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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이 진짜 억울한 이유는 따로 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7.




'윤도현 하차 논란의 전말'
후속편 올립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번 주부터 <시사IN> 지면에 복귀해서 
조금 바빴습니다.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11월11일, 가수 윤도현이 6년 반 동안 진행해오던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지막 녹화를 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윤도현의 러브레터> 하차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그가 ‘친노 연예인’이라는 점과 촛불집회 공연을 나갔다는 것 때문에 하차시켰다는 주장이 KBS 내부와 외부에서 연 이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도현 기획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리고 윤도현이 진짜 억울한 이유는
프로그램 하차 자체보다 하차를 둘러싼 논쟁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하차 과정은
자의반으로 그만두려 했으나 그만두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타의반으로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자체적으로 결단을 내린 일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차를 둘러싼 논쟁의 전제로 깔리는
‘정치참여 연예인’이라는 레떼르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친노 연예인’이라 이명박 정부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규정되어 동정을 사는 것이 마뜩치 않다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윤도현은 ‘미선이 효순이 문제’ ‘이라크 파병반대 문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회참여 연예인’이다. 
그러나 그를 ‘정치참여 연예인’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윤도현은 자신의 콘서트 현장에 찾아온 노무현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그것이 윤도현이 한 정치행위의 전부다.
그 전과 그 후에 그는 이런 정치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지지를 표명한 그 자리에는 기자도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행위였고
월드컵을 통해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뒤였기 때문에
자신의 지지성향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반향에 대해서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지지성향을 밝힌 것이지만 일반인이 자신의 지지성향을 밝히는 것보다는
훨씬 큰 정치적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윤도현은 수많은 연예인들이 노무현 후보 진영과 이회창 후보 진영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을 때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연예인들의 선거 참여에 대해 직접 취재해 보았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치참여 연예인’ 논란이 일려면 최소한 그런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연예인에 대해서 논란이 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당사가 분냄새로 진동할 정도로 많은 연예인이 몰렸었다.
나는 이회창 총재를 만나고 나온 연예인들이 화장실에서 다투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목불인견이었다.
한 중견 코미디언이 한 중견 트로트가수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왜 너만 아부하냐”는 것이었다.



이런 연예인들도 노무현 정부 들어 피해를 입는 모습을 나는 보지 못했다.
대를 이어 연예인을 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선거 운동을 했던 연예인들이 그것 덕분에 대단한 출세를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어쨌든 ‘정치참여 연예인’ 박해 논란이 일려면 이 정도로는 정치 참여를 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윤도현을 ‘정치참여 연예인’으로 보는 것은
이회창을 지지했던 개그맨 심현섭의 <윤도현의 러브레터> 출연 논란의 영향이 크다.
당시 심현섭 측은 크리스마스 캐롤 홍보를 위해 <윤도현의 러브레터> 출연을 원했지만 윤도현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작진에 제시했다.
이것이 정치 논란으로 번지면서 윤도현에게 ‘친노 연예인’이라는 레떼르가 붙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윤도현은 개그맨이 정통 음악 프로그램에 캐롤 홍보를 위해 나오는 것에 반대한 것 뿐이었다.
그는 심현섭이 이회창 지지 운동을 한 사실도 몰랐던 상황이었고
캐롤 홍보를 위해 나오는 개그맨이 심현섭이라는 것도 잘 몰랐다.
(기획사 사장은 ‘갈갈이 패밀리’가 나오는 줄 알았다고 기억했다.)
언론에 의해 친이회창 연예인과 친노무현 연예인의 갈등처럼 보도되면서
윤도현에게는 ‘정치참여 연예인’이라는 레떼르가 붙게 된다.



그러나 윤도현은 ‘정치참여 연예인’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그는 ‘정치혐오 연예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과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부정적이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치혐오 연예인’이었던 그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탄핵반대 촛불 문화제 무대에도 오르지 않았다.
당시 문화제를 기획한 강헌 선생 등은 파이널을 윤도현 밴드가 장식해주기를 바랬지만
그래서 여러 경로로 설득을 했지만 그는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신해철이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이것으로 그에게 붙은 ‘친노 연예인’ ‘정치참여 연예인’이라는 레떼르는 떼는 것이 맞다.



윤도현은 ‘사회참여 연예인’이다.
이것은 맞는 이야기다.
미군 부대 근처에서 자랐기 때문에 미군 문제에 민감하다.
그래서 미선이 효순이 문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정말 동네 동생같은 아이들에게 발생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록음악을 하는 사람이 사회 비판적인 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반전은 록음악의 기본 코드다.
이라크전 파병 반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전쟁을 일삼는 부시 정부에 대해서 지극히 부정적이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나와서 여고생들을 격려했다.
거기 까지다.
여러 사회단체에서 수 없이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그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주장을 해왔다. 



이런 그의 사회 참여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가 자신의 방송을 통해 발언을 했거나
사회적 통념과 어긋난 주장을 했을 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논란은 너무나 가혹해 보인다.



윤도현을 둘러싼 문제제기는 너무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그가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음악 권력’으로 군림했다거나
참 음악을 추구하는 척 하면서 설렁설렁 립싱크를 했다거나
이런 논쟁이라면 모르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윤도현 죽이기’와
‘윤도현 살리는 줄 알면서 죽이기’에 의해
나름대로 열심히 음악활동을 해 온 가수를 매장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일 것이다.



기획사에 윤도현 인터뷰를 정식으로 요청해 두었다.
기획사 대표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기다릴 수 있다.
언젠가 그를 만나서 솔직한 소회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