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석란시향'이 해체에 항의해 파업을 했듯이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해체에 항의해 파업하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합창단이라는 점과
시립단체가 아니라 국립단체라는 점과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
드라마에서 단장은 끝까지 단원을 지키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단장이 단원들을 전부 내쫓았다는 점입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집회현장에서 만난
'예비음악기자' 김한나님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글 - 김한나
‘ 내 단원들이야! 해고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해! ’
종영한지 3개월이 지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석란시향 해체될 뻔 한사건’ 이 실제로 일어났다. 새로운 드라마의 소지섭을 보느라 강마에 포스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문화체육관광부는 굳이 이런 일을 만들어 드라마를 다시 떠올리게 하신다. (지나간 드라마까지 신경 쓰는 문화부 만세)
드라마와 다른 것이 있다면 강마에는 끝까지 ‘내 단원들’을 보호했고 이소영 단장은 ‘내 단원들’에게 원래는 ‘내 단원들’이 아니니까 그만 나가달라고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사건은 2009년 1월 8일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이소영 단장이 오페라합창단의 해고를 구두로 통보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한 합창단원들은 3월 11일 오후 3시경 문광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정식단체로 승인하라
연습실에서 발음 교정 한 번 더하고 발성 한 번 더해서 양질의 공연을 제공해야할 오페라 합창단원들이 문광부 앞에서 요구한 것은 무리한 것이 아니라 해고조치를 철회하고 오페라합창단을 정식 단체로 승인하라는 것이었다. 뻔뻔하게 해놓은 것도 없이 막무가내로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지난 7년간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으며 국내 오페라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정식단체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겸직을 하지 못했고 외부단체의 개인 연주도 오페라단의 허락 없이는 하지 못하였다. 국립 오페라단의 이런 행동은 곧 ‘너 아르바이트 하면서 남는 시간에 다른 아르바이트 하면 안 된다’와 같은 뜻인데, 이건 뭐...<아내의 유혹> 신애리보다 더 이기적이다.
누군가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 했더니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개인레슨 하면서 돈은 다 벌잖아.’
기억난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더블 베이스 연주자도 그랬다. 시향에 있으면서 그 간판으로 개인레슨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시향에 있으면서, 오페라합창단에 있으면서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뭐 뻔하다. 월급이 적어서이다. (가르침에 뜻이 있어서, 제자 육성에 힘쓰기 위해 등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오페라합창단의 박봉에 주안점을 둔 이야기니까)
오페라합창단을 정식 단체로 인정하고 제대로 된 처우와 연봉을 제시한다면 그들이 적어도 돈 때문에 사 레슨을 할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 레슨 자리는 오페라합창단에 들어가지 못한, 그야말로 연봉이 적은 개인 합창단원들이나 어떤 단체에도 소속되지 못한 성악가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물론 개인레슨 자체가 정규직일자리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의견이 경제논리에 어긋날지도 모르겠으나 개인레슨 하나도 아쉬운 음악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예체능계의 현실이다.
2.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문광부와 공부가 필요한 장관님
요즘 문광부 홈페이지는 예체능계 종사자들에게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느라 떠들썩하다. 예술단체의 청년인턴(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노력이 가상하다.) 예술교육 강사자리 등 다 좋다. 그런데 음악인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물론 음대 졸업생들 모두가 연주자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문광부에서 예술 관련 일자리 마련해 주는 것, 정말 고맙다. 그런데 이미 직업을 가진 이들, 무대에서 행복해 하는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을 타당하지 못한 이유로 끌어내리려는 것은 문광부의 한 입으로 두 말하기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은 애초부터 상임화를 전제로 공연을 해왔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국립합창단과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것이었다. 공부가 필요한 곳! 바로 여기이다. 유인촌 장관님, 둘 다 합창단이라서 헷갈리시나보다. 국립합창단이 하는 공연은 그야말로 합창만을 위한 공연이다. 본업이 합창만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이 국립합창단이다. 물론 오페라합창 공연을 한다고 소홀히 하지는 않을 테지만 합창단 공연하랴 오페라단 공연하랴, 다른 거 다 무시하고 일단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몸이 힘들게 되면 일단 자신들이 주가 되는 일인 합창 공연에 더 주력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오페라합창의 질은 유지되기 힘들다. 유인촌 장관도 연극을 해 본 사람이라 공연 한 번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을 터인데 국립 합창단에게 오페라 합창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말 무식한 일 아닌가 싶다. 또한 오페라에서 합창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설마 모른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3. 음악전문지 기자들은 어디로 갔나
사실 나도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고 사실을 '독설닷컴'을 통해서 알았다. 음악 기자하겠다면서....무척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 집회에 가서도 창피했다.
집회를 취재하는 기자가 드물기는 했지만 그래도 음악잡지사나 음악신문사에서 한 명은 오지 않았을까했는데 음악관련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마치 우리 집에 불났는데 가족들은 놀러가고 옆 집 아저씨가 물바가지 들고 와 걱정해주는 격이랄까.
그래도 혹시 몰라 집에 와서 지난주의 음악교육신문을 뒤져보았더니 그나마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제작 발표 기사의 끄트머리에 7줄 나와 있었다.
음악전문지들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주회 광고, 입바른 소리의 리뷰만 담지 말고 음악계에서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현실적으로 살펴보고 꼬집어서 음악인들을 깨워야할 필요가 있다.
4. 돈보고 예술 하는 것 아닙니다
사실이다. 돈 많이 벌려고 음악 전공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음악뿐이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문율도 아니고 꼭 이렇게 예술인들이 고용문제를 이야기 할 때면 ‘우리가 뭐 돈보고 예술하냐. 예술하는 사람은 원래 가난해야 되는거야.’ 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돈 보고 예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제공한 퍼포먼스에 대해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너무 돈, 돈, 하는 것도 민망한 상황이지만 우리 음악인들, 아니 예술인들 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 국립오페라단은 2011년까지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 신작 및 창작 공연 등을 대폭 늘려 많게는 연간 18회에 이르는 공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앞으로 오페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뉴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보유한 의상과 소품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하는 서비스도 실시한다고 한다. 연간 18회에 이르는 공연을 국립합창단이 합창단 공연을 하며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이미 자리 잡은 오페라 전문 인력도 해고하는 마당에 무슨 또 인력을 양성하려고 하시는지 재미있는 현상이다. -
다음주 금요일(3월20일)
예술의전당 앞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거리 공연이 있습니다.
가셔서 응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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