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파워블로거로 가는 길

기자블로거, '블로커'로 진화하라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10.





지난 주, ‘블로거뉴스 기자상’과 관련해 시사분야 후보가 기자들 일색이라고 비판하는 글이 <독설닷컴>에 트랙백으로 달렸습니다.
이 글과 관련해 저는 ‘기자블로거들을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블로거뉴스 기자상’ 후보에서 기자블로거들은 제외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만,
기자블로거들의 역할은 인정해주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 이와 관련해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었습니다.
주장은 다양했습니다.
블로거뉴스 틀 안에서 같이 경쟁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었고,
블로거기자상을 받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고,
기자들과 일반 블로거들이 혼재되어있는 블로거뉴스 상황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블로고스피어에서 기자블로거의 역할’에 대해서 발제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에 추가 발제를 통해 논의를 더 진전시켜보려고 합니다.
제 발제문에 트랙백을 걸어주신 블로그를 찾아가
이런저런 댓글을 달면서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일반블로거분들에게 드리는 제안과
기자블로거들에게 드리는 제안을 나눠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주>

제 논의는 '블로고스피어'에서 '1인미디어'라고 의식하며 블로거뉴스 등 퍼블리싱 시스템 안에서 경쟁하는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미디어를 욕망하는 블로거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자기가 좋아서 자신을 위해서 하는 대다수의 블로그와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분들은 지금처럼 자신을 위해서 블로깅하시면 됩니다.

다수가 욕망하는데 재화가 한정되어 있을 때 사회적 갈등이 초래되는 법이죠.
미디어를 욕망하는 블로그가 넘어야 할 벽으로서의 기자블로그,
그리고 기자블로거가 '블로고스피어'에서 맡아야 할 역할 등이 제 논의의 범위입니다.







먼저 일반블로거분들에게 드리는 제안입니다.



기자블로거와 일반블로거의 경쟁은 분명 불공정 경쟁입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반블로거가 스스로 진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블로고스피어’의 현실입니다.



‘블로고스피어’는 기자블로거의 진출로 새로운 판이 짜여졌습니다.
앞으로 전문가들의 진출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일반블로거들은 기자블로거와 ‘전달자’의 역할을 두고 다투고,
전문가블로거들과는 ‘전문성’을 두고 각축하게 될 것입니다.



블로거는 크게 두 계열로 나뉩니다.
이슈형-현장형-취재형 계열의 블로거가 있고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영향력이 큽니다. 그러나 충성도가 낮아서 기복이 심합니다.)
취미형-아카이브형-해설형 계열의 블로거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다수지만 영향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서 꾸준합니다.)



이중 이슈형-현장형-취재형 계열의 블로거는 기자블로거와 다투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미형-아카이브형-해설형 블로거는 전문가들과 다투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자블로거의 진출이 활발했고, 내년에는 전문가 블로거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미네르바 신드롬’ 이후에 ‘나도 미네르바처럼 인터넷 논객이 되겠다’라고 마음먹은 전문가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전직 장관...전직 논설위원...)



이들과 경쟁해서 승리했을 때, 일반블로거는 진정한 ‘파워블로거’가 될 것입니다. 
지금 시각은, 기자블로거가 블로거뉴스 기자상을 일반블로거들과 다투는 것을 전국노래자랑 초대가수가 출연자들과 상을 놓고 경쟁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관점으로 봅니다.
기자블로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 수상자가 아니라, '가요대상' 최우수상 수상자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논쟁은 ‘블로거뉴스기자상’을 놓고 벌어졌지만,
아마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은 ‘다음 메인화면 노출’과 ‘블로거뉴스 베스트 날개 노출’에 대한 부분일 것입니다.
일반블로거들이 다음블로거뉴스의 ‘트래픽 폭탄’을 욕망하는 한, 기자블로거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비유하자면 다음블로거뉴스는 블로고스피어의 이마트라 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에 입점하게 되면, 그리고 상품이 좋은 자리에 배치되면 그 제품은 엄청난 판매고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음블로거뉴스를 통하면 블로그가 급성장할 수 있습니다.
<독설닷컴>이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마트는 이마트의 논리가 있습니다.
입점할 제품의 회사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 제품 선택과 진열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이 알고 보면 더 좋은데’ ‘우리 제품이 알고 보면 더 싼데’라고 생각하는데, 이마트가 입점을 시켜주지 않거나 구석으로 처박아 둘 수 있습니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일단 브랜드가 있는 제품을 선호할 테니까요.
기자블로거의 이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결국 이마트가 입점을 시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자리를 주지 않을 수 없도록 스스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블로거뉴스의 편의에 의한 것이고, 블로거뉴스가 기자블로거를 우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동 알고리즘에 의해 기자블로거도 가차 없이 낙오됩니다.



