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대한민국 논객 열전/문제적 논객 변희재

"고재열의 정치, 학맥 패거리주의를 비판한다" (변희재)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23.


지난주 <PD저널>에 기고한 
'미발위, 100일 동안의 동상이몽 데이트' 칼럼에 대해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55#
실크로드CEO포럼 변희재 회장이 
반론을 보내와서 이를 게재합니다. 

변희재 회장과는 
이번주 금요일 '소통포럼'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만나서 우리의 생각은 어디까지 일치하고 
어디서부터 달라지는지에 대해서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소통포럼'에서 이뤄질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님과 한신대 윤평중 교수님이 발제를 맡으셨습니다.)  




 
한 자연인의 사상을 함부로 논한 고재열 기자


글 - 변희재 bignews@bignews.co.kr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PD저널에 기고한 <미발위, 100일 동안의 ‘동상이몽’ 데이트>라는 글을 기고했다. 고재열 기자가 표현한 미발위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약칭이지만, 공식적으로 미디어국민위로 정한 만큼 이를 정정해 표현하겠다.


고재열 기자는 미디어국민위의 성격과 구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것은 고재열 기자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런 미디어국민위에 참여하는 변희재, 강길모, 이헌, 최홍재 등에 대해 인신공격을 퍼부어놓은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미 고재열 기자와 진보와 보수 양측 모두가 참여하는 소통포럼을 함께 하고 있고, 3월 27일 첫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중간지대를 찾아라’를 주제로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토론하기로 했다. 이번 반론글은 어찌보면 소통포럼의 세미나의 논점을 제시하는 셈이다.


고재열 기자는 여야 동수 20명으로 구성된 미디어국민위에 대해서 사실 상 야쪽이 우세한 14: 6이라 규정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 명단을 다시 분석해 보았다. 14대 6이라는 새로운 분석결과가 나왔다. 야당 쪽이 14고 한나라당이 6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한나라당 추천자 중 4명이 ‘전향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온 행적을 살폈을 때, 왜 그쪽에 앉아 있는가하고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람이 4명 있었다. ‘정치 철새’와 비슷한 ‘사상 철새’였던 셈이다”


이 네 명은 미디어국민위에 참여하는 강길모, 이헌, 최홍재, 그리고 필자이다. 필자는 이미 3월 13일에 ‘386 패거리들에 갇혀있는 젊은세대 지성’이란 글에서 필자를 대상으로 사상전향을 했다고 비판하는 젊은 논자들에게 공개토론할 것을 요구했다.


간단하다. 필자가 사상전향을 했다면 대체 어떤 사상을 갖고 있었다가, 어떤 사상으로 바뀌었는지, 입증하라는 것이다. 필자가 고재열 기자에게 확인한 결과, 그는 나의 글을 읽지 않았다. 하여간 최소한 소통포럼 세미나 때까지 고재열 기자가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기자의 양심을 걸고 공개적으로 정정하기 바란다. 필자는 이미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존스튜어트밀의 사회적 자유주의를 원천 사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고재열 기자는 필자가 존스튜어트밀의 사상을 따르다 어떤 점에서 바뀌었는지 입증해야할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고재열 기자는 존스튜어트밀을 공부한 바가 없다. 만약 그가 이를 공부했다면 절대 함부로 사상전향이란 단어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존스튜어트밀 자체가 사회적 자유주의론을 확립하기 위해서 수도없이 좌와 우의 사상을 넘나들며 성찰하고 내적 고민을 해왔기 때문이다. 존스튜어트밀의 자유주의 사상으로 볼 때, 남이 사상을 바꾸었다고 공격하는 것 자체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침해이다. 존스튜어트밀이 가장 경계했던 것이 철학적 필연론이라 표현된 이념의 도그마였다.


고재열 기자가 존스튜어트밀의 사상에 대한 토론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한가지 힌트를 준다면 존스튜어트밀에 대한 치밀한 공부없이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한나라당을 타도하자’ 이런 수준의 논의는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다. 존스튜어트밀이 지금 살아있었다면 2002년도까지 원칙적인 안티조선의 이론을 제공했을 것이며,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부터는 권력패거리로 변질된 안티조선을 비판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고재열 기자의 다음글을 보면 이는 별로 의미없어 보인다. 고재열 기자가 필자가 전향했다고 주장한 근거는 역시 케케묵은 안티조선 문제였다.


고재열 기자 역시 안티조선의 원칙을 공부하라


“변희재는 안티조선 운동의 최선봉에 섰던 인터넷 논객이었다. 좌파였으나 좌파로서 대접받지 못했던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그들은 우파정권의 품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한 자연인의 사상이 전향되었다는 위험한 주장을 하면서 내놓은 근거는 오직 이 두 문장이다. 존스튜어트밀이 보면 놀래 자빠질 일이다. 필자는 이미 안티조선 문제에 대해 무려 4년 이상 입장을 밝혔다. 최근의 3월 13일자 글을 다시 붙여드린다.


