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대한민국 논객 열전

나우콤 문용식 대표의 최후 진술문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9.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로 촛불집회를 생중계해서
다음 아고라와 함께 민주주의의 성지로 꼽혔던 
아프리카 사이트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아프리카 서비스를 제공한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가 지난 여름 구속되었습니다.
구속 사유는 누리꾼과 공모해서
타인의 콘텐츠로 이익을 도모했다는
저작권법 위반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결심 공판이 12월30일 진행됩니다.
문용식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최후 진술문'을 보내와서 이에 공개합니다.



문용식 대표는 현재 보석으로 출소한 상태다.




문용식 대표의 구속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시 <독설닷컴>은 문 대표를 서울구치소 찾아가 옥중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문 대표 구속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정치적 탄압일뿐더러 인터넷 산업 발전의 싹을 자르는 폭거라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당시, 촛불집회 정국과 맞물려 다음의 ‘아고라’ 및 나우콤의 ‘아프리카(개인 방송 서비스)’를 통해 촛불집회가 활성화 되던 시기였습니다.
문용식 대표의 구속은 촛불집회에 대한 괘씸죄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최후 진술문은  지난 12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웹스토리지 업체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최종 심리를 위해 피고인 최후 진술로 문용식 대표가 직접 작성한 내용입니다.
본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12월 30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있습니다.

문 대표의 유무죄 여부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산업의 규제와 관련해 여러 논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공개합니다. 
문체는 진술문의 형태이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저작권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쟁점과 미래 발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웹스토리지 업체 뿐만이 아니라, 현재 재판중인 네이버,다음의 카페 및 블로그, 판도라TV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글이 길어 먼저 요지를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문 대표가 저작권자에게, 검찰에게, 재판부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저작권자에게 :

저작권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정부의 입법이나 사법부의 판결이 아닌, 업계간의 자율적인 타협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의 창출이다


○ 검찰에게 :

검찰은 구속과 징역형을 남발해서는 안됩니다. 공권력은 공정하게 집행되고, 절도있게 사용되어야 합니다.검찰의 공권력은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저작권자의 창작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편리한 이용과 유통업계의 공정한 접근이 동시에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 재판부에게 :

첫째, 저작권법 조항중에는  일정한 기술적인 보호조치를 수행하면,  웹스토리지 서비스와 같은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사업자의 책임은 면책된다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수행한 나우콤이 이 법조항을 적용받아 면책이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둘째, 일부 이용자의 일탈행위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이용자, 모든 클럽을 범죄시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범지대가 있다고 해서 그 지역 내 모든 가구에 대해 일일이 안방까지 수색하고 들여다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일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민주적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셋째,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물론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이용자, 유통업계, 학계, 법조계, 정치권, 행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과제입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 최후 진술문


제가 구속된 것이 지난 6월이었습니다.
구속 이후 6개월 가량의 기나긴 공방이 이제 대단원을 앞두고 있습니다.다툼이야 어찌됐든 긴 시간 동안 이 사건에 관계했던 고소인, 검찰, 재판부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관계자 각각에게 한두 가지 요청을 드리고자 합니다.


1. 고소인에게 말씀드립니다.

과실과 착오에 의해 고소인의 영화저작물이 일부 침해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DVD 등 영화 부가판권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 오로지 웹스토리지 사업 때문이라는 영화계의 주장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전혀 새로운 뉴미디어의 등장에 대응이 늦은 영화계 내부의 문제점 또한 심각한 자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웹스토리지 서비스를 마녀사냥하듯 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의 파트너로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이런 인식하에 과거 피해에 대한 보상과 아울러 미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얼마전 10월에 문광부 주최로 '서울 저작권 포럼'이라는 행사가 치뤄졌습니다.
거기에 미국 MPA(Motion Picture Association :미국영화협회)의 대표로 '프리츠 어터웨이'란 분이 참석했습니다. 그분의 발표말씀 중에 귀담아 새길 것이 있어서 그대로 전합니다.

"저작권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정부의 입법이나 사법부의 판결이 아닌, 업계간의 자율적인 타협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의 창출이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를 대표하는 분의 말씀입니다.
바로 얼마 뒤 11월에는 구글과 전미출판협회, 전미작가협회 간의 'Google Book Search Project'에 대한 기념비적인 합의가 있었습니다.

구글이 전세계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디지털로 스캐닝하여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대해 2004년부터 저작권을 지닌 출판사,작가들이 온갖 소송을 제기하여 오던 사건이 드디어 4년만에 타결을 보게 된 것입니다.

