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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논객 열전

중앙일보와 MBC의 논리싸움 제2탄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29.

'언론노조 총파업 블로거 특별취재팀'의
모니터링팀-네가티브팀 팀장 스폰지밥님이
한나라당이 강행하고 있는 
미디어관련법 개정에 대해서 분석했습니다.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한 옹호논리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반박논리를 
MBC 보도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중앙일보와  MBC의 논리싸움을 
스폰지밥님의 해석을 곁들여 재구성했는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언론노조 총파업 참가자들이 한나라당이 개정중인 '언론장악 7대 악법' 이름이 적힌 얼음을 깨부수고 있다.



(글 - 스폰지밥, 기획 - 고재열)  


그들만의 논리, 그들만의 정의



방송법 관련한 그들(방송법 개정을 적극 옹호하는 한나라당, 보수매체)의 논리에 대해

정리해보려 합니다. 역시 제가 꼼꼼하게 살펴본 중앙일보·MBC중심입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 전문가들이 제기한 문제는 다섯 가지로 정리 가능했습니다.

(지난 포스트를 참조하시면 자세한 문제 제기를 볼 수 있습니다.)


1.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 문제.

2. 다른 국가의 예를 들 때 우리나라의 특수성, 상대성 문제.

3. 언론 산업의 독과점 문제.

4. 경제적 효과 문제.

5. 민주주의 ‘절차와 의견 수렴의 문제’



그렇다면 이 다섯 가지 문제에 대한 답변은 무엇일까.

그들이 미디어 법안 개정을 주장하는 논리는 무엇일까.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정리가 가능하더군요.


1. 공공성을 해친다고?

지금 MBC가 이미 공공의 전파를 이용, 편파 보도 하고 있다.

2. 미디어 법안은 경제 법안이다.

3. 언론 독과점은 있을 수 없다

4. 언론노조의 파업은 밥그릇 싸움이고, 정치 투쟁이다.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므로 불법 파업이다.

+민영화·공영화의 중간? 그런 거 없다. MBC, 하나만 택하라.

5. 원래의 방송법에 위헌요소가 있으니 개정이 불가피하다. (불평등의 해소다)



MBC 본사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취재차량.




첫째,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 문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그들은 상대방에게 문제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대처합니다.

현재 MBC가 편파 보도를 하고 있고,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밥그릇 싸움으로 낭비하고 있는데

어디서 감히 공공성 얘기냐는 겁니다.



여론조사를 보겠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12 28 여론조사, "방송법 개정안 반대 61%"]

코리아리서치센터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25.3%로 반대가 찬성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론 60퍼센트의 의견을 보도하는 것이,

전파의 낭비고 공공성의 훼손일까요?

그저 ‘자사 이기주의’라고 제쳐버리면 그만일까요?



“미디어법 반대 파업은 집단이기주의다.” (중앙일보 12월 27일자)

오히려 눈여겨보고, 법안에 대해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둘째, 다른 우리나라 언론의 특수성·상대성 문제, 경제적 효과 문제,



민주주의 ‘절차와 의견 수렴의 문제’ 는 단 한 단어로 답변이 가능합니다.

“경제”



그렇습니다. 미디어 법안은 경제 법안이기 때문에 저런 소리는 다 쓸데없는 소리입니다.

민주주의 절차와 의견 수렴이라니요. 우리가 지금 그렇게 한가한 때입니까?

‘미디어 법안은 경제 법안이다.’라는 명제에서 다음과 같은 논리가 파생됩니다.


→ 현재 경제위기가 시급한데, ‘신중한 논의’보다는 ‘빠른 통과’가 중요하다.

→ 방송통신계가 살아나려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몸집 불리기’가 필수다.

다른 선진국의 방송통신 산업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 파업이니 절차니 논의하는 것은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 다 한다고 우리나라에게도 꼭 맞는 것이냐?

품종 개량 할 때도 그 나라 토양과 기후에 맞게 하는 법인데요.

하물며 법안은 어떻습니까? 뭐, 그런 거 필요 없답니다.



“중국도 2015년 디지털 목표로 뛰는데

우린 방송사가 준비 덜 됐다며 2년 늦춰” (중앙일보 12월 27일자)



네, 무슨 토양이며 기후입니까?

급합니다. 다른 나라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늦었습니다.

MBC는 발목잡기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방송통신은 경제논리로 봐야 한다지 않습니까?



이렇게 간단한 경제 논리라면 언론계와 학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이

왜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할까요. 하면 다 잘 살게 되는 건데 말입니다.

[KBS 뉴스9 12 28 각계 인사 신문방송법 개정안 반대]

[MBC 뉴스데스크 12 28 각계 원로 시국선언, "방송법 철회하라"]



방송 산업, 이 중 ‘언론’은 ‘제 4부’라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권리를 대표에게 위임하며,

그 권리가 서로 감시할 수 있도록 분리한다는 것이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이들을 감시하는 제 4부가 바로 언론입니다.

