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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국립오페라합창단' 부활하라

내가 '우리반 반장 임영박'을 개사해서 부른 이유는...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30.


지난주에 '독설닷컴'에 한 성악과 졸업생분이 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소식에 분노해,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이분은 오디오 파일로 직접 만들어 녹음한 '우리반 반장 임영박'이라는 노래도 보내주셨는데, 
(맞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제가 경황이 없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다른 곳에 올리신 것 같은데, 이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분이 쓰신 글도 한번 읽어보시죠. 
'우리반 반장 임영박'을 개사해서 부르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성악과 졸업생 김우섭


* 나는 성악과 졸업생이다

이번 국립오페라합창단 사태를 보고 무지하게 화가 났지만 언젠가 이럴 줄 알고 있었다. 터질게 터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문화를 바라보는 이명박, 유인촌의 시각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없는 음악인일자리를 줄여버린 게 진짜 진짜 문제다. 이명박 정부, 유인촌 장관, 이소영 단장 체제이기에 좀 더 빨리,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되었을 뿐이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2001년, 학과 건물에 눈에 띄는 포스터가 보였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주제의 토론회였다. “음악대학 졸업생 취업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클래식 전공이지만 대중음악의 진로를 생각하던 유별난 음대생인 나에게도 음악대학 졸업생 취업문제는 매력적인 주제였다. 어쨌든 나는 음대생 아닌가. 토론자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그들도 고려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나는 실망했다. 현실 진단은 그럴듯했지만 대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음악계의 기득권이었다.
 
무엇보다도 실망한건 토론에 참여한 패널의 수 보다 적은 방청객이었다. 학부형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몇 명, 고등학생 그리고 음악관계자로 보이는 신사 한분이 모두였다. 음대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지 않으니 바보처럼 비싼 생수를 사먹는 형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을 가진 음대생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한 방향만을 보고 뛰도록 경주마에게 눈가리개를 한 마주가 문제지... 

 
* 진학과 취업

음대생, 그중에서도 성악과 졸업생들이 생각하는 진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진학과 취업이다. 

 
* 진학도 진로로 쳐?

음악인들에게는 진학도 진로의 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유는 유학과 대학원 후 더 좋은 일자리를 꿈꾸는 목표 속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학과 대학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 더 좋은 일자리 = 정규직 = 교수

유학을 시작하는 대다수 성악가들의 목표는 교수이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유학을 결정한 성악가들 또한 그 속내는 교수일 가능성이 꽤 높다. 이는 교수가 가지는 사회적 지위라는 매력을 넘어서는 음악계의 현실이 담겨있다. 교수는 음악계 일자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규직이다. 그뿐이 아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대한민국에서 주연 오페라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교수여야 한다.
 
교수가 몽땅 독점하는 환경이 음대생의 목표를 오직 교수로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조수미나 신영옥처럼 세계적인 성악가가 아닌 이상 교수가 최고인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학은 음대생에게 있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진로의 한 방향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확률로 치면 1%도 안 될 것이다. 

 
* 성악과 졸업생의 일자리

음대생, 그중 성악과 졸업생들의 취업은 어떨까? 성악과의 경우 합창단이 거의 유일한 일자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지역별로 몇 개 안 되는 합창단들이 간혹 단원모집 공고를 낸다. 그러나 신입단원은 파트별로 한명씩 뽑을까 말까하다. 매년 수많은 성악과 졸업생들은 나오는데 그들에게 유일한 일자리인 합창단원은 안 뽑을 때도 있는 것이다. 운이 좋아 일자리가 나와 봐야 파트별로 1~2명 뽑는게 현실이다. 음악대학, 과히 실업자 양산소라해도 무방하다. 
 

