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를 꼬박,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빈소에서 보냈습니다.
주민들과 노사모분들이 격앙되어 있는 상황이라,
빈소에서 쫓겨나는 사람과 내팽개쳐진 조화가 많았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하나, 정치인들이 쫓겨났습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쫓겨났습니다.
정동영 의원도 쫓겨났습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무직인) 한승수 총리도 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도부도 역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비난을 들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버리고 정몽준에게 간 것 때문에...)
둘, 기자들이 쫓겨났습니다.
조중동 기자들이 쫓겨났습니다.
임시 프레스센터로 만들어진 곳에 있던 다른 기자들도 쫓겨났습니다.
KBS 중계차가 쫓겨났습니다.
노사모 분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 중의 하나가 바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입니다.
그러다보니 언쟁이 자주 붙습니다.
셋, 조화가 쫓겨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내팽개쳐졌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보낸 조화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내팽개쳐졌습니다.
대체로 10분에 한 번씩 이런 드잡이가 벌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라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나타나는, 안타까운 모습인 것 같습니다.
현재 봉하마을은
외곽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고
마을 입구는 노사모 회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관리하고 있고
빈소는 참여정부 참모들로 구성된 '장례지원팀'에서 챙기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은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빈소에서는 '슬픔'에 젖은 모습이,
마을 입구에서는 '분노'가 폭발하는 모습이 주로 벌어집니다.
대체로 마을 입구와 빈소 앞 프레스센터에서 드잡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례지원팀에서 기자들에 대한 취재협조와
정파가 다른 문상객들에 대한 포용을 부르짖고 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내일은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누르고
좀더 차분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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