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한 중견 기자)
"나는 10월1일 발령이 날 예정인데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 나름대로 사원행동 핵심인데 웬만한 보복인사로는 약이 오르지 않을 것 같다. 기대가 크다."
이 기자분이 '아내가 점을 보고 오더니 가을에 이사 수가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다른 기자 PD들이 그 집 참 용하다며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한 기자)
"이 정도면 '사화' 아닌가? 지방에 귀양간 사원행동 핵심들에게 사약이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성명서]

 

치졸한 보복인사, 부끄러운 줄 알라!


- 이병순 관제사장의 광기어린 인사전횡에 대한 입장 -

 

  부사장, 센터장, 팀장에 대한 보은ㆍ부실인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채 가시기도 전에 평팀원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이번에는 보복인사다. 그것도 평직원들에 대한 비열하고 치졸한 표적ㆍ보복인사다. KBS 사원행동은 관제사장의 취임이후 행해진 일련의 인사를 보며 심각한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또 다시 인사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앞으로 KBS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자제하려 했다. 하지만 더이상 우리의 자제력을 발휘하기엔 관제사장의 인사권 남용이 상식과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막가파식 보복인사를 보며 과연 관제사장에게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KBS를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관제사장의 이 광기가 멈출 것인가?

 


➊ 비판적 시사ㆍ보도프로그램 씨말리기 인사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비판적 시사ㆍ보도프로그램 제작자들에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다.


관제사장은 이미 취임 첫 날 정권과 보수신문이 그토록 집요하게 요구해왔던 내용들을 고스란히 담은 ‘충성서약문’을 취임사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바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없애고, 효율화라는 미명하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팀원 인사를 보면 당시의 충성서약문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자신의 실행계획을 담은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KBS뉴스의 ‘탐사보도’,‘시사기획 쌈’,‘미디어포커스’는 지금의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KBS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해온 대표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다. 탐사보도팀과 시사보도팀의 팀장을 교체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다수의 팀원들을 아예 그 부서에서 몰아냈다. 탐사보도팀을 만드는 데 산파역할을 했던 전 팀장은 지역방송국으로, 또 어떤 이는 스포츠 중계제작팀으로, 또 어떤 이는 방송콘텐츠팀으로, 또 어떤 이는 사회팀으로,1TV뉴스제작팀으로...지금까지 그 팀에서 그 사람이 어떤 기여를 해왔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비판적 시사ㆍ보도프로그램의 날의 무디게 하고 힘을 빼는 것만 관심사였다.


TV와 라디오 제작본부로 넘어오면 더 심각해진다. 한미FTA와 미국 쇠고기 광우병문제를 다뤄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PD는 ‘뜬금없이’ 수원센터로 발령났다. 그것도 아무런 본인의사 확인은 커녕 의견개진의 기회조차 박탈한 채 말이다. 또 24시간 시사뉴스채널로 자리매김해온 KBS 1라디오의 대표적인 중견 PD들을 음악방송 1FM, 또 장애인전문 3라디오와 한민족방송으로 뿔뿔이 흐트러뜨렸다. 문책성 인사인가?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문책인가? 아무런 원칙과 근거도 없이 행해지는 이런 인사야 말로 ‘인사권 남용’과 ‘업무상 배임’에 다름 아니다.

 


➋ 편성ㆍ정책 부서에 대한 물갈이 인사

 

이번 인사가 있기 전부터 사내에는 편성본부와 정책기획센터의 팀원들 가운데 사원행동 참가자들을 전원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결과는 그 소문이 결코 근거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물론 인사대상자들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되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켜지던 순환근무의 원칙과 기준도 철저히 무시됐다. 제작부서와 비제작부서를 번갈아가며 행해지던 순환근무 대신 ‘전원 비제작부서 발령’이라는 희안한 원칙이 적용됐다.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표적사살한 것이다.


취임 과정에서부터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실패한 관제사장이기에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직속부서들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 못하는 바 아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사기준과 관행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마치 정연주 전 사장 밑에서 일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평팀원들마저 순환근무의 원칙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면, 과연 지금의 관제사장 밑에서 새로 일할 평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또 다음 사장이 왔을 때 그 사람들의 운명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말인가? 이미 30년 이상 KBS의 녹을 먹고 말년에 관제사장의 눈에 들어 자연퇴직한 뒤 본부장 자리까지 오른 이들이야 관제사장의 임기가 끝날때 함께 집으로 가면 그만이다. 지금의 관제사장 자리가 종신직이 아니라면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더 KBS에서 일할 사람들 생각도 해야 할 것 아닌가?

 


➌ 사원행동 참가자에 대한 막가파식 보복인사

 

박승규 집행부가 한껏 낙하산 사장 반대 바람을 잡은 뒤 총파업투표 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관제사장를 쌍수를 들어 영접하는 순간, 사원행동은 본의 아니게 관제사장의 유일한 견제세력으로 자리매김됐다. 사원행동을 만든 것은 8월 8일 사실상 정권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경찰력을 KBS 건물안으로 끌이는 폭거를 자행한 이사회, KBS 6적들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사원행동의 정당성과 입지를 넓혀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관제사장과 어용화된 노조집행부다.


이번 인사발령지를 보라. 사원행동의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은 스페셜팀에서 심의실로, 자발적으로 사원행동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은 전원 경향각지의 송중계소로 보내졌다. 이 가운데는 최근 정기순환 인사에서 지역근무를 마치고 본사로 온 지 몇 달도 채 되지않은 직원도 포함됐다. 또 KBS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봤던 PD는 지역방송국으로 사실상 쫓겨났다. 가장 열정적으로 사원행동의 투쟁에 참여했던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 PD는 비제작부서인 시청자센터로 발령 냈다.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사원행동을 겨냥한 표적ㆍ보복 인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녕 KBS인 모두를 정권의 노예로 만들셈인가?

 

무릇 사장의 인사권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출 때만 존중받을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무엇보다 이같은 막가파식 인사가 2008년 오늘,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과연 이 다음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정권이 원한다면, 또 보수신문이 원한다면 모든 KBS인들을 자신에게 무릎 꿇게하고 한편으로는 뉴스와 프로그램을 정권 입맛에 맞게 순치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정권의 요구대로 효율화를 빙자해 KBS인들을 가차없이 잘라낼 것인가?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관제사장의 앞길에는 거칠 것 없어보인다. 하지만 잊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다. KBS 역사에서 이같은 시도는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양심적인 KBS 구성원들과 깨어있는 국민들이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방송 KBS를 사장자리를 베풀어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시키고, 이를 위해 KBS 구성원 모두를 자신의 노예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그 광기를 멈추길 바란다. 이같은 경고를 애써 무시하다가는 ‘최초의 KBS출신 관제사장’이라는 오명에 더해서 최초로 KBS인들의 손에 의해 쫓겨나는 비운의 ‘KBS 출신 관제사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2008년 9월 18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