외신은 이를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합의라고 속속 보도를 했습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외신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합의의 기본골격을 말씀드리면..


- 독자 (이용자)들에게는 출판물에 대한 온라인 접근권을 높이고,
- 출판사와 작가(저작권자)들에게는 저작물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온라인 판매 등의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부여하고,
-구글(유통업계)은 전세계 지식정보의 제공이라는 꿈과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갖는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합의를 접하면서, 업계내의 경제적 이해 다툼에서 시작한 논의가 인류문명의 발전에 한 획을 지을 수도 있는 합의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전율과 함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아름다운 합의! 우리 영화계와 인터넷 업계도 이런 아름다운 합의를 이루어내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2. 검찰측에 말씀드립니다.


검찰은 지난 6월에는 저를 저작권 위반 공동정범이라 하여 구속시키더니 이제서야 저작권 위반 방조죄로 공소사실을 변경했습니다. 지난번 구속 영장 청구가  분명히 무리한 수사였음을 검찰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징역 4년형을 구형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5년 넘게 징역을 살아봐서 잘 아는데, 징역 4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구형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검찰은 구속과 징역형을 남발해서는 안됩니다. 공권력은 공정하게 집행되고, 절도있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검찰의 공권력은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저작권자의 창작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편리한 이용과 유통업계의 공정한 접근이 동시에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위주의 저작권 단속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폐혜 또한 급증하고 있음을 검찰은 알아야 합니다.

저작권 파파라치 역할을 하는 일부 로펌이 등장하여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4,7000만 대한민국 전부가 잠재적인 범법자화되어 가고, 급기야 지방의 어느 학생은 고소 협박에 못이겨 자살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모든 사회적 폐해가 검찰의 일방적인 공권력 사용 때문임을 검찰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3. 재판부에 말씀드립니다.


먼저 이 사건처럼 이해관계자도 많고 법리상의 다툼이 치열한 재판을 맡아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원만하고 성의있게 재판을 진행해 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재판부에는 3가지를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이 사건의 요지는 나우콤의 서비스와 행위, 저의 행위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판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증거와 증인을 통해 입증되었듯이, 나우콤은 포탈, 웹스토리지, p2p, 기타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통틀어서 국내 최고 수준, 아니 세계 최고 수준의 저작권 보호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기술적 보호조치도 그렇고, 모니터링 등 운영상의 보호조치도 그렇고, 서비스 기능이나 마케팅 정책에 이르기까지 최고수준의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이런 나우콤이 유죄라면, 과연  저작권법으로 처벌받지 않을 업체가 이 세상에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저작권법 조항중에는  일정한 기술적인 보호조치를 수행하면,  웹스토리지 서비스와 같은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사업자의 책임은 면책된다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수행한 나우콤이 이 법조항을 적용받아 면책이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둘째, 검찰은 피디박스, 클럽박스의 서비스 내에 일부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이용자와 클럽이 있다는 이유로 나우콤을 처벌하자고 합니다. 일부 과실과 착오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문제있는 클럽이 있다고해서 그게 저작권 침해 정범이나 방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철학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일부 이용자의 일탈행위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이용자, 모든 클럽을 범죄시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범지대가 있다고 해서 그 지역 내 모든 가구에 대해 일일이 안방까지 수색하고 들여다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일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민주적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일부 클럽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서비스 운영자가 이용자의 클럽활동 내용까지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보다 더 중요한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나 민주적 기본권리가 침해된다면 그건 더 큰 문제를 낳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번 재판의 의미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은 저작권 보호와 이용에 관한 발상에 혁명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인터넷이라는 전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인간의 생활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서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고, 노동을 하고, 여가시간에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등의 인간생활 기본방식이 근본에서부터 180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사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는 한 시대의 초입에서 그 놀라운 전환을 다같이 목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지식,정보, 창작물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시기이고, 이런 점에서 이번 재판은 영화업계와 웹스토리지 업계간의 분쟁 차원을 넘어서 인류의 문명사적인 전환에 걸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예비하는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세상에는 저작물과 컨텐츠가 넘쳐납니다. 과거 컨텐츠가 희소했을 시절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유통 채널별로 저작권 보호 체계를 세웠던 아날로그적인 법개념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디지털 문화 향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물론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이용자, 유통업계, 학계, 법조계, 정치권, 행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 합의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21세기 지식정보 문명 시대에 대한민국은 전세계에 우뚝 서는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 대한민국이 세계 인류와 세계 문명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인프라와 국민들의 뛰어난 능력을 볼 때 반드시 해낼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재판의 판결이 저작물의 창작과 이용, 그리고 디지털 유통 간의 미래지향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