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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하자보수팀

“누리꾼 덕분에 하루만에 석방되었다” (고대녀 인터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1.


지난 5월28일 목요일 경찰 소환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된 김지윤씨(누리꾼들에게는 ‘고대녀’로 알려져있죠)가 다음날인 5월29일 금요일 밤에 훈방되었습니다. 김씨의 안부를 걱정하는 누리꾼이 많은 것 같아 이메일로 인터뷰했습니다. 김씨는 의연하게 대처하고 안정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소환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소환에 불응했던 김지윤씨는 자취집 앞에서 긴급체포되었습니다. 체포 된 후 총 3차례 조사를 받은 김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경찰 수사에 항의했습니다. 앞으로도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대학생이 되겠다는 김씨는 누리꾼들의 관심 덕분에 48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하루 만에 석방될 수 있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언론노조총파업 현장을 취재 중인 김지윤씨 모습.



- 경찰이 긴급체포한 이유는?

2월14일 용산참사 추모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4월부터 소환장이 발부된 상황이었습니다. 3차 소환까지 불응했고 1주일 전쯤 서대문경찰서 수사과에서 전화가 와서 계속 조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전에서 있었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집회 이후 갑자기 수사를 강화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보다 앞서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대표가 학교 근처에서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에서 집중적으로 체포를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 예상보다도 더 빨리 경찰이 체포했습니다.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더욱 경찰에서 소위 ‘상습시위꾼’을 체포해 운동의 확산을 막으려 한 것 같습니다.
 
 
- 체포 당시 기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체포되었을 때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있었던 것도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이다보니 놀라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 소환에 불응한 이유는?

정부는 이제껏 용산참사의 책임이 있으면서도 사과를 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추모집회조차 막으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힘으로 막는데만 급급해서는 ‘상습시위꾼’이라고 촛불들에게 딱지 붙이고 소환장을 남발했습니다. 그래서 소환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응하지 않았습니다.
 

- 용산참사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특별한 직책을 맡은 것은 전혀 없었고 용산참사에 분노하고 슬퍼한 한 사람으로서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 체포영장도 보여주지 않고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자취하는 집 앞에 체포되었는데 과외를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과외학생에게 과외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연락하려 했는데 전화를 계속 못하게 했습니다. 차에 타고 나서 전화를 하라며 합당한 이유도 대지 않고 계속 제지했죠. 그래서 경찰차에 타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체포영장을 제가 보지 못했더라고요. 임의동행일 경우 거부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포영장을 보여주지 않으셨잖아요. 보여주세요"라고 요구해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형사들이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리려고 전화를 하는데 계속 전화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더니 전화를 압수할 수 있다고 협박하더라고요. 제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핸드폰 압수하실 수 없잖아요"라고 말하자 "우선 뺐고 추후에 청구할 수도 있어요"라며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말도 안된다고 했더니 뭐가 말이 안되냐며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어요. 변호사 선임에 대한 고지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경찰서에 도착한 후에 고지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서류가 있었는데 날인을 거부했습니다.
 

- 가서 어떤 조사를 받았는가?

총 3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고 하자 언제 가입했는지 왜 했는지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지 시시콜콜 물어봤어요. 또 집회에는 누구 지시로 갔는지 누구랑 갔는지도 물었고 핸드폰 위치추적 결과까지 보여줬습니다. 2번째 조사부터는 ‘다함께’라는 단체를 아는지 반전 반신자유주의 단체인 ‘다함께’에 가입했는지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지 어떻게 단체가 구성되어 있는지까지 물어봤습니다. 저는 모두 묵비로 응했고요.
 

- 언제 훈방되었는가? 훈방하면서 경찰의 말은?

금요일 밤 9시 15분 정도에 풀려났습니다. 별다른 말없이 석방이라고만 말하고 짐을 챙겨나오자 담당 형사는 이미 가버렸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을 것 같다.

유치장에서 텔레비전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명박 대통령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결식이 끝나고 시청광장을 다 봉쇄하고 분향소까지 다 부수었다는데 너무 심한 것 같아요.
 

- 과외 가려다 붙들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과외는?

과외하는 학생이 어제 문자를 보내서 인터넷에서 소식을 들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 <레프트21> 기자 생활은 어떤가? 자신에게 잘 맞는가?

억압받고 싸우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서투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보면 아직 쑥쓰럽기도 하고요^^; 그래도 보람도 있고 제 꿈을 이루는 과정을 시작한 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더욱 활동적으로 레프트21 기자로서 활동하고 블로그 운영도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수업도 계속 열심히 듣고요! 근데 졸업하려면 토익 75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토익을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좀 걱정입니다. 방학 때는 졸업준비도 하려고 합니다. 계속 진행 중인 무기정학 무효 소송이 곧 시작되는데 이 투쟁도 열심히 해야 할테고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에도 참가해야 할테고요. 계속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ㅠㅠ
 

- 그 밖에 누리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제가 유치장에 있는 동안 제 가족과 지인들만이 아니라 많은 누리꾼 여러분들도 걱정해주셨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아마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에 48시간 다 채우지 않고 하룻만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또 경찰 조사를 받으며 경찰과 정부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어떻게든 불법으로 매도하려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부는 평범한 우리 국민들이 쌓아올린 민주주의도, 경제위기에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들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대학생이 되겠습니다.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