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정권이 바뀐 것 뿐인데,
왠지 나라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일제시대로 후퇴했다.
경찰은 짭새가 되었고
군인은 군바리가 되었고
검사는 떡검이 되었고
판사는 똥판이 되었다.
'법조계의 어청수' 신영철 대법관은
재판에 간섭한 것을 변명하며
'법과 원칙에 따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내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지랄을 했을 뿐'이라고 들렸다.
'몰염치의 시대', 염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두 정치인이 있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였다.
신영철 대법관이 이들에게서 염치를 배우기를 희망한다.
먼저 최문순 의원,
그는 '폴리널리스트'였다.
질적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도 광의의 의미의 '폴리널리스트'로 분류할 수 있다.
언론사 기자가 혹은 데스크나 언론사주가 정치권에 입문한다면,
그가 썼던 기사와 그가 감독했던 기사와 그가 운영했던 언론사가 정치권과 협잡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는 언론계 출신이 정치권에 투신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것에 대해 스스로 '변명할 여지가 없는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원죄를 씻겠다고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촛불집회 당시, 그는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현장을 지킨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단순히 앞자리에 앉아있지만 않고 노숙자처럼 배회하며 현장을 취재했다.
그런 그를 한나라당은 '촛불집회를 선동한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정말 위대한 정치인이다.
단지 촛불집회장 주변을 배회하는 것만으로도 집회를 선동할 수 있으니...
그런 그가 'MB악법' 입법주범인, 한나라당의 바지사장, 박희태 대표에게 도전장을 냈다.
그가 재보궐선거에 출마한다면, 그것이 어느 곳이든 따라가서 한판 붙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국회의원 직을 내놓고 붙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국회의원 직을 내놓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MB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그의 언론계 후배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많은 기자와 PD들이 해직당했고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언론계 선배로서 그는 염치있는 일을 했다.
다음 심상정 대표,
'내심 상정', 의식 있는 정치부 기자들은 대부분 그녀가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주기를 바랬다.
대통령후보 당선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그것이 진보세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했다.
비대위원장으로 당 개혁을 추진했다가 반대 세력에 막히자 그녀는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위험한 길이었다.
진보세력을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고, 입만 살아있고 실천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진보'에 의존해야했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 총선에서 석패했다.
'원외정당'...
그녀는 설움 많고 한도 많은 '원외정당' 대표가 되었다. 노 전 의원과 함께.
의석도 없는 정당의 정치인인 그녀를 언론이 불러주었던 이유는 그나마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찌질이 국회의원들과 함께 그럭저럭 격을 맞출 수 있었다.
진보신당이 단일지도체제로 지도부를 바꾸면서 그녀는 백의종군하기로 결정했다.
티끌만한 권력이라도 있는 자리면 일단 탐하고 보는 것이 정치의 생리인데, 그녀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기약했다.
지금 한참 재판을 받고 있는 노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혹시나 있을 경선과정에서의 분열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진보신당 지도부가 개편되면 그녀는 평당원이 된다.
이제 언론은 인터뷰할 때 그녀를 '심상정씨'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진보신당 당원이신 심상정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그녀는 빛날 것이다.
신영철 대법관,
그가 이 둘에게서 염치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의 변명, 심히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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