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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

마봉춘 고봉순 윤택남을 살리자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30.
시민이 촛불을 들고 기자가 시민을 취재하지 않고
기자가 촛불을 들고 시민이 기자를 취재하는 세상에서는
교수가 TV에 나와서 세상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세상에 나와서 TV 걱정을 한다.  
 


 

지난 6월25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KBS <미디어 포커스> 5주년 기념 세미나 ‘한국 사회, 미디어 상호비평을 되돌아본다’의 분위기는 참 묘했다. 세미나의 취지는 <미디어 포커스>가 그동안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나를 살펴 잘한 것은 더 잘하게 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서강대 원용진 교수는 “세미나 제목을 ‘<미디어 포커스> 5주년, 종말을 이야기하다’로 바꿔야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S에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서 프로그램을 변질시키는 것을 염려한 말이다. 세미나 분위기는 갑자기 ‘생일집’에서 ‘초상집’으로 변했다.


토론자로 나온 MBC 최용익 논설위원은 “어느 날 후배가 와서 ‘선배, 제가 팀장 된 것 모르셨어요?’라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미디어 포커스>가 막을 내리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온 인제대 김창룡 교수는 “제작진이 부담을 안 가져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얼마 안 가서 없어질 프로그램인데, 없어질 때 없어지더라도 그때까지 소신껏 만들면 된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미디어 포커스> 용태영 팀장의 한마디로 정리됐다. “없애려고 하면 농성이라도 하면서
버텨보겠다. 그래도 없애면 내가 사장이 돼서 다시 부활시키겠다”라고 받아쳤다. 객석의 팀원은 “오늘 세미나 기사 제목을 ‘<미디어 포커스> 팀장, 사장 야심 드러내’로 뽑아야겠다”라며 환호했다.


‘시민이 촛불을 들고 기자가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촛불을 들고 시민이 취재하는 세상’이 된 언론 현실을 지난주에 이야기했다. 이번 주의 이야기는 ‘교수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세상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세상에 나와서 텔레비전 걱정을 하는 세상’에 대한 것이다. 요즘 자주 보는 장면이다.


이런 모습은 6월24일 YTN 사옥 앞에서도 벌어졌다. YTN 시청자위원인 동국대 이철기 교수가 마이크를 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선대위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에 내정된 것을 비난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군대도 안 다녀왔는데, 공수부대 근처도 안 갔다왔는데 왜 이렇게 낙하산을 좋아하냐. 낙하산 구본홍 사장이 임명되면 YTN 마크가 낙하산 모양으로 바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요즘 누리꾼 사이에서는 가상인물 세 명이 화제다. 마봉춘·고봉순·윤택남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MBC·KBS·YTN을 의인화하고 발음에 맞춰 붙인 이름이다. 이들 셋을 지켜야 한다고 난리다. ‘프레스 프렌들리’하다는 정부와 맞서 마봉춘·고봉순·윤택남이 국민만 섬기며 ‘피플 프렌들리’하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