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주당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천정배 송영길 김재윤 서갑원...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영희 박선숙... 이번에 새로 배지를 단 의원들도 보였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폭력진압에 맞서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며 전경 바로 앞 최전선에 스크럼을 짜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그리 고마워하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니다.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왔다는데도 말입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곤혹스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기껏 왔는데, 환영받기는커녕 박대하니 말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욕을 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래 너희들이 어쩌는지 한 번 지켜보겠다’ 하는 정도였던 것 같았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전경 앞에 대오를 짜고 앉아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구경’하기 위해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촌평을 허공에 날렸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묵묵히 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표정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천정배 의원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한 시민이 “천정배는 사진 찍었으면 가라”라고 나무랐기 때문입니다. 그 시민은 전날 천 의원이 시민들에게 떠밀려 '국민토성' 위에 올라갔다가 우물쭈물하다 내려와서 "사진 찍으러 왔냐"는 비난을 들었다는 기사를 보신 것 같았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을 둘러싸고 시민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의원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논쟁입니다. “왜 지금에야 나왔냐?”라고 비난하면 한쪽에서 “늦게라도 나왔지 않습니까”하고는 답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각성하란 말이야!”라고 소리치면 또 “각성하려고 왔지 않습니까”하는 답이 들렸습니다(꼬박꼬박 말대답하는 사람은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인 것 같았습니다).
비아냥거리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이것들 X도 힘 없어” “17대에 도대체 뭐했어” 이런 시민들의 비난이 괴로웠는지, 최영희 의원은 자신을 찾아온 김민웅 교수에게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서도 ‘촛불집회 선봉에 선 민주당 의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에 대한 토론이 한창입니다. ‘촛불 지키기, 민주당 격려’(ID 포탄) ‘촛불을 위해 민주당이 나왔다. 하나가 됩시다’(ID 그만두) ‘촛불시위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흐름속에서의 나)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한 민주당 의원과 인터뷰하는데, 얼마나 피곤했는지 말을 하다 말고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말입니다. 최근 정국과 관련해 역할을 맡아 낮에도 일정이 많았던 의원이었습니다. 그 의원은 그 전날에도 경찰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부대꼈습니다. 인터뷰를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아직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의원들처럼 촛불집회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마음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타박 일변도였지만 지금은 지켜보자는 시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붙들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한 시민이 그 답을 말했습니다.
그 시민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조용히 충고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환영합니다. 물대포도 맞아보시고, 소화기 분말도 맞아보시며 시민들이 어떻게 당하는지 겪어보십시오. 그리고 가끔가다 나오지 말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나오십시오. 그러면 국민이 민주당 편을 들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선봉에 서자,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그 짬을 활용해 시위대와 대치하던 최전방 전경들도 도시락으로 요기를 했습니다. 전경들이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으니, 민주당 의원들의 출연이 영 헛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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