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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YTN 노조와 MBC 노조의 차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2.


<알자지라>의 자존심, '적들도 믿는다'
왜? 정확하니까.

<독설닷컴>의 자만심, '적들도 클릭한다'
왜? 궁금하니까.

지난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독설닷컴'은
올해도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을 막아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 사영화'를 저지하겠습니다.


YTN 노조와 MBC 노조의 차이를 감상하시죠.  



YTN 노조의 지순한 기자(6개월 정직), 현덕수 기자(해직), 조승호 기자(해직. 왼쪽부터).



MBC 노조의 박성제 위원장, 김현철 홍보국장, 정영하 사무처장(왼쪽부터).




12월31일 언론노조 총파업 3차 총력 결의대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차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 YTN 노조는 추위에 익숙한 반면,
MBC 노조는 아직 추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MBC 노조 집행부는 상대적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고, YTN 징계 노조원들은 상대적으로 경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칼바람을 맞으며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느라 YTN 노조는 추위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습니다. MBC 노조는 이제 막 추위에 적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투쟁이 익숙한 사람은 없습니다.
'시사저널 사태' 당시 6개월 동안 파업했던 저희들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파업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걸리적거렸습니다.
투쟁구호도 낯설고...거리에 서는 것도 쪽팔리고...

그렇게 어리버리 있다보면 어느덧 투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의병은 의로운 선비가 많은 고을이나, 힘센 장정이 많은 고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침범당한 고을에서 나옵니다.
침범당했을 때 도망치거나 굴복하지 않으면 의병이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정의로운 선택에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둘, YTN 노조는 '자기희생적'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MBC 노조는 '공세적' 투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2008년에는 평범한 시민이 투사가 되었는데,
2009년에는 투사가 다시 테러리스트가 되겠구나'하는...
MBC 노조 집행부가 중무장한 모습을 보면 얼핏 테러리스트가 연상되지 않나요? ㅋㅋ

언론인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단지 정권이 바뀐 것 뿐인데, 이상하게 나라를 빼앗긴 기분이 든다"라고요.
그래서 지금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에 준하는 투쟁을 정권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YTN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의 경우, 일반 국민의 이슈로까지 확장되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가 '자기희생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은 국민적 이슈로 확장되었습니다.
좀더 '공세적' 투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셋, YTN 징계 노조원은 상황을 관조하는 위치에,
MBC 노조 집행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YTN 징계 노조원이 서있는 위치는 행사장 뒷쪽입니다.
반면 MBC 노조 집행부가 서있는 위치는 무대 바로 옆입니다. 
한쪽은 상황을 관조하는 위치에, 한쪽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혹자는 YTN 노조가 언론노조 총파업을 MBC가 주도해서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MBC 노조 등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함으로써 6개월 동안 파업에 준하는 긴장도 높은 투쟁을 벌였던 YTN 노조는 숨고르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YTN 뿐만아니라 모든 언론인들이 들고 일어섰는데, 누가 이탈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반면 MBC 노조는 YTN 노조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YTN이 선행투쟁을 잘해서 MBC 파업이 '하이톤'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YTN이 투쟁을 하는 동안 MBC 노조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내부결속을 강화해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MBC 노조원들은 YTN 노조원들의 결연한 투쟁을 보고 투쟁의지가 고취된 상태였기 때문에 노조를 잘 따랐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