최근 <독설닷컴>도 낙오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대로 회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트래픽이 평소의 1/3~1/5로 줄어들었습니다.
‘다음 메인화면’은커녕 ‘블로거뉴스 베스트’에도 못올라갔습니다.
나중에 이것이 <독설닷컴>의 신뢰도 등급이 낮아져서 생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독설닷컴>에서 가벼운 포스팅이나 보도자료를 직접 올리는 실험적인 포스팅을 자주 했습니다.
그냥 가볍게 누구든 자료로 볼 수 있게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포스팅 때문에 추천수가 별로 안 나오고 클릭이 별로 안 되는 포스팅이 빈발하면서 자동 알고리즘에서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자동 알고리즘이라는 게임의 규칙이 갖는 엄혹함을 정말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만 포스팅하고 가벼운 콘텐츠는 블로그에 공개만 하고 있습니다.
자동 알고리즘이 완벽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게임의 법칙’으로 존중해줄 만큼은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서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에 입점한 업체가 이마트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다른 유통망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홈플러스와 홈에버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안 그러면 블로거뉴스 시스템에 맞춘 블로그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설닷컴>도 이에 대한 고려를 여러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기자블로거와의 경쟁과 관련해, 기자블로거를 능가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디어몽구'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보다 먼저 가서 취재하거나, 기자보다 나중까지 남아서 취재하거나
열심히 정보를 찾아서 중요한 사건 현장에 가거나, 취재를 지명도를 높여서 초청 받거나...



기자의 경쟁은 언제나 불공정합니다.
같은 기자라도 오래 출입한 기자와 그렇지 못한 기자
조중동 기자와 방송기자 등 유력 매체 기자와 다른 일간지 기자, 그리고 일간지 기자가 아닌 주간지 기자, 인터넷 기자, 그리고 이런 출입 기자가 아닌 비출입기자...
언제나 경쟁 조건은 다릅니다.



그러나 사건은 공정합니다.
누구도 똑 같은 사건을 두 번 취재하게 되는 행운을 안은 기자는 없습니다.
사건은 누구에게나 처음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취재를 하다보면 강점이 약점이 되고 약점이 강점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관건은 누가 더 열심히, 혹은 누가 더 지능적으로 취재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일반블로거들이 접근이 안 되는 기자실과 보도자료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저 기자실을 하루도 출입 안하고 지금까지 기자생활 했습니다.
그리고 보도자료로 특종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뭐 제대로 특종한 것도 거의 없지만요).
기자실은 '기자들의 온실'일 뿐이며 낙종을 하면 안 되는 기자들의 의지하는 '기자들의 보험'일 뿐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이제 보도자료는 거의 실시간으로 기사화 됩니다.
기사를 그냥 보도자료처럼 참고하시면 됩니다.
'보도자료 컴플렉스'는 벗어나 주셨으면 합니다.
기사의 이면을 발견해서, 기자를 넘어서는 블로거가 되시길 바랍니다.



