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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봉하 빈소와 서울 빈소의 같고도 다른 점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5. 25.


어제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빈소에 있다가 올라왔습니다.
오자마자 바로 덕수궁앞 빈소에 가 보았습니다.
가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 가지였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빈소가 초라할 수 있지...'
'어떻게 경찰이 이렇게까지 훼방을 놓을 수 있지...'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전직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처럼 '역적'도 아니었습니다.
수사를 받다 억울한 심정에 자살했습니다.

그런데 추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정말 예의 없는 '막장정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픔을 나눌 기회조차도 봉쇄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봉하마을 빈소나 덕수궁 앞 빈소를 찾는 조문객의 마음은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봉하 빈소와 서울 빈소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서울 빈소를 보니 봉하 빈소는 정말 '해방구'였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봉하 빈소와 서울 빈소를 비교해보겠습니다.




하나, 봉하 빈소에 비해 서울 빈소는 너무나 옹색했습니다.

물론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임시 빈소이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예우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예우한 게 그 모양인지.

봉하 빈소는 첫날 만들었던 빈소가 조문객 규모에 비해 협소해
바로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서울 빈소는 너무나 옹색해,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둘, 봉하 빈소에서는 전의경이 정복이나 사복을 입었지만 서울 빈소에서는 완전무장했습니다. 

봉하 빈소는 장내 통제를 장례지원팀과 노사모 자원봉사팀이 맡고 있습니다. 
전의경은 최소한의 인원이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장내 통제를 하는 전의경들은 사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빈소 전의경은 최대한의 인원이 최대한의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그것도 완전무장을 하고서 위압적으로.
세상에 국화꽃들고 폭력시위하는 조문객도 있습니까?




셋,  봉하 빈소가 '신작로'라면 서울 빈소는 '논두렁길'이었습니다. 

봉하 빈소에서는 조문객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봉하마을 진입로도 조문객을 위해 차량 통제를 했습니다.
1.2km 지점에서 시작된 차량통제가, 조문객이 늘면서 점점 확장되었습니다.
조문객은 '신작로'를 내걸으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빈소에서는 조문객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도로는 차벽에 막혔고 옴쭘달싹 하기도 힘들 정도로 진입로를 막았습니다.
비유하자면 봉하 빈소 가는 길이 '신작로'였다면 서울 빈소 가는 길은 '논두렁길'이었습니다.
이것이 무슨 예우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희망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봉하 빈소를 찾는 사람은 중장년 층이 많았던 것에 비해
서울 빈소를 찾는 사람은 청년 층이 많았습니다.
경찰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빈소를 찾아와 조문하는 그들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명박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차치하고서라도
제발 '인간에 대한 예의'라도 지켜주기를 바래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는
이명박 정권과 검찰 조중동이 공모한 정치적 타살이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키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고인이 된 노 전대통령은 권위주의 타파와 기득권 부정 등을 기치로 남녀노소, 지역과 계층을 불문하고 고른 지지 속에 대통령에 올랐다. 비록 재임시절 일부 업적이 지지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 그리고 해방이후 한국사회를 움직여온 수구족벌과 검찰 조직 등에 맞선 용감한 대통령으로 우리 가슴에 남은 채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고인의 귀향 행사는 그래서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퇴임 이후 고인은 소박한 인생 구상을 허락받지 못했다. 부자출신 이명박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이 점령군으로 행세하며 거의 모든 직종과 부처에서 참여정부의 그림자를 강제로 벗겨냈다. 검찰과 조중동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른바 친노 인물 색출과 숙청, 도덕적 흠집내기에 혈안이었다. 그저 참여정부에서 시행됐기 때문에 정책방향을 돌려놨다. 참여정부는 다 틀리고 이명박 정부는 다 옳다는 식이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정치적 보복을 연상했다. 전임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뒤통수를 치기 위한 사기였다.

고인의 퇴임이후 이명박 정부와 검찰, 조중동은 오로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 사회에서 지우는데 매진했다. 비열하고 치졸한 정적 제거에 국가 기관과 정치집단, 수구언론이 가세해 결국 전직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권과 검찰, 조중동이 공모한 ‘정치적 타살’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들 세 집단은 조문이 아닌 사죄를 해야 한다. 고인은 물론 비탄에 빠진 유족에게 무릎꿇고 사죄하라. 아울러 그의 서거로 충격과 슬픔에 빠진 국민에게 사죄하라.

검찰은 노 전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은 고인과 그 측근들의 범법행위를 수사한 게 아니라 참여정부 청산과 정치적 생명을 끊는데 골몰했다. 고인이 우리사회에 심어놓은 탈권위주의, 참여민주주의, 서민정치의 싹을 잘라내는데 몰두했을 뿐이다. 조중동은 참여정부 이후 급속히 번진 수구족벌 언론 비판에 놀라 참여정부 정책을 이유없이 폄하하고 매질했다. 급기야 현정권과 검찰, 조중동은 참여정부 시기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기집단의 속임수 정치였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이미 권력에서 멀어진 고인에게 살아있는 권력과 그 부역자들의 이런 광기어리고 무례한 공격은 전직대통령 예우는 고사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도 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 조중동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져야 한다. 고인의 죽음은 탄압에 모질지 못한 인간의 자살이 아닌 현 정권과 검찰, 조중동이 공모하고 강요한 정치적 타살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비록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옳다고 믿었던 정치적 민주주의와 서민정치, 탈권위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사회의제로 각인될 것이다. 그래서 그를 죽음으로 내몬 비루한 집단에게 이른 시일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09년 5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