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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무산된 평창, 이렇게 살 길 찾았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22.

 

“동계올림픽 무산된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다.
외지인들 배만 불리고
주민들은 헛바람만 들었다”


평창 주민에게 들은 말입니다.
지난 주말 평창에 다녀왔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된 후로
시름에 젖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활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송어? 주민들이 솜씨를 발휘해서 만들었다.




지난 주말 평창에 다녀왔습니다.
‘평창송어축제’를 준비 중인 지역 주민들이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블로거들을 초청했는데, 저도 블로거의 일원으로 다녀왔습니다.
(<독설닷컴>을 통해 저도 행사를 알렸는데, 참여한 블로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블로거분들은 전세버스로 다녀왔는데 저는 가족을 데리고 직접 운전해서 가느라 좀 늦었습니다.



늦게 도착한 탓에, 송어 낚시 행사나 레포츠 시설 체험 행사는 함께 하지 못하고
저녁 때 축제에 관여한 주민분들을 만나보았는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축제는 실패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이 축제는 실패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절실함을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들이 절실하다는 것은 화장실에서도 알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춥지 않도록 화장실에 난로를 피웠다.



실패하면 안 되는 이유는 평창군이 동계올림픽 유치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평창군이 다시 승부수를 건 ‘평창송어축제’ 마저 실패할 경우, 주민들이 낙담해서 회복하기 힘들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일전에 취재하면서 보니까, 최악의 수재는 수재가 난 곳에 다시 수재가 나는 것이 최악의 수재더군요.



다행인 것은 ‘동계올림픽 로또’를 놓쳤지만 의외로 주민들은 담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계올림픽 덕을 보려고 미리 손을 써둔 사람은 외지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땅을 사고 건문을 올리며 올림픽 특수를 준비했습니다.
손해를 본 사람은 그들이었습니다.



얻을 것이 없었던 주민들은 잃을 것도 없었습니다.
한 주민이 말했습니다.
“동계올림픽 무산된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다. 외지인들 배만 불리고 주민들은 헛바람만 들었다. 땅 값이 올라 농사짓고 싶어도 임대료 때문에 못 지을 지경이었는데,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 주민들이 ‘동계올림픽 로또’ 대신 스스로 찾은 답이 ‘송어축제’였습니다.
이미 화천군에서는 ‘산천어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창군에서는 ‘송어축제’가 ‘산천어축제’만큼 커져서 다시 지역에 활기가 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것이 ‘평창송어축제가 실패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평창송어축제가 실패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주민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들은 열정이 있었습니다.
여느 관제 행사와는 달랐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지역축제의 ‘배후세력’은 현지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세 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왼쪽이 박대원님이다. 평창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의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먼저, ‘평창송어축제’의 리베로로 활동하시는 박대원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재주가 많은 이 분은 축제 홈페이지 관리부터 조직, 홍보까지 축제 전 분야에 걸쳐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 ‘지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밤늦도록 블로거들을 붙들고 지역의 절박함을 전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평창이라는 곳이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블로거들이 묶었던 펜션, 밤새 눈이 와서 풍광이 더욱 멋졌다.



다음은 블로거들이 묶었던 팬션의 주인아저씨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분은 최근에 이 펜션을 인수했습니다.
펜션 옆에는 진짜 숯을 구워내는 숯가마가 있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숯가마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숯을 다 꺼내고 이틀이 지난 상태라 숯가마 체험은 했지만 아쉽게도 삽에 삼겹살을 올려서 3초만에 구워내는 ‘숯가마 삼겹살’ 체험은 못해 보았습니다.)
숯공장에는 중국 교포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오른쪽이 김영규님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스키도 대여해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마지막은 ‘바람마을 의야지’에서 겨울 눈꽃축제를 만들어낸 김영교님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농한기에 동네 어르신들과 화투나 치면서 동동주가 축내고 있었을 시기에,
그는 머리에 헤드셋을 장착하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양떼 먹이주기 체험과 양떼 몰이 구경을 안내하며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바람마을 의야지’는 올 가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아와 ‘풀썰매’를 타다 굴러 넘어져서 유명해진 곳입니다. 하늘이 주민들을 도우려고 그랬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굴러 넘어지고 이 연속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김영교님은 정말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분이었습니다.
벌써 관광객이 10만명이 넘었다며, 앞으로 100만명을 넘기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평창송어축제’와 ‘바람마을 의야지’ 체험에 대해서는 다녀오신 블로거분들이 자세히 올릴 것입니다.
저는 이 두 축제와 이 두 축제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지역 주민들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맡으려고 합니다.
평창에는 ‘용평리조트’와 ‘보광휘닉스파크’라는 두 곳의 큰 스키장이 있습니다.
이 스키장에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이 스키장과 경쟁하면서 자신들만의 축제를 만들어내는 주민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삼성을 인수할 사주를 타고 나신 대재벌 2세가 배고픈 양에게 먹이를 주고 계시다.



이 분들의 감각은 기자가 아니라 블로거를 초청한 것으로도 증명된 것 같습니다.



지역주민과 블로거들이 연결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올해 2회째 ‘평창송어축제’를 여는 평창군 진부면 주민들은 홍보가 아쉬웠습니다.
이 지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한겨레신문 윤승일 기획위원이 블로거를 통한 홍보를 제안했습니다.
윤승일 기획위원은 블로거 초청 행사를 주관해달라고 ‘미디어스’의 후배에게 부탁했습니다. 



미디어스에서는 블로거 ‘미디어 몽구’를 운영하는 몽구님과 저에게 블로거 섭외를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블로그에 공지해서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여명의 블로거가 이번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생각보다는 호응이...
1년 전에는 기자들을 초청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기자는 몇 명 안 오고 대부분 유람 온 광고국 간부나 영업부 간부였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