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닷컴'은
'언론노조 총파업 블로거 특별취재팀'의
간사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언론보도 모니터링팀의
'스폰지밥'님이
지난 한 주간 펼쳐졌던
MBC와 중앙일보의 논리싸움을
정리했습니다.
'디테일 싸움'을 즐기시는 분들께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것 같습니다.
(글 - 스폰지밥, 기획 - 고재열)
언론의 핵심은 ‘전달’인데요, 현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언론매체들이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지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매체를 중심으로 신문·방송법 보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실 제가 챙겨보는 두 매체라서 그렇습니다. 공교롭게도 아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더라고요.)
우선 미디어 관련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겠죠.
미디어 관련 법안은 신문법, 방송법으로 나뉩니다.
① 신문법의 핵심은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입니다. 이외에도 신문 간 복수 소유금지를 폐지하며, 인터넷 포털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② 방송법의 핵심은 방송 진입·소유 규제의 완화입니다. 신문·대기업·통신사가 지상파 방송 지분의 20%,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의 49%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합니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 비율을 49%에서 30%로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2008 12. 25 현재)
이 법안을 보도 매체들이 ‘미디어 법안, 신·방법, 방송법, 언론법’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칭하고 있죠.
우선 중앙일보의 보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08년 12월 4일 ‘신문·대기업, 지상파 지분 20%허용’이라는 보도가 납니다. 위에 말한 개정안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으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하여 끝을 맺네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의미 없는 칸막이 규제는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는 철학을 이번 법안에 담았다.’
같은 날 중앙일보의 사설 제목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난 미디어 법안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중앙일보는 미디어 법안 개정을 강하게 찬성하는 것 같네요.
이 사설의 중심내용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키로 한 것이 뒤늦게나마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의미가 있고, 신문 방송의 겸영을 완전히 금지하는 국가는 OECD중 한국 밖에 없다는 겁니다. 언론법은 신군부가 남긴 악법이며, 규제를 철폐하면 방송 산업이 성장하여 일자리가 늘어나니 경제에도 좋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미 다른 국가에 비해 늦었으니 규제 타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습니다.
흠, 여기까지 보면 정말 현재 미디어 관련 법안을 다 뜯어 고쳐야 할 것 같네요.
이 사설의 주장은 후에 외부 필자인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의 글
‘미디어만 5공 틀에 가둘 건가’에서 더욱 확대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데, 법을 그대로 두어서야 되겠냐고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신문사의 방송진출은 특혜가 아니라, 그동안 신문사들이 받은 차별 대우의 시정입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을 직접 언급하며 미디어 법안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를 계속 냅니다. 여기까지 중앙일보를 본 사람들은, 꼭 신문방송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저처럼 의문을 갖게 되죠.
-의문점-
1. 언론의 역할은 ‘권력 감시’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의 막대한 권력인 기업이 언론에 진출한다면, 공정한 감시가 가능할 수 있을까? 법안에 이에 대한 내용은 없나?
(자본이 언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시사저널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2. 다른 국가들이 다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건데, 영국· 미국 · 독일이 선진국이라고 해서 그들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나? 마치 총기소유가 캐나다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허용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괜찮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3. 그들이 말하는 ‘규제 철폐’는 자유 경쟁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다. 대기업과 거대신문사가 방송 산업에 진출하면 독과점 형태가 아닐까? ‘다양성’이 무시된다는 우려는 검토되지 않았나? 지금도 작은 신문사와 거대 신문사는 싸움이 되지도 않는데, 거대 신문사에게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공정할까?
4. 정말 그렇게 일자리가 많이 생길까?(2012년까지 116조원의 생산액 증가와 29만 개의 일자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대요)
5. 법안이 상정되기까지 합당한 절차를 거쳤는가? (앞으로 거칠 것인가?)
의문점을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 문제. 2. 다른 국가의 예를 들 때 우리나라의 특수성, 상대성 문제. 3. 언론 산업의 독과점 문제. 4. 경제적 효과 문제. 5. 민주주의 ‘절차와 의견 수렴의 문제’ |
실제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전국 언론학자 200여명의 정책 대안 모임인 ‘미디어 공공성 포럼’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고, 언론노조가 파업을 하려는 것이죠.
중앙일보는 전국 언론학자 뿐 아니라 평범한 독자인 저도 제기할 수 있는 의문점에 대한 보도는 해주고 있지를 않네요. 그냥 해야 된다는 겁니다. 반대하면 자사이기주의고요.
MBC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취재 차량.
다른 매체는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KBS에서는 특이할만한 보도가 없었거든요.
12월 19일 뉴스데스크에서는 방송법 관련 보도가 3꼭지 등장했습니다.
제기한 문제는 공영성 훼손, 정보 독점의 폐해입니다.
언론 고유의 감시 기능이 무시되고,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선정적인 방송만 내보낼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러한 문제제기는 타당해 보입니다.
현재 케이블에서 대기업(CJ같은)이 소유하고 있는 채널의 몇몇 프로그램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요.
같은 날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방송법 개정에 대해 다루네요.
크게 두 가지 문제 제기를 합니다. 공익성과 언론 독과점 문제입니다.
언론의 감시 기능을 받아야 할 ‘경제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여 유착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거고요, 독과점 문제는 이른바 조·중·동이라 일컫는 신문사들이 현재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이 지상파까지 진출 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겠죠.
시장 점유율 뿐 아니라 조·중·동의 신뢰도와 그들의 정치적 색깔을 본다면
분명 우려할만한 문제입니다.
12월 22일, 23일 이날은 가장 흥미로운 날이었습니다.
