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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전국 대학 총학 선거 감상법

중앙대생에게는 사과하고 중앙대에는 사과하지 않는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2.





 



이글은 <독설닷컴>이 중앙대생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사과하는 글답지 않게 좀 까칠하죠?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11월27일 <독설닷컴>은 중앙대 재학생의 글을 기고 받아서
‘뉴라이트가 대학 총학을 접수하는 방식’이라는 제목을 붙여 포스팅했습니다(08시28분).
(필자의 요청으로 현재는 ‘비운동권 총학 당선의 의미와 우려스러운 점’으로 제목이 변경됨)



글의 내용은
중앙대 학생 중에서 뉴라이트에 관여하는 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나온 운동권 후보를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고한 학생은 그 정황을 다양한 증거로 논증해 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뉴라이트가 대학 총학을 접수하는 방식’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이 제목은 ‘뉴라이트가 중앙대학교 총학생회를 접수했다’고 오독할 여지가 있는 제목이었습니다.



글에 대한 반론 댓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제게 메일을 보내는 중대생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정리해서
‘뉴라이트의 승리가 아니라 운동권의 패배다’라는 제목의 반론글을 올렸습니다(15시48분).



그리고 이에 대한 글쓴이의 해명을 담은
‘중앙대 총학 선거 결과가 말하는 것’이라는 글을 또 올렸습니다(23시00분).



그런데 다음날인 11월28일 중앙대학교 홍보실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글을 쓴 ‘심현진’이라는 사람이 중앙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냐? 아니면 졸업한 동문이냐? 신원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심현진’이라는 이름의 재학생과 동문을 수소문한 모양이었습니다.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심현진’은 실명이 아니라 필명이기 때문입니다.)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로 인해 중앙대에 소란이 일었으니 사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답했습니다.
‘사과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중앙대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서 사과하는 것이다. 그 글은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것이다. 중앙대 총학생회 당선자 측에서 연락이 오면 그들에게도 사과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 학교 당국에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요.



중앙대 홍보실 관계자가 중앙대 총학생회 당선자 측을 보호하려는 모습이 좀 낯설었습니다.
대학 당국이 총학생회 측을 두둔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삼성 홍보 담당자가 삼성 노동조합(존재하지 않지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학생회 당선자 측을 견제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 반대였습니다.
(재벌이 재단이 되면 학교 홍보실의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지는 것인지...)
학교 당국이 총학생회를 음해하지 않고 두둔하는 것은 기특한 일이기는 하나, 낯설었습니다.



참 황당했습니다.
그래도 전화를 끊고 나서
‘심현진은 필명이다’라는 문자를 보내주었습니다.
재학생이나 동문 중에서 심현진을 찾느라 괜한 수고를 할 것 같아서 알려주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사과문을 빨리 써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중앙대 커뮤니티 운영자니 자신에게 메일로 보내면 올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미스테리였습니다.
학생 자치 커뮤니티 운영자가 학교 홍보실 관계자라는 것이...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심현진’님이 중앙대 커뮤니티에 퍼 나르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중앙대 학생들에게는 사과하지만
중앙대 학교 당국에는 사과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다시 한 번 중앙대 학생 여러분께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
발문과 댓글 등을 통해 나눠서 사과를 했는데,
충분하다고 느끼시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제가 단 제목 때문에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면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는 '뉴라이트의 대학 총학 접수'라는 큰 주제 아래서
뉴라이트 출신 후보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뉴라이트가 운동권 후보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정황이 읽히는 중앙대 사례를
심현진 님의 글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글은 쓰는 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읽는 자의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달았던 제목과 발문이 중앙대 학우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두었다면, 당연히 사과해야할 일입니다.



다만 글을 쓴 심현진님에게는 면죄부를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의 문제제기는 정당했습니다. 
그는 문제의식을 집요한 취재를 통해서 구체화했습니다.



제목을 과하게 단 저의 잘못입니다.
제목을 달 때 대학 사회에 '뉴라이트'라는 단어에 대한 혐오감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까지 정치팀 기자를 했는데,
'뉴라이트' 경력을 팔아서 한 자리 해먹으려는 사람이 득시글한 것을 보았습니다.
기성세대는 어떻게든 '뉴라이트'에 걸쳐보려고 난리들인데,
대학사회에서는 '뉴라이트' 행각이 마치 '친일' 행각처럼 취급받고 있었습니다. 
뉴라이트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로 제가 다소 부주의했던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라이트의 대학가 점령'이라는 큰 틀의 고민 속에서
뉴라이트가 총학 선거에 운동권 낙선 방식으로 개입하는 사례로 언급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과감하게 제목을 달았는데, 과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들에 대한 이런 혐오감을 의식한 것인지,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취재하다 보니
'뉴라이트' 단체들이 실체를 가리고 이상한 이름으로 대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정황이 읽히던데(마치 사이비종교처럼),
이 현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