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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

연산군 닮은 MB의 언론 정책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9. 21.


조선시대,
기득권 세력인 '훈구 세력'이 
새롭게 등장하는 '사림 세력'을 
막는 과정에서 '4대 사화'가 발생했다. 

이명박 시대,
정권에 빌붙은 '폴리널리스트'가
낙하산 사장에 임명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고통을 겪고있다. 


연산군의 언관 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화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발생한
언론인 탄압이 어떻게 닮았는지 들여다 보았다. 
 



이명박 시대의 언론 자유는 연산군 시절로 후퇴했다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국사 시간에 익히 배웠던 조선 왕조의 4대 사화다. ‘사림의 화’를 뜻하는 사화는 조선왕조 초중반기 새롭게 중앙 정계에 등장했던 사림 세력이 훈구 세력의 견제에 의해 화를 당했던 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우리 언론계에 ‘언론의 4대 사화’라는 말이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요즘 언론인들이 겪고 있는 ‘화’가 조선시대 사림이 입었던 ‘화’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두 사화의 메카니즘은 동일하다. 훈구 세력에 의해 사림 세력이 화를 당했듯이 정권에 빌붙은 어용기자, 즉 ‘폴리널리스트’에 의해 언론인들이 화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낙하산 사장으로 오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사화가 발생했다. 


‘4대 사화’는 무엇과 무엇인가? 사장의 삼성기사 삭제 사건에 의해 초래된 ‘시사저널 파업’을 일컫는 ‘시사 사화’를 비롯해 정권의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택남 사화’ ‘봉순 사화’ 그리고 정권의 프로그램 박해로 초래된 ‘봉춘 사화’가 바로 ‘언론의 4대 사화’에 속한다(누리꾼들은 YTN KBS MBC를 각각 ‘윤택남’ ‘고봉순’ ‘마봉춘’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 중 ‘시사 사화’는 유일하게 ‘무현 대왕’ 시절 발생했다. 금맥에 의해 ‘무현 대왕’을 좌지우지해던 외척, 삼성 때문에 일어난 이 사화는 삼성과 특수관계였던 시사저널 사장은 편집이 끝나고 인쇄소에서 넘겨진 삼성 관련 기사를 기자들 모르게 ‘도륙’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항의하며 23명의 기자가 6개월 동안 파업하는 과정에서 기자 3명이 무기정직을 당하는 등 18명이 징계를 받았다. 노조 집행부를 비롯해 수십 명이 사측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끝까지 ‘편집권은 경영권이고 편집권 독립을 위한 파업은 불법파업이다’라고 고집을 부린 시사저널과 결별 선언을 하고 기자들은 ‘시사IN’을 창간했다.


4대 사화 중 유일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시사 사화’ 외의 다른 세 번의 사화는 모두 ‘명박 대왕’ 시절에 발생했다. 이 세 번의 사화는 ‘시사 사화’와 성격이 뚜렷이 구분된다. ‘시사 사화’과 ‘자본 권력’의 발호에서 발생했던 것에 반해 ‘택남 사화’ ‘봉순 사화’ ‘봉춘 사화’는 ‘정치 권력’의 발호에 의해 발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후퇴

언론사적으로 보면 지금의 ‘언론 사화’가 역사적으로 더욱 후퇴한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시사 사화’ 시절 시사저널 기자들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이미 달성된 문제로 간주하고 새롭게 등장한 ‘자본으로부터의 권력’ 문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학척(고려대) 교척(소망교회) 지척(영남), ‘명박 대왕’의 ‘3척’ 세력이 방송을 장악하려 들면서 발생한 지금의 ‘언론 사화’는 권력에 의한 것으로 훨씬 후진적이다.  


이 ‘언론 사화’로 인한 언론인의 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 사장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택남 사화’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9월21일 현재, YTN에서는 노조원 12명이 고발당했고, 노조원 76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고, 노조원 23명이 인사 불이행을 당해 노조 차원에서 이에 대한 불복종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봉순 사화’에서도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KBS 이병순 사장은 9월17일 밤 자신의 사장 취임 과정에서 반기를 들었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을 인사로 단죄했다.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 47명이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보도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서 제외되고 한직으로 발령받는 등 ‘인사 숙청’을 당했다. 사측은 인사 불이익과 별개로 자체 감사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징계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의 <PD수첩> 수사로 촉발된 ‘봉춘 사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일단 MBC에서는 <PD수첩> 제작진과 시사교양국만 화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MBC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 되면 ‘택남 사화’나 ‘봉순 사화’를 능가하는 대참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동아투위 사건과 1980년대 언론사 대량 해직 사건에 이은 초유의 ‘언론 사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연산군 언관 탄압과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은 닮은 꼴

한국 언론의 지금 상황은 연산군 시대 무오사화와 갑자사화가 일어나는 과정과 비슷하다. 연산군과 이명박 정부는 일단 언론을 보는 시선이 닮아 있다. 연산군은 삼사의 언론권에 대해 “대간은 자질구레한 업무나 처리하는 말단 관리며, 나아가서는 주인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종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KBS는 국가 기간 방송으로 국정 철학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수준의 언론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화가 일어나게 되는 과정도 비슷하다. 당시 3사의 언관들은 연산군의 ‘외척 등용’을 비난하다 미움을 샀다. 이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 수석 강부자 내각을 비난하다 미움을 산 지금의 언론상황과 완벽하게 닮아 있다. 또한 연산군이 ‘불경 간행’ ‘왕실의 원당 건축’ ‘유명 사찰에 대한 소금 하사’ 등 불교 관련 시책을 실시하는 것을 언관들이 비난했던 것도 지금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 위주의 정책을 편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과 정황이 비슷하다.  


조금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연산군이 언론을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게 된 이유와 이명박 정부가 방송 장악에 나선 이유도 비슷하다.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이 비대해진 삼사의 간쟁 기능에 휘둘리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한 견제, 즉 ‘능상(상관을 능멸하는 것)의 척결’을 주요 국정 지표로 삼았다. 이명박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KBS 등이 편파 방송을 문제 삼고 있지만 실재로는 노무현 정부가 조중동의 발호에 휘둘렸던 것을 의식하고 방송 장악에 나선 것과 연원이 닮아 있다.


중요한 것은 결론이다. ‘무오사화’ 이후 삼사의 간쟁 기능은 현저히 약화 된다. 이에 연산군의 전횡이 심해지고 결국 ‘갑자사화’라는 대규모 참사에 이르게 된다. 최종 결론은? ‘중종 반정’이다. 반정으로 만 하루 만에 연산군은 보위를 잃고 물러나고 쓸쓸히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부디 이명박 정부가 연산군의 비참한 말로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