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다.
‘김구라 출연료’가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김구라 출연료’가 얼마일까? 궁금해서 클릭해보았다.
아니었다. 김구라씨가 출연료 1억 2600만원을 횡령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이 김구라씨의 출연료를 횡령한 전 소속사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는 기사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전 소속 대표는 지난 1월부터 2월 사이의 출연료 등 1억7800만원의 수입 가운데 1억260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지 않고 회사 경비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독설가 김구라’의 종말이 예상보다 빨리 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확실히 독설가에겐 치명적인 기사다.
이 기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 출연료도 못챙기는 주제에 누굴 타박하나?’라면서 김구라를 타박할 것이다.
김구라의 독설은 서서히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있다.
독설보다 사과를 남발하는 그에게 독설은 이제 더 이상 ‘설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못 가진 자의 설움을 담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독설이 아닌 것이다.
독설은 잃을 것이 없을 때 제대로 나온다.
김구라는 잃을 것이 없을 때 했던 독설을 지금 열심히 사과하며 살고 있다.
지킬 것이 많아진 것이다.
김구라는 ‘독설가 이미지’를 먹고 산다.
얼마 전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때 딴지일보 김어준 형에게 옛날 ‘시사대담’ 방송을 내려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이미지는 결국 내가 자초한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내가 먹고사는 데 독설가 이미지가 (도움이) 된다. 요즘 어떤 사람은 일부러 독설가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지 않나.”
이런 예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머지않아 누군가 김구라에게 독설을 날린다.
그는 김구라를 딛고 새로운 독설가로 등장할 것이고, 김구라는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김구라가 독설가로서 ‘시효가 만료되었다’고 느낀 것은 KBS 가을개편 때였다.
그는 이윤석과 진행하던 ‘오징어’ MC자리에서 밀려났다.
그가 밀려난 것을 비롯해 가을 개편 전체가 석연치 않았다.
그러나 김구라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그저 개인사정으로 하차할 뿐이라고 방송사를 두둔할 뿐이었다.
유희열같은 가수 DJ도 가을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세진같은 아나운서도 가을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김구라는 아무말이 없었다.
함부로 독설을 날리기엔 지킬 것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자신을 둘러싼 불의에, 자신의 일터를 둘러싼 불의에,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둘러싼 불의에 속시원히 말하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둘러싼 불의에 독설을 날릴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 날리는 독설은 거짓이다. 위선이고 가식이다.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김구라는 '제대로 된 시사풍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이 곧이 들리지 않았다.
최소한 그는 '제대로 된 시사풍자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KBS 본관 앞에서 김구라씨를 만났다.
가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았다.
예상 답변이 나왔다.
개인사정에 의해서(스케줄이 많아서)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공손한 답변이었다.
나를 헷갈리게 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는 “다시 라디오를 한다면 제대로 된 음악방송을 하고 싶다. 배철수 선배 프로같은 진짜 음악방송을 하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멍했다.
무슨 의미일까?
제대로 된 음악방송?
김구라씨를 인터뷰했던 기자에게 물어보았다.
명쾌한 답을 얻었다.
김구라씨는 상당한 음악지식을 가지고 있는 음악 전문가라는 것이었다.
그가 내게 진지한 답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악방송 DJ,
그것이 김구라의 길이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김구라가 스스로 독을 게워낼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는 독이 주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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