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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위기의 대학언론

'울산대신문'을 통째로 도둑맞았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4.

울산대 총학생회 선거를 전한
이유진 전 울산대신문 편집국장에게서
긴급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울산대신문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그 배후를 알아보니
총학생회가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사라진 울산대신문 이야기를 듣고 

삼성기사를 인쇄소에서 몰래 삭제한
시사저널 경영진이 생각났습니다. 
'대학판 시사저널 사태'인 것 같습니다. 
  





(글 - 이유진, 전 울산대신문 편집국장)

비상식적인 울산대신문 무단수거 과정



지난 11월21일 오전 10시, 울산대학교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1월20일 발행돼 전 단대에 배포된 울산대신문 419호(선거특집호)가 통째로 사라진 것입니다. 차량을 이용해 세 명의 남학우들이 5천여 부의 울산대신문을 무단으로 수거해 가는 모습이 학내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에 울산대신문사는 신문 무단 수거 사실을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학우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11월 24일(총학생회 선거 하루 전) 오후 5시,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로부터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제보전화가 편집국으로 걸려왔습니다. 제보자가 있는 장소에는 사라진 울산대신문 5천여 부가 있었습니다.



지난 11월19일에 선출된 모 단과대학 부회장이 소속 동아리 회원들에게 고구마를 구워먹을 때 쓰라며 가져다준 것이 바로 사라진 ‘울산대신문’이었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발행일이 며칠 지나지 않은 신문인데다가 그 부수도 너무 많은 것을 이상하게 여겨 일단 신문을 챙겨놨고 다음날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울산대신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제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울산대신문사의 기자들은 되찾은 울산대신문을 학우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오후 6시 한 시간 반 가량 정문배포를 진행했습니다.






고구마 구워먹으라고 가져다준 것이 사라진 울산대신문


다음날(총학생회 선거 당일), 울산대신문사는 이는 엄연한 ‘절도행각’이자 ‘학우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학생회의 월권행위’라 판단 하에 CCTV에 찍힌 용의자의 사진과 절도행위에 대한 학내 징계 내용 등을 담아 학내에 대자보를 부착했습니다. 그러나 대자보를 붙이자마자 총학생회에 출마한 한 선본이 “선거를 방해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대자보 부착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대자보에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만 게재돼 있을 뿐 신상에 대한 정보는 일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울산대신문 5천부를 전량 회수해 간 이들이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울산대신문사는 신문 무단 수거 사건이 총학생회 선거와 의도치 않은 관련을 맺게 될 것을 우려해 대자보를 학우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대학회관과 학생회관에만 부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총학생회 선거가 끝난 26일 각 단대에 대자보를 부착했으나 이 또한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제거됐습니다.



물증이 모두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울산대신문사 역시나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일단 자사의 입장을 정리하고 부속기관이기 때문에 학내 행정적인 루트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12월 2일 오후 4시 반경 박다영(정치외교학ㆍ3) 편집국장에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바로 올해 울산대학교 총학생회 이종수(법학ㆍ4) 부회장이었습니다. 신문 무단 수거와 관련해 학생회 간부들이 한 일이니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신문 무단 수거의 이유, 사과 등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용건만을 남겼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신문의 무단 수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우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학생회가 학우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신문’을 원칙과 절차 없이 조직적으로 수거해가는 것은 그 누구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또한 울산대신문의 무단 수거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1997년에도 선거특집호를 무단으로 수거해갔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에도 공과대학 학생회에 의해 울산대신문의 5천여부가 무단으로 수거돼 학생회실 앞에 버젓이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나도 신문 볼 권리 있다. 내가 보려고 5천부 가져갔다."


또한 이들은 ‘신문 무단 수거’가 학우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울산대학교의 학우로서 울산대신문을 볼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 5천부 신문을 내가 보려고 했다는 등의 비상식적인 논리로 신문 무단 수거를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학생회 집단의 행동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문의 내용적인 문제가 있다면 편집국에 연락해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문제가 있는지를 얘기하는 것이 순서이고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원칙입니다. 자신들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들의 얘기를 담지 않는다고 해서 학내 언론사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입장의 동일함’은 가장 높은 차원의 관계라고 합니다.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입니다. 그러한 다양한 입장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장만을 관철하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학생회는 학우들의 권리 수호를 외칠 자격이 없습니다.


 

지난해 시사저널 사태를 보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거대 경제 권력을 지닌 삼성이라는 기업이 기자들의 펜을 꺾으려는 모습에 아마추어이지만 프로를 추구하는 ‘대학신문기자’ 또한 분노했습니다.



대학신문이 위기라고 합니다. 저 역시나 지난 4년 간 대학신문기자로 활동해오면서 이러한 위기에 공감하는 동시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울산대신문사 현역기자들과 전국대학신문기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고민해왔습니다. 사실 힘이 쭉 빠집니다. 부족하지만 1만 2천 학우들과 교수, 교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해왔던 기자들의 노력과 정성이 이런 식으로 짓밟히는 것이 말입니다. 하지만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학우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학생회가 기자들의 펜을 꺾으려 한다는 사실이고 또 이러한 일이 우리 대학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 명지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발생했습니다.
명지대 소식도 오는 대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