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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촛불시민여러분 YTN 황혜경입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7.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총파업'이 12월26일 시작되었습니다.

<시사IN> 69호에서는
'파업 동참 방송인 6명의 편지' 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그 중 YTN 황혜경 기자의 글을
본인 허락을 얻어 '독설닷컴'에 게재합니다.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을 벌이는 동안
황혜경 기자는 후배들과 함께
'황혜경과 아이들'이라는 율동팀을 구성해
촛불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황혜경 기자는 지난해 8월에 처음 알게 되었다. 촛불시민들이 보낸 격려편지를 집에 가져가서 일일이 타이핑해서 정리했다. 새로 발령받은 법조팀에 적응하느라 요즘은 집회에 참석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송具영신’ -  구본홍을 보내고 새해를 맞자


(글 - 황혜경. YTN 기자)


기축년 첫 날 모처럼 가족들과 강화도 마니산에 올랐습니다. 독감에 걸린 상태라 해돋이 시각에는 맞추지 못하고 아침식사 뒤 느긋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숨을 한 번 들이쉴 때마다 기침이 나왔지만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들뜨고 설레더군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던 참성단. 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라 평소에는 굳게 닫혀있지만 강화군에서 특별히 1월 한 달 동안만 일반에 공개한다고 해 운 좋게 제단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미 등산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찬 제단에서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좋아하고 어른들은 돗자리 위에 간단히 싸가져온 과일과 음식들을 올려놓으며 송구영신 소원을 빌었습니다.


저는 제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바다와 대지를 묵직하게 누르고 있었습니다. 싸늘하고 고요한 풍경 위로 지난 한 해가 슬라이드처럼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어색하기만 했던 6월의 첫 집회, 이사회 저지, 날치기 주주총회, 용역과의 몸싸움, 선후배들의 울부짖음, 릴레이 단식, 사측의 고소와 징계, 월급체불, 투쟁 조끼와 김밥, 법원 가처분, 재승인 보류까지... 동해 일출을 보며 맞았던 무자년 첫 날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이 한 해를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1℃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품고 2년 반 동안 도전한 끝에 기자가 돼 이제 겨우 2년 반이 조금 지났습니다. ‘마의 3년차’라고 직장생활 3년차가 되면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지, 장래성이 있는지’ 등등 고민이 많아진다는데 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사치스런(?) 고민을 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선 후보 캠프의 방송특보를 맡았던 구본홍 씨가 ‘떠억’ 하니 제가 몸담고 있던 YTN 사장으로 왔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열심이고 부지런했던 선배들이 옳은 소리 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해고· 징계당하고, 돌발영상 제작이 중단되고, 사장 출근저지 집회에 나가는 사원들에게 인사명령이 떨어지고, 회사 주변에는 시도 때도 없이 경찰 병력이 들이닥치는 걸 보면서 슬그머니 밀려드는 회의와 절망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낙하산 사장 잘 받더니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는 외부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노력도 필요했습니다. 주주의 59%가 공기관인 YTN 현실상 친정부적인 인사가 사장이 됐던 과거가 있지만 특정 대선캠프 특보 출신이 논공행상에 따라 사장이 된 적은 없었거니와 예전에 그랬다고 지금도, 또 앞으로도 그래도 된다는 패배주의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월급과 인사명령, 징계, 각종 법적 수단으로 압박해오는 사측과 승인권 등으로 위협하는 정권에 맞서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던 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회사 앞을 지켜주시는 촛불 시민들 그리고 지켜봐주시는 시청자, 국민 덕분이었습니다. 모두 직장이 있고 가정이 있는 분들인데도 저희보다 YTN을 더 걱정하시고 저희가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지해주시는데 저희가 먼저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습니다.


‘송具영신!’ 이미 새해가 왔지만 ‘구본홍을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저희 노조의 바람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힘든 순간마다 늘 시청자와 국민 여러분들이 함께 계셨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앞으로도 지지와 성원 주시길 그리고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