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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4박5일 동안 속옷도 못갈아입고 악법을 막았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3.


<알자지라>의 자존심
, '적들도 믿는다'

왜? 정확하니까.

<독설닷컴>의 자만심, '적들도 클릭한다'
왜? 궁금하니까.

지난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독설닷컴'은
올해도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을 막아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 사영화'를 저지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4박5일 동안 국회 본청에 고립된 상태로
본회의장 사수대를 했던 민주당 관계자분이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정말 생생한 체험기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국회 안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벌인 '4박5일' 동안의 '무한농성'


글 -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곽 현 연구원(환경·에너지담당)


5일만에 (집에서) 외박을 하고 국회본청에 원대복귀했습니다. 그나마 저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급히 집에가서 우선 임시국회(1.8)까지 버틸 옷가지 챙기고, 한숨 청하고 다시 국회본청으로 왔습니다. 새해를 국회본회의장에서 맞이 하느라 챙겨 먹지 못한 떡국도 한그릇 가볍게 비우고 돌아왔습니다.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2월28일 국회 본청에 사수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정확하게는 부분 통제, 나가는건 자유고 들어오는 건 안되는) 졸지에 국회본청에 억류되어 원하지 않는 집단 기거생활을 4박5일 동안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386세대인데, 제가 대학에 다닐 때도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마흔이 넘어서까지 이런 고생을 해야 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하루 종일 교대로 나누어 정해진 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가끔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집회 등의 프로그램도 있지만...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보거나, 전날 불침번으로 밀린 잠을 청하거나, 티브나 인터넷으로 현재 농성에 대한 여론은 어떤지 등을 모니터하고 보냅니다. 제가 여기서 왜 이런 비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만이 아니고 다들 갑작스런 억류상황에 돌입하다보니, 제대로 농성할 준비를 하고 오신 분이 당연 없었습니다. 덕분에 속옷을 포함해서 달랑 한벌로 기본 4일 이상 버티고 있었죠. 수건도 없고, 침구도 없이 지내고 있다가 어제서야 수건이랑 속옷이 조금 공급되었고, 실랑이 끝에 침낭이 들어왔습니다. 이게 무슨 군대 유격 훈련 온 것도 아니고...




몇일만에 양말도 빨아서인지 서서히 농성장엔 돌던 향기로운 냄새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단수,단전 등 흉흉한 발언들을 들으면서 울분아닌 울분을 속으로 삭이기도 했고, 계속 반입 금지 시켰으면 그 울분이 아마도 국회사무총장실을 조금 곤란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먹는 것도 큰 일입니다. (이거 공급하고 배분하는 일때문에 너무나도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아마도 기밀사항일터인데, 이 안에 몇명이 머무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백명이 한꺼번에 식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만만한 일이 안니죠. 저희들 덕분에 국회 관계자들도 다들 집에 못가고 해서인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지하1층 식당이 운영되서 그나마 커버하고 있지요. 지역에서 올려보낸 귤,사과, 배 등으로 별도의 영양보충도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필수 있는 공간중의 하나인 하늘정원입니다. 하늘로 열려 있어 가끔 담배를 피기 위해 올라가곤 합니다. 출입 통제이후에 바깥 바람을 쐴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죠.
지금 국회 본청은 또 다른 의미의 감옥입니다. '한 번 나가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한다' 세상에 이건 무슨 법이죠?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침낭이 들어온다고 해서 다들 민원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몸싸움이 있었죠. 저도 몸싸움을 하느라 그때 사진은 못찍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몇일 동안 변변한 침구가 없어 힘든 상황이었는데, 경위들이 침낭을 못들어오게 하니까 마구마구 짜증이 넘쳐 나더라구요. 그들을 그런 냉혈한으로 만든 권력의 힘이 정말 무섭더군요.
 


 
국회의사당에 밤이 오고 있습니다. 창문너머로 노을이 보입니다. 새해를 이렇게 맞이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왠지 하늘도 슬퍼보이네요. 그래도 희망을 품어봅니다. 설망 2008년과 같은 악몽이 또 되풀이 되지는 않겠지요?



적다보니 별로 힘든 생활이 아닌 것 처럼 보일 것 같은데요, 어디 자기집도 아닌 국회 복도나 소파에서 숙식하면서 지내는게 편하겠습니까 이래저래 힘이 들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출입이 자유롭지 않으니 나갈 수도 없고, 가족간에 이런 생이별이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현대미포조선에서 농성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여긴 한마디로 럭셔리(?)한 농성이지만 말입니다.
오늘 여야원내대표 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싸움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본 가족생각에 마음이 먹먹하긴 한데, 이해해줄거라 믿고 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이렇게라도 mb악법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오늘도 새삼해봅니다.
제 아이들이 커서 언젠가 아빠, 엄마 그때 뭐했어요 하는 소릴 듣고 싶지는 않거든요.


주> 곽현 연구원은 1월2일 다시 국회 본청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임기국회는 1월8일 종료됩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그는 6박7일 동안 '무한농성, 시즌2'를 벌여야 합니다.
국회 상황이 긴박해지면 곽현 연구원으로부터 현지 상황을 문자 생중계로 전달받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