발가는대로라는 기자블로거가 있습니다.
이 분이 정유회사에서 출입해서,
정유회사에서 보도자료 받아서 기름값 특종하는 것 아닙니다.
출입하지 않아서 정유회사 출입하는 기자들은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보도자료 받아보는 기자들처럼 안주하지 않아서 특종을 하는 것입니다.
이 분은 취재부가 아니라 편집부에서 근무해오신 분입니다.
기자실과 보도자료를 모르고 살아오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취재 노하우를 개발해서 보도자료에 의지하는 출입처 기자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예가 ‘잘하는 사람처럼 당신도 잘하라’ 라고 채찍질하는 얘기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지, 길이 있는 곳에 뜻이 있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에게 '블로커' 모형을 제안한다.




다음은 기자블로거들에게 드리는 제안입니다.



제 제안은 간단합니다.
‘블로커’가 되라는 것입니다.
‘블로커’는 블로거와 브로커의 합성어로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블로거 역할을 하면서 블로거와 누리꾼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도 하라는 것입니다. 
 

‘독설닷컴’이 추구하는 모형이 바로 ‘블로커’ 모형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담론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 ‘독설닷컴’은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알리바이는 만들어 두었습니다.
짧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하나, ‘블로거와의 대화’라는 판을 만들어서 블로거들이 유명 인사와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둘, ‘블로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숨은 고수들이 ‘블로고스피어’에 빠르게 데뷔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셋, ‘독설닷컴 프로젝트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자 지망생 등 신규 블로거들이 아이템을 잡고, 취재 계획을 세우고, 기사 작성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데스킹을 해줘서 이들이 히트작을 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넷, ‘보도자료닷컴’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보도자료닷컴’이라는 게시판은 누리꾼들이 취재하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려두는 게시판입니다. 아예 보도자료가 들어오는 제 이메일을 '블로고스피어'에 공개해서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형을 만들면서
제가 세웠던 원칙은 ‘자기 장사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설닷컴’을 통해 포스팅하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3회 이내로 하고 자기 블로그를 효과적으로 런칭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제 블로그 운영과 관련해 제 일은 스스로 포스팅하는 블로거일과
이런저런 콘텐츠를 조율해 데스킹하는 브로커일이 거의 반반이 되었습니다.
이런 협업을 통해 <독설닷컴>에서는 매주 새로운 이슈를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블로커’ 모형이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추구해야할 모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지금 가장 민감한 현안이 바로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갈등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기자분들이 많이들 섭섭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 ‘블로커’ 모형이 상근기자와 시민기자가 갈등을 줄이고 윈윈할 수 있는 모형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근기자가 때로는 전면에 나서고, 때로는 뒤에서 백업해주기도 하면서 유연하게 역할을 수행한다면 상생모형을 만들어내고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갈등이 생길 경우,
조직 생리상 상근기자 위주의 판단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말이 말을 낳고, 결국 신뢰가 붕괴됩니다.
지금처럼 취재부와 편집부가 나뉘고 상근기자와 시민기자가 나뉘는 이분법을 버리고
상근기자가 ‘블로커’가 되어 시민기자들과 그때그때 이합집산을 이뤄가며 이슈에 대응하면
오마이뉴스가 또 다른 차원의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오마이뉴스의 숙련된 상근기자들은 ‘블로커’ 역할을 멋지게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린 편집 등 오마이뉴스는 이미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연호 선배는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수강생들의 '블로커' 역할을 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그러나 좌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오마이뉴스 기자가 블로거가 되어 각개약진으로 블로거뉴스판을 점령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도 않을 것이며,
성과물의 밥상이 블로거뉴스가 아니라 오마이뉴스에 펼쳐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상생모형을 만들어 더욱 도약하시길 바랍니다.



사족> 요즘 ‘독설닷컴’ 안티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더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안티독설닷컴’ 게시판을 만들고 그곳으로 퍼다 올려놓겠습니다. ‘독설닷컴’이 안티가 생길 정도로 그렇게 영향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블로거뉴스 전체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은(등록하지 않은 블로거가 워낙 많아서 1위라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비판을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