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긴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이전투구’보다 더하다는
‘이박투구(李朴鬪狗)’가 또 벌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둘은 왜 그렇게 사사건건 싸울까?
이재오 전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인연과 악연을 살펴보았다.
이재오와 박근혜는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둘은 서로를 너무 싫어했다. 둘은 사사건건 싸웠다. 다행히 한 남자가 멀리 떠났다. 몸이 멀어지니 ‘미움’도 멀어졌다. 둘은 한동안 부딪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남자가 곧 돌아온다. 한 여자는 긴장하고 있다. 여기서 한 남자는 이재오 전의원이고 한 여자는 박근혜 전 대표다. 이재오 전의원의 국내복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이전투구’보다 더한 ‘이박투구(李朴鬪狗)’가 재현될 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둘의 갈등은 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5번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이 전 의원은 그 중 4번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구속되었다. 악연은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2004년,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자 당내 비주류 대표주자였던 이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부딪쳤다. 비주류의 한을 풀기 위해 이 전 의원은 유신의 폐해를 담은 영화를 기획하기도 했다. <유신의 추억>(가제)이라는 영화였다.
2005년, 박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무성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가 된 이 전 의원은 화해를 시도한다. 그리고 본인의 표현대로, 박 전 대표를 ‘극진히’ 모셨다. 그러나 ‘적과의 동침’은 오래가지 않았다. 둘의 관계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2006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파탄난다. 당시 이 전 의원의 라이벌인 강재섭 전 대표를 밀었던 박 전 대표는 이 전 의원이 연설할 때 자리를 떠 분위기를 흐트러뜨렸다.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이 전 의원은 천정을 보며 이를 콱 깨물었다.
둘의 관계는 2007년 대선 경선을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명박 대통령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이 전 의원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이 전 의원 지역구에 세 번이나 지지 유세를 갔던 것을 상기시키며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당시 측근들이 대거 낙천한 것이 이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 박 전 대표 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위에 마음의 바리케이트를 쳤다.
그리고 채 1년이 흐르지 않았는데 그가 돌아온다고 한다. “3월이면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온다”라며 이 전 의원이 3월 초 귀국의사를 밝히자 박 전 의원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복심으로 복귀한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바로 이 전 의원을 만나고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이 이 전 의원에게 어떤 역할을 맡긴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이 긴장하는 이유는 친이계열과 얽힌 당내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경북 경주 보궐선거 경선 문제다. 친박연대 소속이었던 김일윤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 지역구 후보자리를 놓고 친이계열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계열 정수성 전 육군대장이 겨루고 있다. 친이계열에서는 원래 이 지역구 의원이었던 정 전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친박계열에서는 여론 지지율이 더 높은 정 전 대장이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4월에 있을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당선된 뒤 복당한 친박계열 현역의원과 현직 당협위원장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 문제가 걸려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관행대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친이계열에서는 해당행위자를 당협위원장에 임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지난 1월20일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를 만들고 이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번에 임명되는 당협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양측 다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경주 보궐선거의 경우 정종복 전 의원이 이상득 의원의 측근이었기 때문에 이재오 전 의원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는 다르다.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이 전 의원이 자신들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당협위원장이 많기 때문이다. 2월11일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친박계열인 이해봉 의원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친이재오계열인 공성진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친박계열에서는 이 대통령을 만난 정두언 의원이 이 전 의원을 만나고 온 것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 의원 측은 대통령을 만나고 이 전 의원을 만난 것은 맞지만 전달한 내용은 와전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에게 역할을 맡기려고 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전 의원의 역할을 막기 위해서 간 것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은 ‘不在其位 不謨其政(부재기위 불모지정, 그 직위에 있지 않거든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월11일, 베이징 주재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당장 재보선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국내에 정치를 하는 분들이 많고 그 분들에게 맡겨 놓아도 된다. 당분간 국내 정치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이 전 의원을 자중시켰을까? 그것은 2월 ‘입법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친박계열 의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이를 조율한 것인데 오히려 오해를 불러 정반대의 해석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반박근혜 연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시 계보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김무성 의원의 의견을 묵살하고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맞수였던 김 의원의 역할이 없어지자, 이 전 의원의 역할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양 진영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런 평화가 당분간 계속 되기를 바라고 있다. 관건이 되는 당협위원장 문제도 합리적으로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 연제 지역구와 같은 곳은 친박 후보(박대해 의원)이 임명되었지만 친이계열인 김희정 전 의원을 당협위원장으로 인정해주고 부산 남구을의 김무성 의원처럼 친박계열이 원래 당협위원장이었던 곳은 새로 임명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친박계열에서는 3기 내각 구성 시 친박계열 몫을 주고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 공천 지분도 나눠준다면 이런 평화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전의원은 이런 친박계열의 구상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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