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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블로거가 본 평양

삐라 보내는 남한, 역대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평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28.


10월18일~22일, 5일동안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 언론본부
대표단(17명 단장 : 김경호)의 일원으로 
평양에 다녀왔습니다. 

남측 대표단에는
기자협회 PD연합회 언론노조 등 
여러 언론 유관단체가 속해 있습니다.
저는 언론노조 소속으로 다녀왔습니다.

이번 언론인 방북단의 가장 큰 목적은
남북 언론 기사 교류에 대한 합의였습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언론 분야에서 이행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협력, 교류를 통한 통일에 기여하고 있는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지난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북측 언론분과위원회와 제4차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기사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였습니다. 
(앞으로 북한관련 보도에 오류가 있을 경우
북측은 남측 언론본부를 통해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8/10/23 - [이준희닷컴] - 남북 언론, 기사 교류 가능해진다


아래 사진들은 회의 참석차 평양에 갔을 때 찍은 것들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방북 대표단의 일원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 저는 '블로거의 눈'으로 북을 보고 와서 누리꾼에게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평양으로 출발하면서 
언론계 선배들에게
'나는 블로거 자격으로 갑니다'라고 말씀 드렸고 
북측 언론본부와 만나서도 시사IN 기자라고 소개하고 덧붙여
'인터넷 블로그 <고재열의 독설닷컴> 운영자입니다' 라고 소개했습니다. 


블로거의 눈으로 본 관찰기, '블로거가 본 평양'을 연재합니다.


김일성 광장에 서 있는 북측 회사원들 모습.




'블로거가 본 평양' 네 번째 이야기는
'북한 사람들이 평가한 남한 역대 대통령' 입니다.



국제친선전람관 김일성관. 묘향산의 단풍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북한의 묘향산 입구에는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외 수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해 놓은 곳입니다.
대략 김일성 주석이 5만 점(5만6474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만 점 정도를 받아서 전시해 두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친선전람관 김정일관.


국제친선전람관은 폭격에 대비해서 터널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출입문은 두꺼운 철문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함께 방문한 후배기자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보물창고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이 보물창고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발 위에 천으로 된 덧신을 신고 들어가야 합니다.)


출입문이 육중한 철문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는 남한 대통령들이 보낸 선물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선물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은담배함 은재털이 은칠꽃병
등을 선물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은세공술그릇 일식(세트) 금장식은제자기
1983년 금장식은세공그릇 일식(세트) 금장식은수저 라전(나전)화장도구함
등을 선물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은술주전자 일식(세트) 양복천 문방구 일식(세트) 조선옷감
등을 선물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매우 많습니다.
대략 850여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2장생도(가장 비싼 선물인 듯) 등 여러 점을 보냈다고 합니다. 



전시관에서 싣는 덧신.



특이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없다는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과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그 전에 선물이 갔을 가능성이 큰데 없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치운 모양이었습니다.


일행 중 누군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없냐고 묻자,
안내원은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을 ‘뒤에서 칼을 꽂은 자’라고 표현했습니다.
(한 선배는 ‘뒤에서 머리에 칼을 꽂은 자’라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조문파동’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만나자고 했다가 죽고 나니 조문도 오지 않겠다고 했던, 상반된 태도가 북측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국제친선전람관의 북측 안내원. 김영삼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북측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북측에서 평가하는 남측 대통령은 대략 3등급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급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주 높았습니다.
상급 중에서도 최상급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북측 관계자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하는’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급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입니다.
이분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급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과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해서 우려스러웠습니다.


특히 ‘삐라 살포’에 대해 북측은 격앙되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부가 직접 살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용인한데 대해 북측은 단단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환담 나누는 북측 조충한 부위원장(왼쪽)과 남측 김경호 단장(오른쪽)




북에서 느낀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인민들 사이에 형성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되돌리는 데에는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은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정부가 남북 관계에 있어서 너무 ‘경박단소’한 처신을 하는 것 같아 걱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