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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전국 대학 총학 선거 감상법

전남대에서 '우리' 학생회가 '또' 당선되었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8.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간지 기사를 통해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을 것입니다.
(<독설닷컴>이 이 내용을 가장 먼저 전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생들은 총학 선거에 무심하고
'비운동권' 임을 내세워 당선되는 후보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 완전히 무관하게 여전히 '
운동권 유일신앙'을 고집하고 있는 전남대 사례를 
김수지 전남대신문 편집장이 전합니다.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보고

단독 후보에 반대표 21% 넘어 … 총학 실망감 표출



<전대신문> 김수지 편집장 myversion01@naver.com



전남대에는 ‘우리학생회’ 밖에 없다?



맞다. 전남대에는 ‘우리학생회’ 밖에 없다. 벌써 5년이 넘게 ‘우리학생회’가 그 바통을 이어
오고 있다. 이번 2009학년도 41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우리학생회(당선자 정후보 오주성 군(심리학과․4), 부후보 곽성용 군(법학과․4)’이 보란 듯이 당선이 됐다.



전남대에서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 라고 하는 논의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논의가 전남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4년 째 ‘운동권’만의 단선이다. 그래서 내게는 다른 대학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운동권 총학’과 ‘비운동권 총학’ 사이의 논쟁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왜냐, 우리는 그냥 선택지 하나만 받고 ‘Yes’ or ‘No’만 선택하면 되니까!




21%의 반대표에 주목하라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파워가 막강하냐고? 그렇지는 않다. 갈수록 ‘우리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커져만 간다. 이번 선거에서 나 또한 투표를 했다. ‘찬성’을 찍을까 ‘반대’를 찍을까 고민하다 ‘찬성’을 찍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래도 학생회가 있긴 있어야지’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내 양심을 배반한 거다. 매년 ‘우리학생당’에서 비슷비슷한 자질의 후보들이 나오고, 비슷비슷한 공약들, 비슷비슷한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어서 이제 지칠 때도 됐다. 아니, 지쳤다. 많은 전남대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지치고 질렸을 것이다. 총학생회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지만, 그들의 이념성에 대해서도 뭐라고 할 자격은 없으나 지금의 총학생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번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전대인들의 ‘오래된 변심’을 잘 알 수 있다. 선거 첫날인 11월26일 투표율은 50%에 조금 못 미치는 49.04%로 마감, 둘째 날 연장투표로 52.37%로 투표를 마감했는데 찬성표가 78.7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전남대 학생들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학생들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도 ‘소신껏’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이 21%가 넘었다는 것이다(이런 식이면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가 반대표가 더 많아 떨어지는 후보가 나오는 사례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단독 후보에게 반대표가 33%나 나왔다는 것은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나처럼 양심을 배반하고 ‘찬성’을 찍은 사람들 까지를 포함하면 ‘실제 반대표’는 절반 가까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처럼 많은 반대표들은 그 동안 총학 선거에 무관심 했던 이들의 반란일 수도 있다. 보다보다 못 해서 반대표를 찍은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총학 후보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자는 ‘작은 운동’까지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들의 ‘당선’은 ‘진정한 당선’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당선이 확실시 되자 개표장은 축제 분위기였지만.



소심한 ‘총학 반대자’들은 이번 투표에서 조금이나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학생 대표가 있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찬성표를 찍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내년 총학생회 선거 결과가 궁금해진다. ‘가짜 찬성표’들의 표는 내년에는 어디로 향할까? 다시 무관심으로 일관할지, 아니면 또 한 번 소심하게 ‘가짜 찬성표’를 던질 것인지, ‘소신껏’ ‘진짜 찬성표’를 던질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총학생회 후보로 나설 것인지. 사실, 마지막 것이 게 중 제일 마음에 든다.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오주성(왼쪽)씨와 부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곽성용씨(오른쪽)