“안티조선 문제도, 애초에 안티조선의 원칙을 세울 때, 강준만 교수가 조선일보에 진보좌파적 지식인이 추상적인 진보좌파적 주장을 하며 매명을 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판한 것이었다. 강교수는 98년도 고려대 강연에서 강교수를 직접 초청한 장하성 교수를 거론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라면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것은 관계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례로는 바로 장하성 교수의 삼성 비판 칼럼이었다.


나의 조선일보 기고는 삼성보다 더한 권력 포털 비판으로 시작하였고, 나는 단 한번도 조선일보든 동아일보에 추상적인 진보좌파 담론을 이야기한 적 없다. 대부분 구체적인 정책 대안 칼럼이다. 기본적으로 안티조선의 원칙조차 모르면서, 대체 무슨 안티조선을 하겠다는 말인가? “조선일보에 기고하니 나쁘다”는 유치원생 수준의 니 편, 내 편 논리 이외에 쓸 글이 없다면 그냥 깨끗이 절필하라“


정말 이제 지겨울 정도이다. 내가 이래서 나에게 보수로 전향했느니 뭐니 하는 사람들에게 애써 반박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사상을 전향했다고 주장하는 목표가 전향한 사상에 대한 토론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너는 우리편이 아니니 조직의 쓴 맛을 보여주겠다” 이것이 명백한데 뭐 때문에 귀찮게 이런 것 가지고 토론하는가?


내가 요즈음 이 귀찮은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소통포럼의 재출발을 앞두고, 소통포럼의 교수 한 분, 이제 밝히면 강준만 교수가 “전향했다 생각하지 않으면 명확히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소통포럼의 발전을 위해서 이 정도의 수고는 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계파를 바꾸면 그것도 사상 전향인가?


나는 오히려 고재열 기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고 싶다. 고재열 기자의 글 한 편에는 패거리주의 의식이 너무나 짙게 깔려있다. 제 3자인 독자를 향해 쓴 글이 아니라, 자신의 진영 패거리들에게 “나 고재열이 배신자들에게 이렇게 통렬히 보복하고 있다” 이 점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 쉽게 엿보인다. 이헌 변호사에 대한 공격 대목이다.


“하이라이트는 이헌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법률지원단을 이끌었던 특보였다. 배신은 배신을 낳는다. 이헌 변호사와 함께 ‘시변’에서 활동했던 모변호사는 이 변호사와 이회창 총재를 배신하고 이 총재의 대선비자금 파일을 가지고 한나라당에 귀순했다. 그런데 그 변호사를 거세게 비난했던 이 변호사도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패색이 짙어진 이 총재를 버렸다. 그리고 미발위에서 ‘경력 세탁’을 하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안 봐도 DVD다’.”


도저히 젊은 논객이 쓴 글이라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패거리 정치꾼의 발상이다.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의 사상 차이가 무엇인가? 내가 아는 한 이헌 변호사가 이회창 총재를 버리고 경력세탁을 한 적도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이것은 사상전향과 전혀 관계없다. 단지 계파를 바꾸었을 뿐이다. 같은 우파자유주의 진영 내에서 계파를 바꾼 것을 갖고 진보논객이 이를 왜 사상전향이라 비판하는가?


나는 현재 고재열 기자의 입장이 진보좌파 정치 진영 중 어떤 계파와 유사한지 대충 추측할 수 있다. 앞으로 고재열 기자가 그 계파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변하면, 본인 스스로도 배신자가 된다. 386세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계파적 사고에 빠져있는지 모르겠다.


고려대 신방과라는 학력을 머릿속에서 지워라


더구나 고재열 기자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학맥주의에서 허덕이고 있다. 굳이 이것 가지고 비판할 것까지야 없지만, 나 스스로는 역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가 작성한 최홍재 공언련 사무처장에 대한 대목이다.


“이헌’만큼 기억해 주어야 할 이름은 ‘최홍재’다. 필자의 과 선배인 그는 ‘낙하산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다 해직된 YTN 조승호 기자와 동기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동문수학했던 두 선배는 지금 극과 극의 행보를 달리고 있다. 한 명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한 명은 언론장악의 최선봉에 서서 출세를 향해 달리고 있다. 6-25 전쟁도 아닌데 두 친구가 마주 달리고 있다.


조승호 기자가 언론자유 수호에 나서고 최홍재 처장이 언론장악 최선봉에 있다는 것도 주관적 판단이지만, 그렇다 치자. 대체 이 둘 사이에서 과선배가 웬말인가? 고재열, 조승호, 최홍재, 이 세 명이 고려대 신방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지금 사안에서 뭐가 중요하냐는 말이다. 고려대 신방과는 과에서 노선까지 정해주는가? 그래서 고려대 신방과 노선에서 이탈하면 배신자인가?


고재열 기자가 평소부터 고려대 인맥을 너무 자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 내 눈으로 볼 때는 거슬릴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 이유가 YTN 노조를 돕기 위해 가까운 고려대 인맥을 동원하겠다는 취지라 설명할 때,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것만 가지고 고재열 기자를 학벌주의자라 비판하기는 어렵다. 물론 나 같은 경우 누군가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서울대 미학과 인맥을 모은다는 것은 꿈에도 꾸지 않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 글은, 사상의 자유가 있는 한 사람의 사상전향을 논하면서, 이를 고려대 신방과 인맥과 비교하면서 논리를 펼쳤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고재열 기자가 평소부터 그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출신학교부터 머리 속에 넣고 있을 때라만 가능한 일이다.

