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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

"출입기자 아니시면 사무관이랑 통화하세요"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4. 11.


어제 서울 중앙지검의 한 차장검사 방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반론을 듣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 언론사 기자가 이 차장검사가 'A라는 사람이 검찰에 이렇게 얘기했다'며 기사를 썼는데,
A라는 사람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서,
그 기자가 허위 보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차장검사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거니 한 여직원이 받더군요.
전화 건 취지를 설명했더니 다짜고짜 "출입기자세요, 아니세요?"라고 묻더군요. 
검사한테 전화해서 거짓말하면 잡아갈까봐, 정직하게 출입기자 아니라고 했습니다. 
(요즘 시절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그럼 사무관과 통화하세요"라고 말하고, 사무관하고 연결하더군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자생활 10년차에 아직도 '오나존 케굴욕'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검찰은 아직도 기자를 출입기자와 비출입기자로 나누며 '반상의 구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제 새삼 알게되었습니다. 
이것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검찰이 선진화된 증거겠지요. 

하는 수 없이 육두품 기자는 사무관과 통화했습니다. 
진골 이상의 출입기자가 통화할 수 있는 차장검사와는 통화하지 못하고...
그 사무관은 궁금한 내용은 브리핑에 와서 들으라더군요.
(출입기자도 아닌데 브리핑엔 어떻게 가라고?)

그 사무관에게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나는 당신네 차장검사한테 설명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라 반론을 들으려는 것이다. 
당신이 차장검사를 대신해서 반론을 하는 것이냐? 
해줄 말이 없다는 것이 반론이냐? 
라고 열심히 물었지만 그는 브리핑에 와서 들으라고만 했습니다. 
(뭐냐? 검찰은 반론도 브리핑 때만 하냐?) 

일전에 검사들이 <시사IN> 기사가 자기들 반론을 안 넣었다고 민사소송을 내고 
수천만원의 게임비를 요구했습니다.
(이 재판은 아직 진행중입니다.)
그래서 반론을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출입기자 아니니까 사무관과 통화하라고 하네요...
 
여기서 잠깐,  
'브리핑에 와서 반론을 들으라'라고 말한 것은
이전에 시사IN 기사도 반론권을 보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네요.
검찰은 비출입기자에 대한 반론은 브리핑으로 한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무죄 알리바이 하나 얻었네요.

주야로 브리핑하고 지천으로 기자들 깔려있는데,
반론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니...
무슨 벙어리들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공정성은 단일 기사 안에서 평가하지 않고
사회적 맥락에서 평가합니다.
즉, 모두가 검찰발로 기사를 쓸 때
시사IN처럼 피의자였던 김경준의 메모로 기사를 쓰면
'사회적 공공성'을 맞춘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이죠.

그런데 가난한 언론사에 '돈질'이나 해대고..
검사들은 승소하면 그 돈을 태안기름유출사고 피해 주민에게 준다고 했는데,
진짜 주는지 제가 끝까지 추적할 겁니다.

검찰 출입기자가 아니라, 지금은 그냥 지켜보지만
만약 '정치검찰'들이 진짜 정치를 하려들면,
그때는 제가 그들의 지난 업적을 꼭 평가해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검찰' 리스트를 만들고 있는데,
이들이 진짜 정치를 하려고 들면, 다른 정치부기자들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들의 업적을 기억해 주어야지요.

어찌되었건, 저는 반론을 듣지 못했습니다.
전화기를 타고 오는 그 사무관의 느물거리는 목소리가 싫었습니다.
그의 업무 중 하나는 이렇게 비출입기자의 전화를 컷트하는 것인 것 같았습니다.
그와 입씨름을 해봤자 내 입만 아플 것 같아 접었습니다.
(부라보!! 당신은 호가호위 챔피언~~~)

차장검사실 사무관이 위세를 떠는 것을 보니
확실히 공안정국은 공안정국인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 또 이 방에 다시 전화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간곡히 그 차장검사의 반론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과연 저는 반론을 들을 수 있을까요?
참 재미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