민족 전대, ‘민족’ 전대를 잊다



학내에서 총학생회 목소리는 확성기(이제 데모하다 목이 쉬는 일은 없다. 참으로 ‘고마운’ 확성기 덕에)를 통해서만 울려 퍼진다. 총학생회 의견을 동조하는 목소리들로 메워지는 것이 아니다. ‘촛불’이 온 나라를 메울 때도 전남대에 ‘촛불’을 든 손은 총학생회 학생들을 비롯한 몇 명뿐이었다. 지난 6월 10일, 6․10 항쟁을 기념한다며 최대 촛불 인파가 몰린 때였다. 그 때도 전남대 광장 격인 ‘봉지’를 메운 이들은 많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매일 매일 전남대 후문에서 릴레이 촛불 집회를 벌였지만, 집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멤버들은 항상 같았다. 총학생회 간부들 외에는 참가자가 거의 없었으므로. 그래서 총학생회 선거에서 촛불의 영향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었다. 전남대에서는 촛불이 타오른 적도, 그래서, 꺼진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총학생회의 잘못이 아니다. ‘민족’ 전대를 배반한 전남대 학생들의 무관심 탓이다. 연일 이어지던 촛불 집회에서 ‘전대인’들은 열외였다. 몇몇 사람들은 ‘왜 전대인들은 안 오냐’며 ‘민족 전대 다 죽었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 또한 촛불집회를 지켜보며, 촛불이 켜지지 않는 전남대를 지켜보며 ‘우리가 언제 민족 전대였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촛불뿐만이 아니다. 나라에서 각종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전남대 학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했어?’라는 식이다. 가장 최근에 내가 모처럼 ‘일상 속의 유머’로 웃었던 기억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내 친구가 법학과인 선배에게 ‘종부세 위헌 판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선배 왈 “아, 나 경제면은 안 봐서 그건 잘 모르겠네”라고 했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한 동안 얼마나 웃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쓴웃음을 짓게 된다. 명색이 법학과 학생이 ‘종부세 위헌 판결’, 그것도 뜨거운 감자인 종부세 사건에 대해 모르다니.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을 것이지 ‘경제면은 안 봐서’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을 보고 한 번 더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전남대 학생들은 지금 ‘먹고 살 일’이 너무나 급급하다. ‘두뇌 짠돌이’들 같다. 두뇌를 ‘아껴’쓴다.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는 데는 차곡차곡, 취업과 관련된 공부는 알짜배기로 하는데 사회 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아, 요즘에는 면접 때 사회 문제와 관련한 상식 문제도 내서 신문을 보는 학생들도 많기는 많더라.) 아, 전남대의 두뇌 자린고비들이여! ‘전남대’가 ‘민족’ 전남대‘였음’을 알기는 하는가?



‘우리학생당’과 ‘우리’안에 깃든 폭력성



또 하나의 ‘우리학생회’가 탄생으로 몇 년 째 ‘우리학생회’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학생회’에 대해 잘 몰랐을 때, ‘왜 작년에도 ‘우리학생회’고 올해도 ‘우리학생회’지?’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우리학생회’가 정당도 아닌데 매년 ‘우리학생회 소속’으로 나오는 것이 ‘어른들 정치판’을 보듯 신기했다. 그 후로 나는 ‘총학생회’에 대해 관심이 있어도 없는 척, 알아도 모르는 척으로 일관했다. 내 스스로도 ‘총학생회’의 대표성과 총학생회가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한 평가, 총학생회의 이념성 등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우리’라는 말에 담긴 ‘짙은 폭력성’과 ‘따뜻함’을 묶을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라는 말은 ‘우리’를 참으로 헷갈리게 만든다. 어디 까지가 ‘우리’인가. 또한 ‘우리’라고 ‘우리’를 묶음으로써 파생되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앞서 ‘우리’라는 말에 ‘짙은 폭력성’이 담겨있다고 했다. 총학생회는 ‘2만 학우’ 모두를 ‘우리’ 안에 넣고 싶고, ‘우리’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총학생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아니, 아예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있다. 또한 총학생회에 ‘적’으로 분류되는, 총학생회의 통일 공약과 사업 등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이들까지 ‘우리’ 안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우리학생회’라는 말에서 ‘우리’는 ‘우리를 지향하는’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우리학생회’는 거의 학내 독보적인 ‘정당’ 수준이다. 매년 ‘우리학생회’와 끈을 맺고 있는 단과대학 학생회장 또는 부학생회장 중 비교적 역량이 있고, 인맥이 튼튼한 이들이 총학생회 안에서도 나름의 과정을 거쳐 후보자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매년 선거가 단선으로 치러지는 데에는 전남대 학생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비판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는. 하지만 ‘우리학생회’라는 명목으로 매년 ‘바통 터치’ 하는 식의 총학 선거, 매년 되풀이되는 공약들, 비슷비슷한 사업들은 자칫 진짜 ‘정당’으로 오해하기 쉽게 만든다. ‘우리학생회’가 ‘우리학생당’이 되기 전에 ‘우리학생회’에서 탈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안에 담긴 ‘짙은 폭력성’ 보다는 ‘우리’안에 담긴 따뜻함과 가족애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전남대 신문방송사(mycong.com)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