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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로 가는 길

누군가 블로그의 미래를 물어서, 이렇게 답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20.


11월말에서 12월초에 이르는
2~3주 동안 집중적으로
대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었습니다.
(아주 허리가 휠 지경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기자에 대해서
혹은 블로거에 대해서 
묻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블로그에 대해서 답했던 것을 
학생이 보내주어서 공개합니다. 
'블로고스피어'의 발전에 대해 
함께 고민할 텍스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조사론(이하 커):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커뮤니케이션 조사론이란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바쁘신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시사IN이라는 주간지소속으로 계신데,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이하는 문장 길이 상 평서문 사용)

-고: 일단 회사차원에서 블로그에 대한 지지와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도 많았다. 일단 주간지라는 매체의 한계가 있었다. 한 주에 한 번씩 발행되기 때문에 기사 콘텐츠 자체가 호흡이 길다. 한 주 동안 지속가능한 뉴스를 써야만 한다거나 다음주에 뉴스화 될 소재에 대해서만 쓸 수 있는 약점이 있었다. 또한 뉴스독자들의 need를 충족하고 싶었고 그 때 그때 빠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 이슈에 대해서 화두를 던지고 싶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커: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촛불집회를 통해서 블로그 저널리즘이 급격하게 인지도와 영향
력이 상승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 미디어에 발달은 기술의 발달과 대형 이슈, 이 두 가지 측면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1인 미디어라는 유통망이 웹2.0의 시작과 함께 태어났고, 특히 각각의 블로그들을 모아주는 메타블로그나 블로고스피어의 활발한 성장으로 1인 미디어로서의 입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 성장으로 블로그가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촛불집회라는 대형 이슈에서 큰 활약을 함으로써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십분 발휘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집회 이전의 블로그는 아카이브형, 취미형 형태의 기존 이슈를 통한 후일담적 감상이 대부분이었다면 그 후의 블로그는 이슈형, 현장형의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는 주요 촉매제가 되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 고재열기자는 시사인에서 집필하는 컨텐츠와 독설닷컴 블로그에서 업로드하는 컨텐츠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 또한 소속 언론사의 편집방향과 종속형 기자 블로그의 편집방향이 다를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고: 일단, 첫 번째 질문부터 답하겠다. 시사인은 주간이고, 시사지이다. 주요독자는 3,40대 남성 직장인이고, 그들이 다음 주에 관심 있을 법한 이야기에 대해서 쓴다. 블로그는 나의 시선으로 본,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블로그적인 호흡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내가 던지고 싶은 화두를 올린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자 블로그 역시 현재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본다. 기자라는 직업의 연장선상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 조건이 많다고 본다. 처음에는 자기만의 소신있는 필력을 자랑할 수 있었겠지만, 지위가 지위인지라 소속언론사의 이의가 많이 들어오고,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기자 블로거들은 극소수만 블로깅을 계속 하고 대부분 중도에 그만 둔다. 



-커: 블로그 뉴스와 기존 저널리즘의 지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고: 교통수단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블로그가 자가용이라면 기존 미디어는 택시나 버스, 지하철 혹은 대리운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내게 자가용이 생겼다고 해서 기존 대중교통이 사라진다거나 이용을 안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서로 상호보완적이다. 다만, 내가 자가용을 탔을 때는 사고에 대한 배상이나 책임을 내가 져야하는 것처럼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그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기존 언론만큼 딱딱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기존 미디어는 제대로 된 정확한 주경(晝景)이라고 한다면, 블로그는 감성적인 야경(夜景)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본다는 것은 나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경을 어떻게 보고 느낄 것인지,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커: 블로그가 몇 년전부터 꾸준하게 성장해오고 있지만, 잘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변질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쳐야할 부분과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고: 일단, 블로그가 미디어화됨에 따라서 나쁜 점도 닮아가는 것 같다. 홍보성 글이 계속 실린다거나 기존 이슈에 얹어간다거나, 예전 스포츠신문의 낚시성 글처럼 기존 미디어의 병폐들이 똑같이 나타난다. 이 또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도와 투명성이 점점 더 강조되는데 아직 우리 블로그 사회에는 이에 대한 의식이 정립되지 못했고, 이에 대한 교육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블로그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보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전업 블로거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본다. 꾸준한 수익창출이 현실적으로 갖춰진다면 그 블로거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어중간하게 정착되면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 순수한 블로그 사회에 자본이 유입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시청률에 따라서 광고가 달라지는 것처럼, 광고를 많이 끌어오기위해서 트랙백을 높이려고 할 것이고, 그럼 선정적이고 인기에 영합하는 컨텐츠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자기 블로그의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해서 소액의 수입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커: 블로그의 미디어로서의 꾸준한 성장으로 인해 기존 종속형 언론기자들이 위협을 받을지는 않을지 알고 싶다.

-고: 기자들의 지위는 스페셜 제네럴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기자는 전달자로서 스페셜리스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스스로 미디어화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굳이 돈을 들여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탈 필요없이 자신의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온 것이다. 각 전문가들은 기자를 거칠 필요없이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독자들은 기자를 거칠 필요없이 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기자의 칼럼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명확한 전문가들의 글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저널리즘의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커: 본 조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블로그의 신뢰도라고 본다. 블로그의 신뢰도는 어떻게 창출되는가?

-고: 유용성면에서 블로그는 개인교사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을 갈 때, 신문의 짧고 허술한 여행섹션의 글보다는 직접가서 겪은 블로그의 글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본다.
블로그를 포함한 미디어의 신뢰도를 따졌을 때, 방송매체-블로그-신문 순이었던 기사가 있었다. 왜 블로그를 신뢰하게 되었을까? 스스로 검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권위에 기댄 신뢰 모형과 다르다. 기존 미디어의 신뢰도는 부여된 것이지만 자신이 찾아가는 블로그의 신뢰도는 스스로 부여한 것이다. 한국은행이나 경제연구소에서 말하는 것보다 DAUM의 미네르바를 훨씬 더 신봉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커: 마지막 질문이다. 블로그가 언론 매체로서 나아가야 할 이상향은 무엇일까?

-고: 조갑제닷컴이나 지만원씨의 사이트처럼 자기 생각을 따르게 해서 종교화하는 것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함께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창조적인 비판과 대화를 통해서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이 완벽하게 정립되어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현재 블로그에 다음의 아고라 기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커뮤니티-아고라-블로그의 기능히 혼합된 블로그가 필요하다. 이런 기능이 연동되면 건전한 토론의 장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 지금까지 부족한 저희 인터뷰에 성실하게 대답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인터넷상으로도 자주 찾아가서 자유로운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