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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1-1을 백배로 즐기는 방법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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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 공공의 적1-1>을 백배로 즐기는 방법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은 재미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그런 영화다. 이동진이 ‘KO 한 방 대신 부지런한 잽 백 번’이라고 표현했는데, 참 ‘적확한’ 표현이다. 잽이 백 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KO 한 방을 기대한 사람은 좀 실망할 것이고, 잽 백번을 기대한 사람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전형적인 강우석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은 좀 싱겁다고 생각할 것이고, 전형적인 장진(각본을 썼다)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은 인간적인 악역, 이원술(정재영 분)에 집중해서 본다면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을 맴돈 것은 제목이었다. ‘왜 <공공의 적 3>이 아니라 <공공의 적 1-1> 되었을까’하는 의문이 영화를 보기 전 살짝 들었었는데, 보고 난 뒤 말끔하게 풀렸다. 정말 적절한 제목이었다. <공공의 적 3>이 <공공의 적 1-1>로 바뀐 것은 단지 주인공의 직업이 검사(<공공의 적2>)에서 형사로 돌아온 것 의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를 따지기 위해서는 <공공의 적2>를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공의 적2>는 명백하게 실패작이었다. 국민들이 ‘검사스럽다’는 말을 만들 정도로 곱게 바라보지 않던 검사를, 김용철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삼성 떡값을 양아치 삥 뜯듯 챙기시던 ‘떡검’을 미화해 놨으니, 관객들이 예쁘게 봐줄 리가 만무했다.


우연히 <공공의 적 2>를 서초동 검찰청 인근 극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검찰청에서 단체 관람을 온 듯했다. 노타이 정장의 중년 남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는데, 적중했다. 그들은 웃어야 할 곳에서 침묵했고, 침묵해야 할 곳에서 웃었다. 영화보다 그들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밌었다.


<공공의 적 2>는 아주 촌스럽게 말하면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영화였다. 검찰 직원의 정훈교육 영화로 손색이 없었다. 이전 영화에서 검찰을 비꼰 것에 대한 면죄부를 얻기 위한 것이었는지, 강우석 감독은 <공공의 적 2>를 온전히 검찰에 봉헌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의 적 1-1>에서 강철중이 다시 형사로 돌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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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공공의 적 1-1>을 백배로 즐기는 방법을 짚어보겠다. 간단하다. 악역 이원술을 이명박 대통령에 비추어 보면 된다. <공공의 적>시리즈는 우리 사회 악의 구조에 대한 알레고리였다. 그 알레고리의 정점에 이 대통령을 얹어 놓고 보면 얼추 들어맞는다.


한 가지 분명히 하자, 이원술을 이 대통령에게 비유한 것은 그가 조폭 두목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많은 전과와 어두운 경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성공한 그를 세상은 깡패라 부르지 않고 회장이라고 부른다.


알레고리의 피라미드를 살펴보자. 이원술 옆에는 그를 보좌하는 변호사가 있다. 법을 이용해 그가 편법과 탈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법을 오용하는 변호사는 조중동에 비추어보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법을 오용하는 변호사와, 여론을 호도하는 조중동의 모습은 완전 데칼코마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행동대장 박문수는 어청수 경찰청장이다. 오직 오야붕 한 명만 바라보고 갖가지 궂은일을 도맡는 모습이 꼭 닮았다. 특히 박문수가 어청장을 닮은 점은 살인 사건을 직접 저지르고 그 죄를 철부지 고등학생한테 덮어씌우는 대목이다. 여대생 폭행사건을 의경 징계만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어청장과 호형호제 할만하다.


알레고리의 하이라이트는 이원술의 거성그룹에 인턴사원으로 스카웃되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고삐리’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이원술이 한 번 쓰고 버리는 ‘인스탄트 킬러’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것이 ‘출세의 비법’인 양 서로 하겠다고 다툰다. 이들의 모습에는 서울광장과 MBC KBS 앞에서 촛불집회 시민을 윽박지른 HID와 고엽제전우회의 모습이 정확히 겹친다.


<공공의 적> 1-1의 마지막 장면은 강철중과 이원술이 사생결단의 ‘맞장’을 뜨는 장면이다. 아주 질퍽하게 싸운다. 그 싸움을 보는 순간 50여일간 지속된 촛불집회와 정부의 추가협상이 떠올랐다.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정부도 촛불도 할만큼 했다”라고.


그러나 싸움은 승부를 내야 한다. 칼침 맞은 배를 움켜잡고 강철중이 기어이 이원술을 녹다운 시키듯, 국민도 물대포 맞은 머리를 움켜잡고 기어이 이 대통령을 녹다운 시키려 하고 있다. KO 펀치 한 방이 아니라 잽 백 번으로. 국민에게 맞기 싫으면, 대통령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본다면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을 재밌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