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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전국 대학 총학 선거 감상법

조선대 총학 선거 부정, 정말 창피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8.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간지 기사를 통해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을 것입니다.
(<독설닷컴>이 이 내용을 가장 먼저 전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운동권이 득세하고
운동권의 구태가 재현되는 대학도 있습니다.

올해 조선대 총학 선거에서
대형 부정 투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소식을 '백악골' 님이 전합니다.







글 - 백악골



다른 대학교에서는 총학 선거에서 운동권과 비운동권과의 각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대에는 그런 이야기나 남의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이번에는 촛불 바람을 타고 운동권이 복귀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흐름과 조선대는 무관합니다. 완전 안드로메다죠.



운동권 후보냐 비운동권 후보냐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의 행태입니다. 다른 대학들이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조선대학교에서는 대형 선거비리가 벌어졌습니다. 운동권이 당선되냐 비운동권이 당선되냐가 진보냐 퇴보냐를 가르는 기준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선거부정은 퇴보입니다. 이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남총련이라는 학생단체로 묶인 조선대는 비운동권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곳 입니다.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지역 특성과 함께, 20년간 왕성하게 학생운동을 이어왔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올해는 기존 한총련계열 후보와 한총련 해체를 주장하는 두 선본이 경선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조선대에서 비한총련을 주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지방지 사회면에 보도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벌어져 조선대 총학생회는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조선대 선거는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비운동권의 정의가 뉴라이트․한나라당의 세력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것이라면 기호2번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호2번 장종호 후보자의 경우 2006년 부총학생회장 등의 경력도 있고, 그들은 대중적으로 학생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총련 해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공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등록금 관련 공약에서 ‘등록금넷과 연대해 정부가 등록금을 해결하도록 하기,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조례를 참조해 등록금 이자 지원방안 마련하기’ 등을 본다면 비운동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가 힘듭니다. 기호 2번이 주장하는 것은 직접적인 학생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학생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한총련의 옷은 현재 그들에게 거추장스러울 뿐인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기호 2번 선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간의 갈등으로 선거가 시작되고 진행되었었습니다. 우선 중선관위 위원장은 이번 총학생회 회장이 맡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관행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번 측이 요구했던 인터넷 선거 홍보, 2차 팸플릿 홍보가 선관위에 의해 금지되면서 중선관위에 대한 2번 후보 측의 신뢰는 급락합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가장 문제됐던 신분증 검사 불이행은 부정선거의 시발점이 됩니다. 물론 2번 측에서도 선거 투표율 때문에 합의를 했다고 생각되지만, 이는 두 선본 모두 평가받을 문제로 남았습니다.



선거 부정이 벌어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자연대 건물에서 1번 측 참관인(2008년 부총학생회장. 선거 직전 사퇴하고 기호 1번 선본에 참여함)과 2번 측 참관인(1학년 학생)이 참관을 합니다. 그런데 사범대 선관위원장이 2번 측 참관인을 꿰어내어 식사를 하러 갑니다. 이후 대리서명과 함께 약 400여 표의 부정표가 만들어집니다. 부정 투표가 다 이뤄지기 전에 2번 측 참관인이 돌아오자 1번 측 참관인이 그를 붙들고 또 시간을 끕니다. 그러는 사이 부정 투표가 완성됩니다. 



그러나 부정투표는 곧 탄로가 납니다. 1시간 만에 400표가 투표가 된 것을 미심쩍게 여기고 확인해 보니 400표가 뭉텅이채로 발견됩니다. 이후 잠시 선거가 멈추긴 했지만, 당시 중선관위는 선거를 계속 진행시켜버립니다. 개표 과정에서 타 단과대에서 2번 측이 500여표 이상 넘게 앞서다가, 사범대에서 기호 1번 측이 1000여표를 앞서면서 1번 측이 500여표 정도 차이로 2번 후보를 이기게 됩니다.



2번 측은 이의 신청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중선관위는 당선공고 후 다시 이의제기를 신청하라고 통보합니다. 2번 측은 각 언론사에 이를 제보하며 학외로 알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사건이 커지면서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11월20일 저녁 중선관위는 사범대 선관위원장이 본인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자행했다는 1차 자백을 듣고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기호 1번과 2번의 후보자격을 박탈하게 됩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기호 2번의 주장보다는 사범대 선관위의 자백으로만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학생들은 재수사와 함께 중선관위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중선관위 위원장이던 총학생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사회대 학생회장이 임시 중선관위원장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사범대 선관위원장과 1번 측 후보 참관인과의 삼자대면을 통해 부정선거 관계를 밝혀내고 12월 재선거를 진행하도록 의견을 모았습니다.



어떻게 대학에서,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그것도 학생운동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조선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정말 창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