참고로 나 같은 경우는 조승호 기자가 고려대 신방과를 나왔다는 건 고재열 기자의 글을 보고 처음 알았지만 바로 잊었고, 최홍재 처장의 경우 그가 고려대를 나왔든 연세대를 나왔든 내 머리 속에는 들어있지 않다. 최홍재 처장은 그냥 공언련 사무처장이고 미디어국민위 간사일 뿐이다.


내가 고재열 기자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그가 학벌주의자이든 아니든, 그것과 관계없이 앞으로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그의 출신 대학을 머리 속에서 지우라는 점이다. 그리고 자꾸 공개적으로 그 사람의 출신대학을 거론하지 않기 바란다. 고재열 기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학벌주의의 폐해에 한 몫 거들게 된다.


고재열 기자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지었다


“미발위 100일 동안 ‘유턴 인생’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들 4명의 행보에 주목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미디어논의하나마나위원회’로 전락시키지 못하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한 번 배신한 자 두 번 배신하고, 두 번 배신한 자 세 번 배신한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국민을 배신할 지, 아니면 한나라당을 배신할 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민주당의 안을 따르지 않으면 국민에 대한 배신인가?


대체 어떻게 아직 앞길이 창창한 젊은 논객이 이 지경까지 조폭적 사고에 사로잡혔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한나라당을 배신? 미디어국민위는 각 정당의 추천을 받았지만 독립적인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어있다. 원칙적으로 그 누구든 각 정당의 지시를 따르면 안 된다. 물론 국회 문방위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중요 사안에 대해 협의를 할 수야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정당패거리로 움직이면, 미디어국민위는 무너지게 된다.


고재열 기자의 논리로 따지자면, 벌써, 변희재, 강길모, 최홍재는 한나라당 측의 회의 비공개 흐름을 어기고, 회의 공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게 한나라당을 배신한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고재열 기자가 만일 민주당이나 진보신당의 추천을 받았으면 자신의 신념과 원칙도 다 버리고, 정당의 지령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뜻인가?


국민을 배신한다는 말뜻은 또 무엇인가? 미리 알려두지만 나는 정보통신망법과 신문법 상 포털 관련 조항 심사를 전문분야로 삼고 있다. 분과가 나누어지면 이쪽으로 들어간다. 나는 포털피해자모임 대표로서, 지금의 한나라당의 정보통신망법과 신문법 개정안으로는 포털의 언론권력 남용 방지나 인터넷피해구제에 턱없이 부족하다 판단한다. 그래서 포털 피해자들과, 인터넷미디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내가 생각하는 더 강화된 안을 제시할 것인데, 나의 원칙과 신념, 그리고 전문적 판단을 기준으로 활동하면, 이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 된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단 한 번도 포털권력남용이나, 인터넷 피해자들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바 없는 분들의 비전문적인 주장을 따라야지만 국민의 편에 선다는 말인가? 젊은 논객이라면 정치패거리들처럼 니 편, 내 편 따지기 전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접근을 해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대체 고재열의 기자의 사상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강길모 인미협 회장이 과거 주사파 사상에 심취한 것을 반성하고 우파사상으로 전향한 것을 비판하고, 이를 배신이라 공격한다면, 그럼 강길모 회장은 평생 주사파로 남았어야 했다는 말인가? 고재열 기자는 주사파냐 이 말이다.


그리고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한 고재열 기자는 앞으로 자신의 노선이 현실적으로 틀렸다는 점이 드러나도, 조직의 복수가 두려워 그냥 그대로 남겠다는 뜻인가? 나는 이 점이 너무나 궁금하다.


다시 정리한다.
다음 답변글,
혹은 소통포럼 토론에서 이 점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첫째, 변희재의 원천 사상이 무엇이었는데, 어떻게 바뀌었는가?

둘째, 안티조선의 기고거부 원칙이 무엇인가?

셋째, 조승호 기자와 최홍재 처장이 고려대 신방과 출신인 것과 사상전향과 무엇이 다른가?

넷째, 각 정당의 추천을 받은 미디어국민위 위원들이 정당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배신인가?

다섯째, 자기 원칙과 전문성에 따라 민주당의 입장을 반대하면 국민에 대한 배신인가?

여섯째, 사상의 뿌리가 같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라는 정당 혹은 계파를 옮기면 그것도 사상전향인가?

일곱째, 주사파 사상에서 과오를 깨달아 생각을 바꾸면 그것도 배신인가?


이 여섯 가지에 대해서 답할 자신이 없으면, 다시는 함부로 한 자연인의 사상에 대해서 논하지 않기 바란다. 물론 서로 공개토론이 잡혀있고 사전 양해를 구한 상태이, 고재열 기자 역시 나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언제든지 사적으로든 공개적으로든 질문을 던져주기 바란다. / 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