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닷컴'이 '좌빨 블로그'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스스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제가 '빨갱이'는 물론 '좌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것이 좌파의 유일한 요건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좌파적 가치관이 정립된 사람이 전혀 아닙니다.
심지어 저는 제가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진보주의자라면 이상적인 가치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사상의 체계나 행동의 방식을 정하는 사람일 것인데,
저는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역사와 경험이 만들어낸 상식을 지켜내는 것이 최고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전체 가치를 지향하기보다 개별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진보적이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암튼 진보주의자도 못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맑시즘 2009'에 강사 초빙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자본론'을 비롯해 맑스 원전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제가 강사를 맡았다는 사실이...
'맑시즘 2009'는 고장난 자본주의의 대안을 맑스에서부터 찾아보자는 취지로 만든 행사라고 합니다...
저를 강사로 밀어넣은 사람은 고대녀 김지윤씨인데, 이번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2009년 여름, 고장난 자본주의 대안을 말하다
글 - 김지윤 (레프트21 수습기자)
“그래 결심했어” 90년대 중반, 개그맨 이휘재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A냐 B냐,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판도는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이 코너는 한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 얼마나 무서운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2009년 지금 우리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2008년 가을,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했습니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GM모터스 파산이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들이 도미노처럼 벌어져 정신을 차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2009년, 그야말로 위기가 세계를 점령했습니다. 리만 브라더스, GM과 함께 신자유주의도 파산했습니다. 전 세계를 뒤덮은 경제위기의 암흑을 뚫고 케인스, 폴라니, 마르크스 등 시장지상주의를 비판한 경제학의 거장들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 판매가 다섯 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곳곳에서 폴라니, 케인스 등 대안 경제학을 토론하고 있습니다. 위기와 함께 대안에 대한 궁금증이 몰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의 시대, 우리는…
<파이낸셜타임스>조차 “우리는 이제 모두 케인스주의자다”라고 낯 뜨거운 고백을 하는 이 때, 이명박 정부는 “자유무역을 통해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세계 흐름에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파괴 역주행으로도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세계 경제 위기는 평범한 서민들의 삶도 파탄내고 있습니다. 이 위기 속에 기업주와 정부는 해고와 고통 전가를 ‘근원적 처방’이라고 꺼내들었습니다. 어제까지 가족이라고 말하던 회사는 갑자기 “당신이 일하면 회사는 망한다”며 해고통보서를 보냅니다. 쌍용차 ‘파산’을 협박하면서 수십 년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절망’퇴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IMF 시절을 떠올려본다면 쌍용차는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용산 철거민들을 살인 진압한 이 정부는 “해고는 살인”이라고 절규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죽음과도 같은 해고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파산할까, 해고할까? - 끔찍한 이분법
언젠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이 우리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임금 삭감을 감수할래, 회사가 파산하게 내버려 둘래?”
이미 청년들은 끔찍한 이분법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저임금 취업할래, 백수로 살래?” 우리가 저항하려 한다면 이명박은 소환장과 탄압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것이 ‘근원적 처방’이라며 말입니다.
그리고 2009년 대한민국은 다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안위해 사범 검거 1백일 작전’이 펼쳐지는 나라, 한낮에 대학생들이 대공분실로 끌려가는 나라, 이명박이 만든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닫힌 광장에서 우리는 이명박 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진실을 보았습니다.
오죽하면 뉴스를 보며 정신건강을 걱정해야할 정도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탑니다. 하지만 위기가 점령한 시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벽에 부딪히면 선뜻 대답하기 힘듭니다.
말도 안 되는 ‘근원적 처방’을 던져버리고, 저 끔찍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우리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위기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에서 희망과 대안을 발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A와 B라는 갈림길에 서있는 셈입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줄 네비게이션이 있지 않고서야 이 길은 순전히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덜커덩 거리는 자본주의, 우리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맑시즘2009 : 고장난 자본주의, 대안을 말하다’는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으로 풍성하게 차려지는 토론회입니다. 맑시즘2009에서는 경제 이슈와 사회 이슈가 만납니다. 대안 경제학자인 우석훈 교수, 정성진 교수 등과 이 블로그의 주인이기도 한 고재열, 김규항 같은 뛰어난 사회 논평가, 언론ㆍ쌍용차ㆍ용산 등 이 시대 핵심 이슈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일 것입다.(저도 ‘88만 원 세대의 학생운동’이라는 주제로 이원기 한대련 의장과 함께 발표합니다.)
무더위보다 우리를 더 숨 막히게 하는 위기의 시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그래, 결심했어!”를 외쳐야 할까요. 이 질문을 놓고 뜨겁게 토론할 장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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