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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위기의 대학언론

"대학교 교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14.


언론과 정권의 싸움이 잠시 휴전 중입니다.

이에 '독설닷컴'은
이전에 천착해왔던 주제들
'청년실업 뽀개기'
'298세대 문화적 아이콘'
'위기의 대학언론' 논의를 재개합니다.

K대학에서 교지편집장을 하셨던 분이 
대학교 교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습니다.
학내 진보매체의 선두에 있던 대학 교지가
전국적으로 폐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를 함께 알아보시죠.








(글 - 교지편집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K대학교 교지 편집장을 작년에 맡았던 사람입니다.
독설닷컴에 올라온 ‘위기의 대학언론’ 관련 글을 보고 남의 일이 아니기에 계속 메일을 보낼까말까 생각하다가,, 일단 보냅니다. 

 
그 글의 필자는 학보사에 처음 들어갈 때 학교에 대해 비판적인 취재는 하지 않는다고 각서를 썼다고 하셨습니다.
아시겠지만 교지편집위원회는 신문사, 영자신문, 방송국과는 달리 운영되어서 각서를 쓰지 않고 오히려 학교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마음껏 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학교로부터의 재정을 받지 않고 학생들 개인의 돈으로 교지가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K대 교지도 그렇게 이십여 년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저희도 학내 언론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넉넉한 재정의 도움으로 다른 동아리에 비해서 ‘활동비’를 많이 쓰는 문제가 항상 있어왔습니다.
물론 그 글에서 말한대로 양주를 마신다거나 '유흥'을 즐기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외부에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는 정도였습니다.
선배들도 그래왔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저도 가지게 되었고,, 물론 선배들이 해왔던 것보다는 많이 자제하려고 했지만 재정에 관여하는 이도 없으니 ‘활동비’의 남용은 계속되었습니다. 

 
문제는 2008년도 새로 선출된 총학생회에서 '감사소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터졌습니다.
교지의 총무를 하던 친구는 그 동안 사용했던 영수증을 '가라'로 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실제와 같이 제출했고 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사위원회에서 ‘활동비’의 남용을 문제 삼으며 교지의 '존폐'와 '총학생회로의 예산 편입'을 운운했을 때는 아차 싶었습니다.
문제가 드러나고 저희가 쩔쩔 매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교지 제작에 있어서 편집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을 때,
총학생회와 학생 대표자들은 우리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교지의 예산은 총학생회로 편입되어야 하며, 매년 총학생회의 사무연석회의를 통해서 교지대금을 타가야 한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전학대회가 열렸을 때 제가 앞에 나가서 '교지의 잘못을 반성하고 교지의 예산을 줄여서 앞으로는 매달 결산하여 게시판에 공지하는 등 투명한 운영을 하겠다'라고 했을 때, 
곳곳에서 손을 들며 '교지를 폐지하는 것이 지금 전국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학교도 교지의 당위성이 없지 않느냐'라며 교지의 폐지를 말했고,
교지가 앞으로도 또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므로 총학생회가 예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다들 소리쳤습니다.

 
그렇게해서 총학생회의 부분자치기구로 교지편집위원회는 흡수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교지편집위원회와 학생대표자간의 대화는 단 두 번이 있었고,
단 2주 만에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정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교지가 교지대금 500원 삭감과 활동비 삭제 등 대안을 여러 번 제시했지만  그 대안을 지킬 유예기간을 단 몇 개월이라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예산을  잘못 쓴 것을 고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방법이 단체의 성격을 2주만에 바뀌는 형식으로 바뀌는 것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교지편집위원회의 고질적 질병을 감사위원회가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저희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도 한 번 갖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서 교지는 자치권을 잃었습니다.
예산의 자유가 편집권의 자유와도 같은 것이 언론의 생리이기에,, 저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언론의 자유' 운운하며 학생들에게 알리기도 부끄럽습니다.



