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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국립오페라합창단' 부활하라

우리는 왜 파리에서 정명훈을 찾아갔어야 했나?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24.


국립오페라합창단 탄원서를 들고
지휘자 정명훈씨를 찾아갔던 파리 유학생들이

"이 계집애들이 말이야. 한밤중에 찾아와서..."
"40년 전에는 미국에 구걸하더니 
이제 와서는 미국산쇠고기 안 먹겠다고 촛불 들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등의 말을 들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들은 왜 정명훈을 찾아갔을까요?
그들은 왜 자기 일도 아닌데, 서울도 아닌 파리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탄원서를 들고 다니며 호소할까요?
그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Carmen님이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Carmen님은 파리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성악도입니다.


정부의 해단조치에 항의해 파업 중인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이 거리에서 공연하는 모습.




성악을 공부하는 내가 파리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탄원서를 돌리는 이유...

 

4년전 나는 대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프랑스 오페라를 더 자세히 배우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프랑스 땅에 건너왔다.
이곳에 온지 1년만에 음악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내가 불러보고 싶었던 많은 노래들을 불러보고 오페라들을 접하고 여러 유럽의 문화를 익히며 지내왔다.
파리에서의 학교생활과 삶에서 얻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공부를 마치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미래의 나의 무대는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무대라는 큰 희망을 안고 프랑스에 왔지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나는 많은 값진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느껴야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국립오페라합창단 탄원 활동이다.
 
한 달전 인터넷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지휘자를 비롯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전원 해고가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나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같은 성악도로서 뭔가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탄원 활동을 시작햇다.
내가 이들의 탄원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진보신당 당원이기 이전에 음악을 공부하고 앞으로 성악가가 되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성악도의 입장에서 그들의 불행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했고 또 미래에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성악을 하는 사람들의 내일이 될 수도 있기에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일과 관련해서 진보신당 당원 한분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우리도 뭔가 할 수 있으면 해보자는 제안을 해서 다섯 명이 모여 파리대책팀을 꾸렸다. 
우리는 파리에서 많은 음악가들의 지지서명을 받았고 프랑스문화예술노조위원장과 파리 바스티유오페라단 노조위원장의 지지영상도 한국에 보냈다.

현재도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라디오프랑스 합창단원들도 지지하겠다고 연락해왔으며
심지어는 내가 다니는 음악원 학생과 교수들도 이 사태에 심각성을 느끼며 도움을 주려고 한다. 
라디오프랑스 합창단원과 연락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우리과 교수님의 도움 덕분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소프라노 수미 조와 마에스트로 정에게 직접 상황을 전달하고 도움을 구하라고 조언해주신 분들이 모두 이번 서명에 동참해 주신 프랑스 음악가들이었다.
 
프랑스에서 음악을 배우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여기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의 아낌없는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고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많은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수많은 예술음악인들이 노조를 결성해서 자신들의 입장과 권리를 내새우고, 그렇게 쌓아온 역사가 오늘의 이런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근본이 되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프랑스가 왜 문화예술의 나라로 인정받으며 사랑을 받고 그 문화예술을 찾아서 해마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를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것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러 예술분야 중에 음악을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실력있는 성악가들이 많은데 왜 그 실력있는 성악가들이 굳이 다른 나라 극장에 서서 활동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프랑스며 독일 이태리를 비롯해 미국까지 진출해서 활동하는 수많은 우리나라의 음악가들... 해외에 나가있는 명 연주자들을 모아서 우리나라 정부가 예술가들에게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도 전 세계에서 꼽히는 오페라 무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했다.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음악발전을 위한 연대와 회의를 하고 오페라와 음악의 발전을 위해서 서로 화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무대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도 아니고,
고작 한 음대생 불과하지만 이 곳 먼땅까지 공부하러 와서
왜 이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했는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음악인 분들은 이해하고 알아주실거라 믿고싶다.

솔직히 이 일을 하면서 그만 두고싶었던 적도 없지 않았다.
파리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다른 한국인들에게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알리며 같이 하자고 호소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모든 반응은 "오페라합창단 없애는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없애고 다른 사람들 새로 뽑는다는데 그게 뭐가 잘못됐어?" 라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우리가 왜 이 먼땅까지 음악을 공부하러 왔고,
공부를 마친 후에 한국에 돌아가서 우리가 하게 될 일을 생각한다면 쉽게 답이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

나중에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교수나 선생님 되는 방법이 아니면 우리는 모두 비정규직 음악가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마 우리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시간당 몇만원부터 몇십만원에 해당되는 레슨비를 내며 음악을 공부했듯이 우리 역시 우리가 가르쳐야 할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그 희생을 떠 넘기게 될 것이다.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연속되는 것은 너무도 불행한 일이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한 클래식음악은 대부분이 "가진자들이나 하는 음악이다" 라는 감투를 벗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을 최소화하려면 가장 먼저 정부로부터의 예술인들의 권리와 직업적 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에 한국에서 매일매일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고 문광부 앞에서 시위하는 합창단의 안타까운 소식과 기사들을 접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인촌 장관님께 묻고싶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수 많은 예술가들에게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예산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으니 거리로 나가라라고 하면 나가줘야 하는 일이 과연 예술가들이 해야할 일인가를...


 


카르멘 님이 내용을 조금 수정 보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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