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고려대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고려대 총학생회가 행사에 참석한 천신일 고려대교우회장을 비판하며 그의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교직원과 교우회 관계자에게 봉쇄되어 자신들의 주장을 제대로 펼 수 없었지만, 덕분에 천 회장은 면을 구겼습니다.
이 반대시위를 이끈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금 수배중입니다.
다른 많은 촛불시민과 마찬가지로 그도 촛불집회 관련 내용 때문에 수배된 상태입니다.
그런 그가 ‘박연차리스트’ 로비 당사자로 지목받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고, Posco 인사에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교우회장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그에게 항의하기 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관련 글 : 천신일 고대 학생들에게 망신 당하다(http://spar2003.tistory.com/99)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 정책을 또박또박 비판해 화제가 되었던 ‘고대녀’에 이어, ‘고대남’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정태호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총학 선거에서 ‘이명박에 맞설 고대 총학생회’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와 교우회장 의혹 수사를 주장하며 수배까지 당한 정태호 총학생회장과는 저도 남다른 인연이 있습니다.
지금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정경대 학생회장일 때, 신입생 새로배움터(OT) 강사로 저를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막상 가보니 신입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좀 난감하더군요.
원래 사회적으로 출세한 선배를 불러서 ‘너희들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자리인데, 저 같은 사람을 불러서...
그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강사로 불러야 하는데 나를 강사로 부른 것은 ‘의미 있게 실패한 선배’의 경험을 통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으라고 부른 것 같다.
‘시사저널 사태’를 통해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분도 여러분 앞의 고난을 담대히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교우 출신이 대통령이 된 지금이 고대생들에게 기회로 보이겠지만, 사실 가장 위기다.
사회에 진출한 당신들의 선배들은 어떻게든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당신들이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졸업할 때에는 세상이 고려대를 손가락질 할 것이다.
그 비난은 온전히 당신들 몫이다.
(5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1년 만에 고려대가 손가락질 당하는 학교가 되어버렸네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러분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할 말 하는 고려대’의 모습을 보여줘야 나중에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다”
요즘 고대 졸업생들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고대는 이제 ‘명박고대’와 ‘민족고대’로 나뉜다고.
이명박 정부에 줄을 대 출세하려는 고대 졸업생과
이명박 정부 비판의 최전선에 나선 고대 졸업생으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명박 - 구본홍’ 콤비의 YTN 장악에 맞선 ‘노종면, 조승호’ 등을 ‘명박고대’와 ‘민족고대’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비리와 의혹의 중심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용을 쓰는 고대 교직원과 고대 교우회 관계자들을 ‘명박고대’라고 부른다면 ‘선배들이 판 쪽을 우리가 바로세운다’며 이에 대한 비판에 앞장선 ‘고대녀’나 정태호 총학생회장은 ‘민족고대’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대학 총학생회들 상당히 영악합니다.
운동권 총학생회보다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훨씬 영악합니다.
기성 정치인을 능가하는 팝퓰리즘적 정치를 합니다.
그래도 학우들은 ‘이벤트는 대충, 등록금투쟁은 세게, 사회참여는 적극적으로’ 하는 총학생회보다 ‘이벤트는 크게, 등록금투쟁은 대충, 사회참여는 소극적으로’ 하는 총학생회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정태호 총학생회장은 달랐습니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자마자 그는 사회참여에 뛰어들었습니다.
언론노조 1차 총파업 당시 (조금 허접한) 고대 총학생회 임시 깃발을 들고 와서 언론인들을 응원했습니다.
올 한해 그들은 이명박 정부의 만만치 않은 ‘맞수’가 될 것 같습니다.
정태호 고대 총학생회장의 분투를 응원합니다.
(그의 수배 해제를 촉구하는 역대 총학생회장의 성명 글을 첨부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민초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사회 도처에서 짓밟히고 있다. 최소한의 민주적 가치마저 처절하게 묵살되고 막가파식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분노로 커져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소수 기득권 세력을 제외하고 국민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 지고 있는 오늘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검찰과 경찰에서는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에 대해서도 상식 이하의 막무가내 공안탄압을 가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 문화제 참석을 이유로 출두를 요구하였으나 당일 문화제는 신고 하에 합법적으로 진행되었고 정태호 총학생회장은 그 어떤 법률위반 사항도 없었다. 경찰에서도 소환에 응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법률위반사항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다.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관할서도, 집회 담당서도 아닌 방배경찰서에서 출두요구서가 날라 왔고, 불과 2주 만에 3차 소환까지의 형식적 절차를 일사천리로 밟아나갔다. 심지어 출두요구 시간보다 뒤늦게 출두요구서가 집으로 도착하는 등 경찰의 출두요구는 사실상 체포영장 발부를 위한 요식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번 출두요구는 촛불 죽이기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전문 시위꾼 검거 방침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은 전문 시위꾼이라는 허황된 구실을 빌미로 고대 총학생회장 뿐만이 아니라 한대련 의장,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등 주요 학생단체 대표들에게도 일단 잡고 보자는 식의 이유 없는 출두요구서를 발부한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아들이겠다는 참으로 독재적인 발상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지금의 상황은 학생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기획수사이며 반독재 민주화 학생운동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고대 총학생회에 대한 표적탄압이다. 앞뒤도 맞지 않는 고대 총학생회장에 대한 무법적인 수사는 고대 2만 학우들의 대표체인 고대 총학생회에 대한 탄압이자 대학의 자유와 민주를 억압하려는 독재의 부활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과 공안당국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출두요구와 수배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대학은 곧 한국사회의 미래이며, 대학생들의 살아있는 저항 정신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우리는 학생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태호 총학생회장에 대한 공안탄압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맞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부족한 오늘을 물려준 선배로서,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독재에 맞서 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지난 해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의 가르침이다.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고는 공안기관의 공권력밖에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의 진정한 참회를 촉구한다.
2009년 5월 1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20/25/26/27/28/30/32/33/34/36/37/38/39/41대 고려대 총학생회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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