언론은 또한 ‘정치권력’보다 어쩌면 더 막강한 ‘경제권력’을 감시합니다.

언론은 이렇게 감시하고 ‘소통합니다.’

감시한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고, 여론을 모아 권력을 압박합니다.

그래서 권위주의 정권이 가장 힘쓰는 것 중 하나가 언론통제입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하는 겁니다. 언론이 소통구이기 때문이죠.


대통령님, 그런데 이게 경제 문제로 보이시나요?



셋째, 언론 독과점은 있을 수 없다.



이 논리의 근거는 그냥 계속 반복되네요. 채널 400개 어쩌구 저쩌구 ······

간단히 예를 들면, 온게임넷과 MBC의 영향력이 같을까요?

(절대 온게임넷 무시하는 거 아님. 저 스타 좋아해요)

지상파의 영향력이 ‘전체 채널 N분의 1’로 간단히 계산 가능합니까?

이건 정말 단세포적인 계산이죠.



넷째, 언론노조의 파업은 밥그릇 싸움이고, 정치 투쟁이라는데요.


“방송 성역일지 몰라도 법 집행엔 성역이 없다” (중앙일보 12월 27일자 기사 중)

따라서 이번 파업은 엄중 대처하겠답니다. (쌀 직불금도 좀 그렇게 해보시지 그러셨나요)

파업은 자사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 기득권 챙기기고, ‘명분’이 없답니다.



같은 논리가 가능하지 않나요?

‘신문법 개정은 조·중·동 거대 신문사 (점유율70%이상)의 기득권 챙기기다.’

이에 대해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까요.

독과점의 틀을 깨기 위해 대기업이 지상파 말고 신문업계에 진출한다면?

이것이 진정한 ‘완전 경쟁의 도입’일 텐데요.



이들은 특히 파업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MBC 때리기에 힘을 싣습니다.

민영화·공영화의 중간? 그런 거 없다. MBC, 하나만 택하라는 건데요.

MBC가 민영화와 공영화의 이점을 각각 챙기는 이기적인 방송사로 묘사됩니다.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해외의 공영방송과 비교해도 시청료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광고라는 부분이 일정 정도

수입으로 하면서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한 결과

지금 한류 활성화 같은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합니다.

[MBC뉴스데스크 12 28 방송법 개정, 공익성 후퇴 우려]



영국의 공영방송국인 BBC는 수신료가 상당히 높습니다.

(10만원이 넘었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MBC는 민영·공영 2중 구조 특징 때문에

수신료를 낮게 하는 대신 광고료를 받고 (민영의 특징),

그 돈으로 ‘북극의 눈물’같은 비상업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공영의 특징)

한편으로 현재와 같은 사태에서

정부의 의견과 반대되는 ‘다른 의견’을

집중 보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KBS와 비교하면 말입니다.)

제가 언론학자도 아니고 전공도 아니라 깊은 이해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다섯째, ‘원래의 방송법에 위헌요소가 있으니 개정이 불가피하다. 불평등의 해소다’라는 논리.



위헌주장에 관련한 보도는 다음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MBC뉴스데스크 12 28 한나라당 "신문방송법, 일부 위헌"‥민주당 "거짓 주장"]

위헌 판정 받은 적 없는데 갑자기 위헌 논란이네요.

불평등의 해소라는 논리.



불평등은 비슷한 일을 하는 철수와 영희가 있는데 철수는 50원 받고 영희는

500만원 받을 때 철수가 할 수 있는 말이지요.

500만원 받는 영희가 ‘이건 너무 적어 300만원 더 받을래.’라고 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불평등’이라고 하지 않고 ‘욕심’이라고 합니다.

대기업·거대신문사가 ‘불평등’의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죠.



‘남들 다하는데 우리만 못하니 불평등해’라뇨.

특히 거대신문사, 지상파에 진출해서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요?



종이신문이 2043년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네요.

구독자 수 줄고,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뉴스 보고,

신문사에게는 위기의 상황이지요.

여기서 신문이 살아남을 방법은 두 가지네요.

다른 시장에 진출, 또는 신뢰도 있는 탐사·집중 보도.

전자가 기업 마인드라면, 후자는 언론 마인드입니다.

“종이 신문, 2043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허광준 (위스콘신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시사IN 제 67호”



우리의 조·중·동은 신뢰도로 이미 승부가 불가능하니

덩치 불리기로 대처할 모양입니다.

이상, ‘그들의 (그들만의) 논리’를 살펴보았는데요.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고, 두 눈 감고 귀 막고

소리만 외치는 형상이라는 것이 큰 특징이네요.



‘경제’밖에 모르는 정부와 ‘기업 마인드’로 무장한 보수 신문.

이번 기회, 놓치기 힘들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