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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

기자가 촛불들고 시민이 취재하는 세상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23.

인터넷 뉴스의 세계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열쇳말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였다. 기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기자라는 것이 바로 오마이뉴스의 창간정신이었다.


정부의 언론 통제 움직임에 반발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 ‘모든 기자는 시민이다’라는 역명제를 생각하게 된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다음 아고라 토론장에서 ‘자유 언론’을 외친다.


 

6월10일 최대 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YTN 앞에서도 정부의 언론통제 조치와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이전과 다른 모습이 전개되었다. 이전에는 촛불집회하는 시민들을 기자들이 취재했는데, 여기서는 촛불집회하는 기자들을 시민들이 취재하는 모습으로 구도가 바뀌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은 '기자가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을 취재하는 것'이지, '촛불을 든 기자를 시민이 취재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정상이 아닌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나는 YTN앞 상황을 블로거 '미디어몽구'를 통해 KBS 앞 상황을 블로거 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모든 기자는 시민이다


기자들도 자유발언대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6월19일 촛불문화제에서 YTN ‘돌발영상팀’ 임장혁 기자는 “YTN이 첫 ‘빠따’다. YTN이 무너지면 KBS도 MBC도 무너진다. YTN은 지킬 테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막아달라”고 ‘돌발 발언’을 했다.


YTN의 간판 앵커 정애숙 아나운서는 뉴스를 칼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구본홍 사장 내정자를 비난했다. 정 앵커는 “뉴스를 진행할 때 늘 칼을 생각한다. 칼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요리사의 손에 들어가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음식을 만든다. 외과의사의 손에 들어가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 그러나 강도의 손에 들어가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성지’로 다음 아고라를 활용했던 시민들처럼 기자들도 다음 아고라에 호소문을 올린다. 한 YTN 기자는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현 정부의 전략은 ‘약한 고리’부터 공격하는 것이다. 아리랑TV가 넘어갔고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넘어갔다. 이제 YTN이 다음 목표가 됐다. 그 다음은 어디일까?”라고 물으며 기자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KBS 기자들도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KBS 김정환 기자는 “‘촛불’을 불순 세력으로 보는 KBS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고, 망설이는 KBS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촛불’을 켜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미디어포커스팀 김경래 기자도 “KBS는 기자의 것도, PD의 것도, 정연주 사장의 것도, 노조의 것도 아니다. 국민과 시청자의 방송사다”라며 ‘KBS 독립’을 지지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들이 촛불을 들고 인터넷 토론방을 전전하게 된 것은 그들의 선배들 때문이다. 권력에 아부하고 기생하는 ‘폴리널리스트’ 때문에 후배 기자들이 이런 생고생을 하게 된 것이다. ‘프레스 프렌들리’하게 지내겠다는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프레지던트 프렌들리’하기보다 ‘피플 프렌들리’하게 지내겠다며 ‘언론 독립’을 호소하게 만든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국민들의 촛불이었다. 


기자들이 촛불을 든 것이 재미삼아 든 것이 아닐 것이다.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것이 네티즌과 글발을 다투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기자가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절박한 심정을 <시사IN> 기자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시사저널 파업’을 하며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편집국’ 블로그를 만들어 호소해보았기 때문이다.


앞에 이름을 언급한 기자들이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 거의 모든 취재기자가 징계를 받았던 1년 전 우리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어떤 성질 급한 기자가 바른 말을 하고 무기정직을 받을까? 얼마나 많은 기자가 회사 측으로부터 고소당해 곤란을 겪을까? 몇 명의 PD가 단식을 할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문, 퀴즈 프로그램에는 과연 누가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