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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논객 열전/문제적 논객 변희재

'독설닷컴'과 '조선' '동아'의 칼럼 전쟁, 관전평 부탁드립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2. 4.


'독설닷컴'과
'조선' '동아' 사이에 칼럼 전쟁 중입니다.

독립PD(외주제작사 PD)들의
언론노조총파업 지지에 대해

'독설닷컴'을 통해서는 
독립PD들(이성규, 윤지혜)이 정당성을 주장하고
'조선' '동아'를 통해서는 
미디어발전연합이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성규PD와 함께 이 논쟁을 맡고 있는
윤지혜 PD(26)의 글을 공개합니다. 




  
주> 관련 텍스트들입니다. 순서대로 올렸습니다.


1) 변희재 동아일보 칼럼, '방송귀족들에게 빼앗긴 영상세대의 꿈'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1090127

2) 이성규(윤지혜) 독설닷컴 칼럼, '독립PD가 변희재씨에게 드리는 제안'
http://poisontongue.sisain.co.kr/586

3) 이문원 조선일보 칼럼, '젊은 독립PD여 방송권력 타파를 위해 함께 하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24/2009012400250.html

4) 윤지혜 독설닷컴 칼럼, '언론법 개악은 '독이 든 사과'다' (아래 글)

5) 변희재 빅뉴스 칼럼, '한국독립PD협회는 방송귀족 지망생 협회인가'
http://www.bignews.co.kr/

 

언론법 개악은 ‘독이 든 사과’다



글 - 윤지혜 (독립PD)



한나라당이 발의하고 당·정·청이 일심동체로 통과시키려 했던 '언론법 개악'이 한창 이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들의 강력한 항의 행동으로 이 '개악'은 유보되었으나, 다가오고 있는 임시국회에 즈음하여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독립PD들은 '정규직들의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노예근성'이라는 ─변희재 씨가 동아일보 칼럼에 기고한 글에서 한─ 모욕에도 불구하고 언론법 개악에 함께 항의해 왔다. 나 또한 그 일부였으며, 이것이 정당한 행동이었음을 다른 글 (<어떤 근거로 우리의 투쟁을 "노예근성"이라 말하는가?>) 에서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24일, 변희재 씨가 대표로 있는 실크로드CEO포럼이라는 단체에 이문원 전문위원이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해 내 글을 비난한 바, 이에 대해 반론의 글을 쓰고자 한다.




변희재와 이문원은 2MB 정부의 허황된 논리를 그대로 따라 되뇌고 있는데, 독립PD들에게는 그것이야말로 ‘독이 든 사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언론법 개악이 추진되면 방송의 새 시대가 오고, 외주PD·작가 들의 권리가 보장될 것처럼, "창의적 외주업체에 제작을 맡기면서 … 외주 콘텐츠 시장은 대폭 활성화" (변) , "지상파 방송사 눈치 보며 편성 받아 착취에 가까운 제작비로 만들어내던 시절은 끝난다. … 지금보다 수십 배 크기의 시사교양 방송 콘텐츠 시장" (이) 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현실은 그러한가?

변희재와 이문원이 말하는 "콘텐츠의 천국 미국" 방송업계를 보면 오히려 그들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져 있다. 지금의 언론법 개악의 골자인 언론 소유제한 규제 완화 조치가 96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발의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에 의해 시행되었는데, 그 후 1998년 2008년 까지 지난 10년간 미디어.정보통신 분야의 고용비율은 19.93% 감소했다고 한다. 인원 감축의 가장 큰 근거는 "미디어 융합으로 인한 경영의 효율화"였다. 더 적은 방송인에 더 많은 업무가 과중된 까닭에, 자그마치 다섯 명 중 한 명이 방송업계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미국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방송업계 상시종사자는 2004년 28,484명을 고비로 꾸준히 하락해 2007년 현재 26,383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액이 약 20조 원 정도로 평가되는 방송업이, 그 14배의 매출액을 가진 제조업의 4대 대표산업 (일반기계, 전자부분품, 통신기기 등, 자동차) 도 해내지 못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한다? 그것도 거의 현재의 70%인 2만 1천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세계 굴지의 투자 업체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하는 한국에서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쯤 되면 2MB 자신이 1월 30일 SBS에서 방송한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 …>에서 "미디어가 최대 산업이고 성장동력이다. … 방송통신융합이 잘 돼야 고급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라고 한 말도 완전히 무색해진다.
 
이문원은 IPTV의 시대가 오면 대기업·신문은 기존 방송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되짚어볼 일이다.

실제로 IPTV 업계에서는, 공중파와 몇몇 거대 케이블 사주들이 송출 비용을 담합해 인상해 버려서 중소 방송업체의 콘텐츠들은 아예 진입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예상들을 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안형환이 발의한 '지상파텔레비전방송의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안'은 이런 예측이 현실이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들게 한다.
안형환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기업, 신문, 통신사의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에 대한 49% 소유권, 외국 자본의 20%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삼성 이씨 일가의 기업 지배 문제 때 이건희의 지분은 단 1.6%였는데, IPTV는 49%까지나 허용하다니! 이것은 방송사들에 지분을 갖게 될 대기업 사장들과 조․중․동 사주들의 배를 불리는 법안이다. 변희재나 이문원의 그럴싸한 말과는 완전히 다르게, 언론법 개악안에 독립PD와 외주제작 방송인들의 삶에 대한 대비의 내용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고 해서 자기 집 차고에서 수제 자동차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국내 굴지의 자동차 대기업을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문원의 엉뚱한 주장은 경제 위기로 산산이 부서진 신자유주의의 흔적인 듯한데, 현실에서 틀린 이론이 어떻게 엉뚱한 결과를 끌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만 하겠다.

이문원 자신이 아무리 이것이 "지금의 방송법 개정은 경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이것은 '경제' 문제다.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산 규모와 지분, 영향력을 지키려는 사장들에게도 '경제' 문제이고, 감원과 임금 삭감, 제작비 입찰 경쟁 강화에 따른 불안한 현실에 직면한 방송인들에게도 '경제' 문제이다.

2MB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로 재편된 방송업계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낏 봐도 암담하다면, 그러면 진정으로 외주제작 방송인 (과 방송사 정규직 방송인) 들의 '경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 것인가? 나는, 지난 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정규직 방송인과 외주제작 방송인들이 함께 그것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경쟁의 논리가 아니라 더 많은 지원, 방송의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여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모든 외주제작 방송인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여 효율을 빌미로 실업으로 내몰리지 않고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을 보장받는 것을 이루기 위해, 정규직 방송인과 비정규직, 외주제작 방송인들이 모두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나뿐 아니라 더 많은 독립PD들 역시 허황된 환상을 쫓아 2MB의 개악을 지지하느라 2030이니 386이니 하며 같은 방송인들끼리 분열되는 것보다, 지금도 올곧게 진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방송인들이 다함께 참 언론을 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