*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합창단에 취업한 성악과 졸업생들의 급여수준은 어떨까? 모두들 국립오페라합창단원 급여수준에 놀라시던데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들은 성가대 지휘, 개인레슨을 병행해야 주변의 월급쟁이 수준을 맞출까 말까하다. 그럼에도 합창단원들은 찍소리 못하고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 왜? 어떻게 쟁취한 합창단원이라는 타이틀인데 움찔될 수 있겠는가. 합창단원 외에는 취업대안이 없는 이들이 감히 어떤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음악계의 독특한 도제관계 시스템과 엄격한 선후배 관계도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 일자리를 잃고야 용기를 내다

밖에서 보기에는 변변치 못한 합창단원 일지 모르지만 이 바닥에서는 아무나 들어 갈 수 없는 귀한일자리 합창단원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그 귀한 일자리를 빼앗겼다. 그들은 늦게나마 용기를 냈다. 그리고 그 바닥에 있는 그 누고도 해보지 않은 생소한 싸움을 해내고 있다. 민주노총이라는 지원군이 있지만 외로운 싸움이다. 그들의 친구라 할 수 있는 클래식음악인들의 공감과 지원이 그들을 외롭지 않게 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 이명박 정부의 1만 인턴공무원과 음악인

이명박 정부는 1만 인턴공무원을 뽑는다고 하지만 음악인턴은 들어보지를 못했다.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음악관련 부서가 음악전공자 또는 음악전문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관련 일자리 대책은 없는 거다. 문화강국? 어림도 없다. 한류? 미안하지만 곧 사라질 것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가. 문화지원은커녕 문화말살정책을 펴는 나라에서 뻔한것 아닌가. 
 

* 실업을 생각하는 마음, 음악인실업을 생각하는 마음

내가 앞서 이명박 정부 유인촌 장관 체제이기에 좀 더 빨리, 좀 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을 뿐이라고 얘기한 이유는 정부와 음악가 그 누구도 졸업생 취업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업자 양산소인 음악대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음악대학이 왜 실업자 양산소가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 음악기득권에게 있어 실업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었을 뿐이고, 정부나 국회의 높으신 분들은 딴따라 일자리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으셨던 거다. 그뿐이 아니다. 늘어가는 음악대학수의 비해 고정되어있는 일자리로 실업률을 늘려왔음에도 당사자인 음악인들 또한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들 지금 40여명의 합창단원들이 해고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경제가 안 좋은 것은 남의 탓(세계경제불황)이지만 취업을 못하는 건 구직자(취업당사자) 탓이다. 그러니까 쉽게 눈 낮추라하고, 인턴이라도 삽질이라도 하라는 거다. 명문대학교 나와 엘리트 코스만 밟아와 실패해 본적 없는 그들의 눈에 실업자는 그저 부족한 사람들, 낙오자일 뿐이다. 이런 그들에게 딴따라들의 일자리가 가당키나 하겠나? 이런 마음이니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하고도 눈 하나 깜박 안하는 거다. 
 

* 클래식 음악인들에게 고함

그럼에도 음악계는 조용하다. 30명의 국립오페라합창단원과 민주노총만이 혈혈단신 저항하고 있을 뿐이다. 음악계 높으신 분들은 지금껏 그래왔듯 더 높으신 분들 눈치를 보셔야 하니 그러려니 하련다. 그러나 전국 음악대학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클래식음악으로 먹고 사는 모든 분들,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것인가? 작금의 사태가 부당하지 않은가? 국립오페라합창단 사태가 당신들의 밥그릇이라는 생각안하나? 음악계 높으신 분들에게 손바닥 비빌 만큼 비벼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당신들의 밥그릇을 언제까지 그들에게 위탁할 것인가.
 
모두 뛰쳐나와라. 지금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이다. 그들은 그저 노래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노래를 하는, 음악을 하는 예술인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확대시켜야 한다는 마음일 것이다.
 
예술인들의, 음악인들의, 성악가들의 그리고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의 일자리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화의 공공성으로 설명 할 수도 있지만 음악인 일자리 현실을 감안하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모두 먹고살기 힘들고 음악인들의 현실은 더욱 혹독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싸움은 음악인 모두를 위한 싸움이다. 그러니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을 쓰러지도록 놓아둬서는 안 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1.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써보자.

1.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알 때까지 이 끔찍한 사실을 인터넷에 알려보자.

1. 그들의 현장에 방문해보자. (외국 성악가들은 원정을 와서 국립오페라합창단과 노래로 함께했다. 이제 대한민국 음악인들이 가자. 가서 노래를 연주를 품앗이 하자. 딴따라만이 할 수 있는 멋진 투쟁의 모습을 보여주자)
 
세상을 가지고 노는 게 광대라 했다. 세상에 지면 그건 예술가가 아니다. 우리의 세상이므로 우리가 주도하자. 음악인의 삶을 음악인 스스로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