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제작현장에 복귀한
<PD수첩> 이춘근 PD를 만나보았다.
내일(12월3일)은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PD와 김보슬 PD가 검찰 수사에 항의해 회사에서 농성을 벌인지 백일이 되는 날이다. 불완전하지만, 다행히 이들의 농성은 ‘해소’ 되었다. 김보슬 PD는 이미 제작현장에 복귀했고 이춘근 PD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PD수첩> 사태’ 100일을 맞는 소회를 들어보았다.
김보슬 PD는 아직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녀는 요즘 정신이 없다. 프로그램 제작에 한창이다. 메신저로 말을 걸면 회의 중이었고, 전화를 걸면 촬영 중이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백일 가까이 회사에서 농성하면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던 까칠한 김보슬이 다시 예전의 쾌활하고 정신없는 김보슬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춘근 PD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이춘근 PD(왼쪽)와 김보슬 PD(오른쪽)는 검찰의 수사에 항의해 100일여 동안 회사에서 농성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김보슬 PD는 <불만제로>에 배치 받고 첫 번째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지금 두 번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저번 주에 <W>팀으로 배속되었다. 이번 주 중으로 아이템을 확정해서 다음 주 쯤에는 촬영을 나갈 것 같다.
- 아직 수사가 말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 않나?
강제구인이나 압수수색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재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본다. <W>팀에 있
으면 해외 출장이 불가피한데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취재 행위를 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회사에서 농성하면서 어떻게 지냈나?
계속 ‘페이퍼 웍’만 하고 지냈다. 재판관련 자료를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문건들도 쓰고, 외부 기관 요구가 오면 해명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일종의 반성문인 셈이다.
-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다시 제작할 의향이 있는가?
변동사항이 있다면. 그러나 그런 변동사항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 ‘<PD수첩> 사태’가 본인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프로그램 완성도에 있어서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 이번 사태를 통해서 느낀 점은?
우리 사회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불편한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언론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이 많다. 국민들이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 신혼에 어려운 일을 겼었다.
신혼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오히려 ‘내부 결속’에 도움이 되었다. 힘들었을 때 묵묵히 함께 해줘서 감사하고 있다. 헤어져 지내다 함께 지내니 신혼이 연장된 것 같다.
- 건강은 어떤가?
허리가 좀 좋지 않다. 회사 소파에서 자면서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다. 회사 안에만 있어서 운동량도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몸 관리 잘해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고 싶다.
- ‘사수대’를 했던 동료들도 고생이 많았다.
우리의 명분에 동의해 주었었다. 얼굴도 모르던 분이 밤새 지켜주며 응원해 주셨다. 감사드린다. 내년 쯤 힘든 시간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우리를 지켜주었던 그 마음으로 다시 힘을 합쳐 잘 해쳐나갔으면 좋겠다.
- <W>팀에 배속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가파른 국내 상황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다. ‘도피성’ 성격이 약간 있다. 하지만 <W>팀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도 확실하게 있다. 외국과 외국인에 대해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 문제 삼고 싶었다. 올바른 정보를 전해줘서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대학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 번역할 일이 많을텐데 번역 부담은 없나?
철저히 하려고 한다. 번역 과정에 일일이 참가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겠다.
이춘근 PD가 제작하는 <W> 아이템은 12월19일 첫 방영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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