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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장파가 김구라 독설을 배워야 하는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15.

'더 높이, 더 깊이, 더 신랄하게' 한나라당 소장파, 김구라 독설 배워라


한나라당 소장파가 또 꼬리를 내렸다. 정두언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 주변 인물’로 거론한 이상득 의원-류우익 대통령실장-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에 대한 퇴진 투쟁을 벌이던 이들이 “묻지마 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이 걱정스럽다”라는 이명박 대통령 한 마디에 “지금은 국정을 수습해야 할 때다”라며 입을 닫았다.


‘정두언의 난’이니 ‘한나라당판 정풍운동’이니 구구한 수식어도 이제 무색해졌다. 살아있는 권력에게 물러나라고 말할 줄 아는 간 큰 ‘대인배’가 한나라당에 있었나 하고 감격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꼬리를 내려버리면 ‘지속가능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쓴 시사주간지 정치부 기자로서는 심히 당황스럽다. 이번에도 칼은 칼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렸다 싶으면 바로 내리는 소장파의 꼬리, 그 놈의 꼬리를 아예 잘라버리던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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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장파가 꼬리를 내리는 동안 ‘독설의 달인’, ‘막말 김구라’ 선생께서는 꼬리를 올렸다. 돌아온 김구라의 독설은 나를 두 번 즐겁게 했다. 그가 ‘진정한 독설가’로 돌아온 것과 그의 독설이 너무나 통렬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김구라는 원투 스트레이트 연타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말펀치를 날렸다.


한 방은 취임 100일 밖에 안 된 이 대통령 각종 정책 실패로 지지율 10%대로 떨어진 것에 대해 “100일 잔치를 하려는데 애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 모두 걸린 꼴”이라고 말한 것이었고 다음 한 방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결혼정보사에 비유하며 “내가 맞선 본 여자가 싫다고 하면 안 내보내야지, 가발 바꿔 씌워서 계속 내보내니까 문제”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동안 김구라의 ‘독설’은 동료 연예인을 향해 행해졌다. 그의 독설과 그의 독설에 움찔하거나 혹은 그에게 되치기하는 상대 연예인의 리액션은 한 세트로 쇼 오락프로그램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었다.


그런 독설은 설정에 불과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상업용’ 독설이었던 셈이다. 최근 그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독설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효리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독설가로서는 있을 수 없는 ‘굴욕’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김구라만 탓할 수 없다. 우리 방송의 '시사 풍자' 수준은 2000년 이후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을 성대모사하는 졸렬한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2003년의 '3자토론' 2004년의 '제17대 어전회의' 등 간헐적으로 시도가 있긴 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금새 코너를 닫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구라가 다시 ‘시사독설가’로 되돌아왔다. 반가운 일이다. 그의 독설이 ‘더 높이, 더 깊이, 더 신랄하게’ 되어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독설은 높은 사람을 향하고 의표를 찌르고, 그리고 까칠해야 맛인 법이다. 김구라가 살아났으니, 배칠수도 살아나기를 기대해본다.


김구라가 까칠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MBC <명랑 히어로>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사적인 사안을 말끔하게 정리해서 적절한 비유와 비틀기로 풍자해내는 힘이 남달라서 눈여겨보고 있었다. <명랑 히어로>라는 좋은 멍석이 김구라를 ‘시대의 독설가’로 되돌려 놓았다. 기대가 크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김구라 독설을 배워야 한다.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 한다. 칼을 뽑다 다시 칼집에 넣으면 상대방에게 칼을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칼을 뽑고 있어서 베었다'라는, 상대방의 알리바이만 만들어준 꼴이 된다. 다음부터는 확실하게 칼을 뽑을 것이 아니면 칼자루를 만지작거리지도 마라, 중계방송하는 기자들만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