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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깨어나라 고봉순

기자들 빠진 KBS 9시 뉴스, 김빠진 맥주 같았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23.


동료 기자와 PD를 파면/해임한 것에 항의해
KBS 기자협회 기자 전원이(야간 당직자 제외)
어제 오늘 '대휴투쟁' 중이다.

취재기자들이 빠진상태에서 제작된 
KBS <뉴스 9> 어땠을까? 
오늘밤 KBS 9시 뉴스는
말그대로 '김빠진 맥주' 같았다.

기자인 내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형편 없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 이유들을 꼽아보기 전에,
'내가 KBS 기자라면, 오늘 KBS 9시 뉴스를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욕을 했을 것입니다.
수백명의 기자들이 일시에 마이크를 내려놓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수백명의 PD들이 일시에 카메라와 편집기를 놓았는데,
그들의 행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런 사실 자체가 보도되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했을 것입니다.
이제 KBS 9시 뉴스가 '김빠진 맥주'였던 이유를 꼽아보겠습니다.


하나, 오늘 KBS 9시 뉴스는 '발늦은 뉴스'였다. 

뉴스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시의성'이다.
그런데 '시의성'이 떨어지는 보도가 많았다.
정상적인 방송뉴스 보도 사이클에서는 어젯밤에 보도되었어야 할 아이템들이 하루 늦게 보도되었다. 
오늘 '대휴투쟁' 중인 기자들의 리포팅이 보도되었다.
아마 어제 제작된 뉴스인 것 같은데, 무리하게 사전 제작된 것 같았다.
이미 진전된 내용이 다른 방송에서는 보도되고 있는데, 어제까지 상황만으로 만들어져서 무리가 있었다.

ex) 전지현 관련 아이템.


둘, 오늘 KBS 9시 뉴스는 '딴나라 뉴스'였다. 

뉴스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근접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뉴스 보다 다른 나라 뉴스가 더 판을 쳤다. 
특히 오바마 이야기가 판을 쳤다.
좀 오바 해서 표현하면 '땡오뉴스'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섭섭해할 것 같다.)  

보통 방송사 특파원은 직급이 높아서 비노조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 특파원 보도가 많았던 것 같다. 
전체 스물여덟 꼭지 중 일곱 꼭지가 국제뉴스였다.
4분의1이다. 언제부터 KBS 뉴스가 이렇게 국제적이었나?

18. 오바마 대통령, ‘부시 정책’ 되돌리기 
19. 오바마 정부, “직접외교로 북 비핵화” 
20. 오바마, 다시 대통령 취임 선서 
21. 가이트너, 구제금융 개혁 예고…뉴욕증시 반등  
22. 고혈압 환자, 주사로 치료 가능 (독일) 
23. 중국 성장률, 한 자릿수로 ‘추락’
24. 이스라엘, 추가 공습 경고


셋, 오늘 KBS 9시 뉴스는 '받아쓰기 뉴스'였다. 
 
뉴스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심층성'이다.
보도국 간부가 리포팅한 아이템 중에는 기존 기사를 '우라까이' 하는 수준의 리포팅이 많았다. 
이미 있는 기사에 화면만 입힌 뉴스였던 것이다. 
'받아쓰기 뉴스' 혹은 '각색 뉴스'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넷, 오늘 KBS 9시 뉴스는 '반쪽 뉴스'였다. 

공정한 뉴스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바로 '반론권 보장'이다. 
그런데 오늘 KBS 9시 뉴스에서는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주요 뉴스가 있었다. 
화재로 시민과 경찰 6명이 사망한 용산 사건을 다루면서 
이 농성에 '전국철거민연합'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보도였다. 
이 보도에서 전국철거민연합 측의 반론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시사IN은 수시로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브리핑하는, 반론 기회가 열려있는 검찰의 반론권을 안들어 줬다고 게임비 3천6백만원을 지불하라는 지시를 법원으로부터 최근 받았다. 반론 기회가 열려 있는 힘있는 자들의 반론을 빠뜨리면 죄가 되지만 반론 기회도 없는 힘없는 자들의 반론은 빠뜨려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인가?) 

이런 문제 외에도
이 보도는 정말 허접 쓰레기같은 뉴스다. 
기사를 옮겨본다. 
 


전철연 모금 등 조직적 개입…5명 구속


<리포트>

'전국철거민연합은 농성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검찰이 오늘 농성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설명하며 밝힌 내용입니다.
 
6명중 4명은 세입자가 아니라 전철연 회원이었습니다.

검찰은 전철연의 한 간부가 농성 준비단계부터 실행까지 계속 개입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6천만원의 농성자금을 모금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농성 장기화에 대비해 석달치의 식량과 시너 등 인화물질을 상당량 준비했다는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검찰은 전철연 회원들이 화염병 투척 등 폭력시위를 부추겼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참사를 불러온 망루 화재의 원인과 관련해 검찰은 '망루안의 화염병'때문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공대가 망루안으로 진입했을때 쫓기던 농성자가 들고 있던 화염병 불이 망루안에 가득찬 인화물질이 옮겨 붙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고의적으로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망루내 농성자 모두는 공동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6명 가운데 5명의 영장을 오늘밤 발부함에 따라, 검찰은 구체적인 화재 발생 경위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입니다.



=> 너무 허접해서 조목조목 반박할 가치도 없는 뉴스다.
검찰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옮겨 적은,
최소한의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은, 
'전철연 죽이기' 보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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