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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I 누리꾼 수사대

영화 <7급 공무원>과 실제 국정원 커플의 차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5. 12.



주말에 ‘교육공무원’인 아내가 친구들과 집에서 ‘잡담회’를 하시겠다고 해서,
집에서 쫓겨나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바로 볼 수 있어서 <7급 공무원> 표를 샀는데,
역시 머리 복잡할 때는 오락영화가 최고더군요.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영화가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스토리도 제법 오밀조밀하게 구성했더군요.
그리고 외국인 배우 3인방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믹 연기도 살짝 곁들인...)

영화에서
“웃자고 한 얘긴데, 죽자고 덤비네”라는 말이 나오는데, 
최고의 워딩이었던 듯.

실제 국정원 직원들은 이 영화에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일단 ‘흥행이 좀 되었으면’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도 자신들을 다룬 영화인데, 흥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을 다룬 영화 중에 <쉬리>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더군요.

(이상하게도
경찰 검찰 국정원 중 경찰 영화가 잘 되는 속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4대 사정기관 중에서 국세청을 다루는 영화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친구 중에서 실제 국정원 7급 커플이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더군요.
(이제 6급, 빨리 승진했다면 5급 정도는 되었겠군요.
아마 물어보면 '확인해 줄 수 없단다'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ㅋㅋ)  
영화의 커플은 밖에서 서로 국정원 직원인 줄 모르고 만난 것으로 나오는데,
친구 커플은 안에서 만나서 결혼한 케이스입니다.
실제 사내 커플이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서로 이해를 해줄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결혼 전, 친구들에게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데리고 왔는데, 정말 어색한 만남이었습니다.
예비부부는 국정원 직원인데, 친구들은 궁금한 건 못 참는 기자들 투성이였으니.
다 기밀사항이라고 하니, 도대체 물어볼 수 있는 것이 없더군요.

(영화에서는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라고 똑부러지게 말하는데,
둘은 그냥 말꼬리를 흐리더군요.
기자 친구들이 알아낸 정보는 겨우
‘훈련받으면서 친해졌다’는 것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외국인 배우들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운데 분은 뉘귀?

이 친구 외에도 친구나 선후배 중에 국정원 직원이 많습니다.
기자시험을 준비하다 국정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험이 비슷합니다.
기자시험 준비하는 것에 한 두 가지 더 준비하면 국정원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친구 중에는 기자를 하다가 들어간 친구도 있습니다.)

‘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체력검사’도 거쳐야 하는데, 다 합격하고 ‘신체검사’라고 생각하고 룰루랄라 갔던 친구가 철퍼덕 떨어진 경우도 있었죠. 
원체 술에 찌든 친구였는데...당연한 결과였죠.

(언론사 스터디반에는, ‘3-6-9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3시간 스터디하고 6시간 술 마시고 9시간 잔다, 라는 것인데, 그렇게 충실히 한 친구들은 대부분 기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식이죠. 6시쯤 스터디 시작해서 9시에 끝내고, 새벽 2~3시까지 술 마시고, 다음날 점심때까지 퍼 잔다는...
그렇게 하면 기자가 되고 반대로 9시간 공부하고 6시간 자고 3시간 술 마시면, 기업에 들어가서 월급 두 배 받죠. ㅋㅋ)

기자와 국정원 직원은 하는 일도 비슷합니다.
둘 다 정보수집행위를 하지요. 
국정원 직원은 ‘나라가 잘 돌아가게 하는 정보(때론 정권이 잘 굴러가게 하는 정보)’를 모으고 기자는 ‘나라가 잘 돌아가는 지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는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쉬리 한번 되 보자’는 생각으로 국정원 시험을 보죠.
대기업이나 심지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 있다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에게, ‘첩보원 로망’은 대단하죠.
힘에 대한 욕망도 있는 것 같고. 

(국정원 직원은 검은 양복만 입고 다니는 줄 아는데, 절대 아니죠.
그거 입고 다니려면 어느 정도 몸매가 받쳐줘야 하는데. ㅋㅋ)

나는 아직 검정 양복 입고 다니는 국정원 직원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들어가서는 다들 황당해 합니다. 
왜 들어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총 쏘러 갔다’고 하는데, 실제 총 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분들은 만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제가 아는 분들 중에는 폭탄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폭탄주를 돌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주로 ‘여의도 맛집 정보’를 물을 때 이 분들께 전화를 하죠. ㅋㅋ 

아이러니한 것은 기자시험 준비하다 국정원 시험으로 갈아타서 국정원 직원이 된 뒤에
언론사 담당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시사저널에 있을 때 아는 선배가 담당으로 왔더군요.
(언론사마다 연락관 형태로 국정원 직원이 배치됩니다.)

기자와 마찬가지로 국정원도 담당에 따라 맞춰서 변하는 것 같더군요. 
차이가 있다면 기자들은 다른 부서와도 열심히 소통 하는데,
국정원은 캐비닛 구조여서 다른 부서 일은 서로 알지도 못한다는...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오해가 빚어질 수도 있죠.)
 
기자가 취재원과 밀착해지듯이, 그들도 정보 소스들과 밀착해 지는데.
언론사 담당 분들은 술, 특히 폭탄주와 친해지죠.
그런데 기자들과 만나서 술 마시는 것이 일인 분들이, 총 가지고 다니면 안 되죠.
사고나기 딱이죠. ㅋㅋ

국정원 직원들은 여러가지 애환이 있습니다.
제가 들은 가장 재밌는 경우는, 
국정원 직원들은 모든 행위가 정보수집행위로 해석되기 때문에 초래되는 불편인데, 
이런 경우였습니다.

이 분은 집이 지방이어서 여의도에 오피스텔을 얻어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너편 빌딩에 대선주자 캠프가 들어섰다고 합니다.
위약금 내고 당장 다른 오피스텔로 이사갔다고 하더군요.
계속 있다가는 대선캠프를 염탐하는 것으로 오해살 수 있어서.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국정원 직원들의 가장 큰 애환은
조직이 권력에 휘둘린다는 것인 것 같더군요. 특히 인사가...
국정원 뿐만아니라 검찰이나 경찰도 마찬가지인데,
일만 열심히 해서는 안되는...그런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국정원이 영화를 통해 국위선양을 할 수 있을까? 강지환을 응원하기 위해 온 일본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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