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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로 가는 길/파워블로거 열전

그들은 어떻게 파워블로거가 되었나(몽구 박형준 MP4/13)?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5.


기성 언론 기자 중에서도 일반 시민이 이름을 알고 있는 기자는 극히 드물다. 방송사 앵커나 신문사 논설위원 정도 되어야 겨우 시청자나 독자가 이름을 기억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름만 말하면 누리꾼들이 기억하는 스타 블로거, 스타 BJ(broadcasting jockey)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올린 글을 수십만 명이 읽고 이들이 중계하는 방송을 수만명이 동시에 시청한다.


블로고스피어(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모든 블로그들의 집합)에서 최고의 파워블로거로 꼽히는 몽구(미디어몽구) 박형준(창천항로) MP4/13(Eau Rouge)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이들을 비롯해 블로고스피어의 파워블로거들을 연속 인터뷰해서 ‘파워블로거 열전’ 게시판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사IN> 43호에는 이들과 BJ라쿤이 함께 나눈 방담 내용을 수록했습니다).


몽구는 특전사 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새끼돼지 능지처참’ 장면이나 ‘롯데월드 무료개장 입장사고 위험’ 등을 맨 처음 보도한 ‘특종’ 전문 블로거다. 박형준은 ‘박찬욱 감독 스토킹’ 전문 블로거에서 ‘이명박 대통령 스토킹’ 전문 블로그로 전업한 ‘비판’ 전문 블로거다. MP4/13은 ‘고소영 수석’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신조어’ 전문 블로거다.


오늘(7월5일) 이 파워블로거들이 뭉쳐서 <시사IN>과 함께 촛불집회 생중계, <무한카메라, 1박2일>을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오늘 생중계에는 강기갑 진중권과 함께 최고의 촛불스타로 꼽히는 국민여대생, 고대녀 김지윤씨와 개인방송 신대륙, ‘아프리카’의 최고 인기 BJ 라쿤도 함께 합니다(<무한카메라, 1박2일> 생중계는 시사IN 블로그(blog.sisain.co.kr)나 아프리카 라쿤방(www.afreeca.com/rkparadig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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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 (미디어몽구 : www.mongu.net )


(파워 블로거가 되기 전) 케이블TV에서 카메라 보조로 계약직으로 일했었다. 현장 취재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찍으라는 대로 찍어야 하는, 방송 시스템이 싫었다.


(데뷔 계기) 2005년11월 줄기세포 복제 조작 시비가 한창일 때 황우석 박사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집이 근처여서 강아지 ‘몽구’와 산책을 나왔다가 방송차량이 여러 대 와있길래 궁금해서 구경갔다. 핸드폰으로 현장 사진을 몇 장 찍고 현장상황을 메모해서 블로그에 올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몇 만 명이 블로그에 방문했고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 얼떨떨했다. 특종이라고 ‘다음 캐쉬’도 줬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히트작) 지난해 5월 말 국방부 앞에 이천 시민들이 특전사 부대 이전 반대 규탄대회를 하기 위해 올라왔다. 행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취재 기자들은 돌아간 상황이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새끼 돼지 한 마리를 꺼냈다. 그러더니 단상에 끌고 올라가서 남자 네다섯 명이 다리 하나씩을 잡고 돼지를 찢기 시작했다. 잘 안 찢어지니까 칼집을 내고 찢었다. 그 처참한 장면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다. 각 언론사에서 전화가 와서 사진을 제공했다. AFP 통신에서도 연락이 와서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조사 결과 지난해 가장 많이 본 기사였다고 한다.


(나만의 원칙) 현장에는 한 시간 전에 가서 끝까지 보고 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장에 가면 그 중에서 가장 카메라가 안가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나의 비전) 블로거들의 전범이 되고 싶다. 블로거들도 취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일반시민도 취재할 수 있다. 취재는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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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창천항로 : http://blog.daum.net/ctzxp )


(파워블로거가 되기 전) 원래 정치웹진에서 1년 정도 활동했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했었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영화에 전념하다 대선 전부터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데뷔 계기) ‘어쩌다가’라고 딱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정치 웹진에서 활동하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영화로 관심을 옮겼다. 그런데 다시 정치로 관심이 옮겨지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을 시작할 때부터 다시 정치 얘기를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난 20년 동안의 기사는 모두 찾아서 읽었다.


(히트작) 박찬욱 감독이 칸느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을 때다. 박 감독을 비난하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였는데, 비난글을 한 인터넷 언론에 올렸다. 이 글이 포털사이트 대문에 걸리면서 화제가 되었다. 협박 메일이 많이 왔다. 그게 오히려 더 기를 살게 해서 <친절한 금자씨> <사이보그니까 괜찮아> 등 박 감독 영화가 올라올 때마다 비판글을 올렸다. 계속 화제가 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비판자는 줄고 동조자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의 원칙) 당파성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중동은 당파성을 갖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드러내는 근거가 박약하고 드러내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근거가 확실하고 방식이 정당하다면 드러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글은 일부러 길게 쓴다. 다 읽을 자신 없는 사람은 그냥 나가라는 것이다.


(나의 비전) ‘블로거 연합 언론’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이를 추진할만한 힘을 가진,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블로거 명박을 쏘다 상세보기
MP4/13 지음 | 별난책 펴냄
하루 접속 22만 명을 기록한 초대박 블로그를 책으로 만난다! '고속성장'을 내세운 개발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십 년간 수행해온 민주화 투쟁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압도적인 지지로 경제와 성장 논리만을 내세우는 불도저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은 불과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 10%대로 주저앉은 굴욕을 겪어야 했다. 그 사이 대통령과 정부가 무슨 일을 했는가? 이 책은 통쾌한 풍자와



MP4/13 (Eau Rouge : blanc.kr )

주)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MP4/13님은 사진 게재를 극구 거부하셨습니다. ㅋㅋ

(파워블로거가 되기 전) 어영부영 살아가는, 내일 모레면 40인 평범한 중년남성이었다. 시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활동을 한 적도,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린 적은 없었다.  


(데뷔 계기) 취미와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이 근질근질 해서 비꼬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사 블로거가 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히트작) ‘고소영 수석’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면서 부터다. 특히 ‘고소영 수석’이 화제가 되었다. 방송 작가라 말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 뉴스에 ‘고려대...소망교회...경남 출신...’이런 내용이 나오는 것을 듣고 뭔가 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경남을 영남으로 바꿨더니 ‘고소영’이 됐다. 이런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네티즌들이 몰려들었다. 그날 22만명이 들어와서 읽었다.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다음날 경향신문 만평에도 ‘고소영’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만의 원칙) 세 가지가 있다. 하나, 웃기게 쓴다는 것이다. 시사는 짜증나는 이야기가 많다. 글까지 짜증나면 읽지 않는다. 무릎 치면서 스트레스 풀면서 읽을 수 있도록 쓴다. 그렇게 쓰면 당하는 쪽은 더 열을 받는다. 둘, 글 올리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글을 올릴 때 욕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올리는 경우가 있다. 내 생각을 담은 글이라면 욕을 먹도라도 올려야 한다. 셋, 싸울 때는 죽도록 싸운다는 것이다. 글을 올린다는 것이 때로는 전쟁과도 같을 때가 있다. 그 때는 내가 가진 논리와 근거를 총동원해서 다툰다.


(나의 비전) 블로거 활동은 ‘세월과의 싸움’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누구나 젊었을 때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기득권에 편입하면 나태해지고 보수화된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나를 깨울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더 많은 웃음을, 적들에게는 더 많은 짜증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