미국·EU는 글로벌 미디어 키우는데
한국은 ‘이념-방송 이기주의’에 발목
(중앙일보 12월 22일자)
글씨가 커졌다고요? 실제로 이렇게 큰 글씨로 기사가 실렸거든요 ㅋㅋ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미디어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 즉, 자사 이기주의라는 거죠. 지상파의 독과점으로 인해 콘텐트 시장의 발전이 지연되었다는 분석이네요.
다른 기사입니다.
“KBS, MBC 병풍부터 광우병까지 일관되게 편파보도”
입니다. 신문 한 면 전체를 할애했습니다. 편파 방송이 왜 생기는 지는 ‘주인 없는 MBC, 노조에 휘둘려’ 라는 기사로 설명합니다. 전 조선일보는 안 보는데, 조선일보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린 모양이네요.
이에 대해 MBC는 뭐라고 하나요?
MBC는 ‘편파보도’ 판정을 단체에 주목합니다.
‘공정언론 시민연대’라는 곳인데요.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볼까요?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인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
성병욱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공동 대표고,
조선일보 류근일 전 주필과 중앙일보 봉두완 전 논설위원이 고문으로 되어 있네요.
이 단체의 보고서가 신뢰할 만할까요? 흠, 고개를 젓게 됩니다.
12월 25일 관련된 중앙일보 기사를 찾아보니, 이번엔 작은 박스 기사로
"중립적 학회에 연구 의뢰해서 MBC 편파성 여부 조사해 보자. 공언련, MBC에 제안”
가 실렸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기사에 대해 가만히 있던 KBS를 ‘적자예산을 편성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칭찬합니다. 어이구~ 이거 너무 속이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같은 날 사설의 제목은 ‘공영 제대로 하라. 수신료 더 내겠다.’입니다. MBC가 문제라는 거죠.
신문 방송법의 문제가 갑자기 MBC의 구조문제로 바뀌어 갑니다.
12월 23일, 중앙일보의 또 다른 전면 기사입니다.
‘언론 규제 가장 심했던 프랑스도 TV, 신문 벽 허무는데···’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세계적 추세라는 거죠.
또한 ‘MBC만 유독 언론 장악 음모 궤변’ 이라며 꼬집습니다.
MBC가 민영화를 반대하며 억지주장을 펼친다는 거네요.
같은 날 MBC뉴스에서는 ‘재벌·신문 방송 소유법, 세계적 추세?’ 라는 보도를 합니다.
신문사와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도, 대신 제한 조건을 둔다는 거죠.
독일은 전체 언론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지 않아야만 방송이 가능합니다.
영국은 전국 독자 20% 이상을 점유한 신문사를 방송사의 지분을 20%이상 소유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유력 지방지는 지방 방송 면허를 획득하지 못합니다.
미국은 같은 지역 안에서 신문, 라디오, TV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소유할 수 없습니다.
중앙일보에서 예를 든 워싱턴 포스트가 가지고 있는 6개 방송사는 전부 지역방송입니다.
중앙일보는 이 내용을 신문 오른쪽에 박스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게 처리했습니다.
덧붙여, MBC는 절차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규제를 풀거나 바꿀 때는 까다로운 절차와 철저한 여론 수렴이 필수인데,
방송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한 달도 안 돼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자,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장은(뭐가 이렇게 길어 헥헥)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까요?
그는 12월 2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여론 독과점의 우려를 반박합니다.
“채널이 400개가 넘는 IPTV 시대에, 어떻게 여론 독과점이 발생할 수 없다, KBS나 MBC도 채널 중 하나가 될 뿐이다. 특정 신문이나 재벌이 방송에 참여함으로써 여론 독과점이 된다는 주장은 아날로그식 관념이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400개 채널은 전부 무슨 채널입니까?
골프, 패션 등 정치적인 기능이 없는 채널이죠.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재벌과 보수신문의 지상파·보도·종합편성 진출을 반대하는 것은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보도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400개 채널이 성격도 다르고, 동일하게 경쟁하지 않는 다는 거죠.
(관련기사 한겨레 “대기업·신문, 지상파 방송 참여해도 여론독과점 불가능?)
제기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답변을 정리하겠습니다.
1.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 문제. : ? 2. 다른 국가의 예를 들 때 우리나라의 특수성, 상대성 문제. (특정 3개 신문사가 시장을 70%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정치적인 색깔이 강한 편이고, 신뢰성도 떨어진다. 지상파 진출에 문제가 없겠느냐?) : ? 3. 언론 산업의 독과점 문제. :400~500개 채널이 경쟁하는데 독과점 문제가 왜 발생 하냐고 반박합니다. → 그 채널의 성격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IPTV 시대가 열린다는데, 아직까지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훨씬 큽니다. 즉 지상파 진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4. 경제적 효과 문제. MBC뉴스가 오늘 반박하네요. (뉴스데스크 12. 25 방송 산업 육성론의 '허구') 이에 대해 뭐 곧 대답해주시겠죠. 5. 민주주의 ‘절차와 의견 수렴의 문제’ ? 폭력적이고 대화하려 하지 않는 야당 잘못이라는 비판만 보입니다. |
저는 미디어 법안이 타당한 것인지, 아닌지 잘 모릅니다.
너무도 다른 보도 형태를 비교해 본 결과, MBC의 논리가 더 ‘타당해 보입니다.’
제기한 다섯 가지 문제에 대답해주지 않는 다면 아마도 계속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언론의 핵심은 ‘사실의 전달’이라고 서두에서 운을 뗐습니다.
두 매체가 전부 ‘주장’만 한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MBC는 타당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기주의라고 매도해버리기엔,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들이죠.
한나라당 미디어특위와 중앙일보가 하루 빨리 5가지 질문에 대답해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중앙일보..
MBC때리기만 힘쓰지 마시고 좀 더 설득력 있고 균형 있는 보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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