이미 전학대회의 '교지는 자치권을 갖는다'라는 조항이 삭제가 된 지금,,
저희는 예산을 총학생회에서 타오면서도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학교를 거침없이 비판할 수 있을지, 또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대신 말할 수 있을지..
그리고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소위 '비권' 총학생회가 사회 문제를 등한시할 경우에 저희가 총학생회에 대해 한 마디라도 따끔하게 말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말은 하겠지만 학내 다른 언론사처럼 교지가 압수되거나..
아예 다음 해 예산 자체를 주지 않는다면 K대에서 교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지금도 D대, S대 등 여러 교지가 사라졌고 이번 겨울에도 J대의 교지가 사라졌습니다..
K대 지방캠퍼스의 교지도 겨우 사비로 1년에 한 번만 제작되고 있습니다. 


 
보통 교지가 위협을 받는 곳은 대학당국과 총학생회 두 곳입니다.
D대학의 경우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교지대금항목을 고지서에서 삭제했다고 합니다.
2008년 3월의 일이었습니다.
학교가 교지대금을 삭제하기 위해 교지의 배포 방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학교 측에서 교지를 학생 1인 당 1권씩 배송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전까지 단과대 앞에 교지를 배포하던 것을 우편으로 발송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보통 10명에서 15명 내외로 운영되는 소수의 교지 인원상 몇 천 권에 달하는 교지를 포장하고 우편 발송하는 것은 자금 부족과 노동력 부족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교지는 각 단과대 앞에 풀어놓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를 학교에서 문제 삼았고 문제를 제기한지 1년 만에 소리소문 없이 등록금 고지서에서 교지대금 항목을 없앴습니다. 어떠한 대화도 없었고요..

 
K대학 지방캠퍼스의 경우에는 총학생회의 압력으로 교지가 재정을 일절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총학생회가 교지의 재정을 건드는 이유는 대개 교지의 재정을 총학생회 예산으로 편입시키면 그들이 운영하기에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이지만.. 표면적인 이유로는 ‘더 이상 교지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1년에 2번,3번 발간도 너무 많다’ ‘학생들이 잘 읽지 않는다’ 등을 이유로 듭니다.
K대학 지방캠퍼스의 경우 본래 학생대표자들의 모임인 중앙운영위원회에 교지가 속해있어서 예산을 나눠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총학생회는 교지는 언론사니 중앙운영위원회에 속하면 안되는 것이라며 '퇴출'을 명했고 결국 예산을 받을 곳이 없어진 교지는 동문회의 도움과 외부 광고를 받아 1년에 한 번 겨우 발행하는 실정입니다.

 
대학 교지에 대한 총학생회의 생각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우리도 교지가 총학생회에 편입될 때 '안 들어도 될 말'을 많이 들었는데,
"교지가 매 번 많이 남아서 종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학생들 모아놓고 교지 폐간해도 되나 안되나 손 들어보라고 해보면 아마 답이 나올 것이다." 등의 말이었습니다.
'교지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대학언론사 중에서 교지가 유난히도 살아남기 힘든 이유입니다.



대학 당국과 총학생회의 논리에 따라서 전국의 교지편집위원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 언론사끼리의 교류와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어서 함께 연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교지는 신문, 영자신문, 방송국과는 달라서 자유로운 언론이었지만 학생들의 자치기구였기 때문에 항상 소수 인원으로 힘들게 꾸려나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지는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진보적인 주장을 견지하고 소수자의 편에 서려고 했습니다.


교지에 들어오려는 학생들도 많이 줄고 있습니다.

교지가 1년에 1번 발행되는 곳도 많지만 저희는 1년에 세 번 꾸준히 발행했고 강연회, 평론제 등을 통해서 교지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우리 교지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국 대학의 다른 교지들도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알자지라>의 자존심, '적들도 믿는다'
왜? 정확하니까.

<독설닷컴>의 자만심, '적들도 클릭한다'
왜?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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