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괴짜'라는 말 대신
'4차원'이라는 말이 방송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사차원 소녀' '사차원 아줌마'...
얼마 전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MBC에 등록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4차원 연예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재밌을 것 같아 나도 응해주었는데,
방송에 나온 결과를 보니
내가 '4차원 연예인'으로 찍은 연예인과 많이 달랐다.
누가 진정한 '4차원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집계 결과를 보자. 1위는 부활의 김태원이었다. 방금 산에서 내려왔을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그는 이외수와 마주앉아 각자 목격한 외계인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한 언행으로 최고의 4차원 연예인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한다.
2위는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 3위는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예지원, 4위는 슈퍼주니어의 김희철, 5위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박화요비였다. 6위부터 10위까지 순서는 신해철-최강희-김종민-솔비-최민수 순이었고, 그밖에 박예진, 노홍철, 이승신, 이승기, 서태지, 한성주, 양동근, 은지원, 이진욱, 정시아 등이 '4차원 연예인'으로 꼽혔다.
이 설문에 응하며 '4차원'이라는 말이 묘한 호기심을 일으켰다. '괴짜'라는 말로는 좀 부족하고, '자신만의 개념 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캐릭터로 이 '4차원 연예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응도 좋았다. '특이한 것'은 곧바로 매력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별로 특이하지 않은 것도 '4차원'으로 포장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아무튼 이 설문 결과가 궁금했었다. <섹션TV 연예통신> 작가는 연예인들의 다테마에와 혼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방송사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이 조사를 벌였는데, 이 작가, 살짝 4차원이었다. 질문 밑에 '본인의 판단 하에, 어떤 외압 없이 투표하였고 상기 내용은 (방송일 기준으로) 비공개 진행함을 동의합니다.'라고 명기했다. (세상에, 이런 설문조사에 외압을 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ㅋㅋ)
설문에 응했더니, 졸지에 '일선 연예기자'가 되어버렸다. 기분이 좀 묘하다. 친한 연예인도 한 명 없는데...
예시한 연예인 중에서 다섯 명씩 답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4차원 연예인'으로 꼽은 사람은 강혜정 김종민 김현중 솔비 타블로였다.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바탕으로 '4차원성'이 생겼다고 보았는데, 모르겠다. 나도 속았을지. 각자 자신만의 '4차원 연예인' 족보를 그려보면 재밌을 것 같다.
강혜정 - 소꿉장난하던 것을 필사적으로 지키는 여자 아이의 모습, 자신만의 가치를 신봉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남의 이목 신경 안쓰고 ‘몰입’하는 '4차원 배우'.
김종민 - 천원짜리 줄까 만원짜리 줄까 하면, 천원을 받는, 그렇게 매일 천원을 받아내는 ‘바보 천재’. 자신의 순박함을 강점으로 살릴 줄 안다.
김현중 - 여자에게 구애하듯, 자신의 무용담을 조용히 속삭이는 남자, 당신은 '4차원 소년', 우후훗~~~
솔비 - 꽃밭을 그리라는데, 꽃이 아니라 ‘빵 봉오리’를 그리는 아이. 지금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고, 그것을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다.
타블로 - 사랑방에서 공부를 하는 대신 시조와 가사를 즐기는 조선시대 선비를 보는 느낌. 변형된 풍류를 보여주고 있다.
이걸 하고나니, '4차원 정치인'을 선정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지금 꼽아보고 있다.
이인제...점점 존재감이 없어지는 축소 지향의 정치인
양정례...나름대로 88만원 세대 대표?
당신은 누구를 '4차원 정치인'으로 꼽겠는가?
'연예IN 연예人 > 연예인 vs 정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혜는 선덕여왕일까? 미실일까? (98) | 2009.06.09 |
---|---|
연예인 스폰서와 정치인 스폰서의 공통점 (8) | 2009.03.21 |
공공의 적 1-1을 백배로 즐기는 방법 (3) | 2008.06.24 |
한나라당 소장파가 김구라 독설을 배워야 하는 이유 (3) | 2008.06.15 |
왕비호 독설보다 정두언 독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4) | 2008.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