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쪽에 일이 있어 갔다가
한나라당의 네티즌 소통 행사
‘통하였느냐’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시도 자체는 좋은 것 같았습니다.
형식도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와 아고리언 등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패널도 불렀습니다.
(요즘 활동을 재개한 이봉원씨도 왔더군요.)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다시 실세로 부상한 정두언 의원(가운데)을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어제 행사는 한나라당이 혹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네티즌)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다시 실세로 부상한 정두언 의원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행사장에는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들이 빽빽이 앉아 있고, 뒤에 서 있고, 심지어 행사장 밖에서 서성거렸습니다.
동원된 청중일 수도 있지만 규모와 차림새로 보아서는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몇몇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공기업 임원 등 정치권 주변 인물들이었습니다.)
상임위가 한참 열리고 있는 시간이었지만(오후 2시~4시)
진성호 의원 박준선 의원 강용석 의원 등 현역의원이 3명이나 참여했습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를 노려봄직한 장광근 서울시당위원장도 왔고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정몽준 의원과,
그리고 그 분의 형님, 이상득 의원도 왔습니다.
(정두언 의원은 상임위 기간이라 토론 참석자 외에는 특별히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이 누리꾼? 하긴 요즘은 중년들도 인터넷을 많이 하니까...
이렇게 정치인 참여가 많은 것은 이번 행사의 위상을 볼 때 극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정두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소통위원회는 한나라당 내 디지털정당위원회의 부설기구입니다.
디지털정당위원장은 현역의원도 아닙니다.
현역의원이 이런 기구의 부설기구 장을 맡는다는 것은 약간 ‘모양빠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 의원의 위상이 바뀌면서 국민소통위원장이라는 미관말직의 위상도 바뀌었습니다.
토론회 중간에 이상득 의원이 왔다갔다는 것이 의미심장한 부분이었습니다.
돌아온 정두언은 이제 ‘왕의 남자’일뿐만 아니라 ‘형의 남자’도 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한 시간 가량 앉아서 토론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네티즌과의 만남 자리가 한나라당 실세와 허세(누구일까요?)들의 집합장이 되었습니다.
토론회를 둘러싼 이런 미묘한 권력의 흐름은 재미있었지만,
토론회 자체는 그리 재미가 없었습니다.
특히 현장 중계는 하면서 인터넷 중계는 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네티즌과 계급장 떼고 만나려면 좀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토론회에서 나온 주요 발언입니다.
오마이뉴스 황방열 기자,
"한나라당의 소통이 안 되고 있는 부분 중 가장 부족한 것은 네티즌, 온라인과의 소통이다. 한나라당은 온라인과 네티즌에 대한 사랑을 항상 짝사랑에서 ‘줬다 뺏는 사랑’, ‘강요하는 사랑’식으로 잠깐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이 (사이버 모욕죄 등으로) 규제하고 표백화 하려고만 하지 말고 네티즌과 온라인을 인정하며 투명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구혜영 교수,
"한나라당은 보통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잊어버린 10년이다. 과거 삐라, 빨간 책, 대자보에서부터 오늘날 축제형 데모형태로 소통의 방식이 변화한 데 비해 한나라당의 대응방식은 집권하지 못한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국민소통위원인 이은경씨,
“정치만 생물이 아니라 국민도 생물이다. 지금 국민들은 ‘한 번 해보라’고 방관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하겠다’, ‘이 대통령 혼자 하겠다’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같이 해주셔야 한다’, ‘한나라당 혼자선 못 한다’고 호소했어야 하는데 그걸 놓쳤다.”
현장 중계는 하는데 인터넷 중계를 하지 않는 것이 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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