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타살설' '도청설' 이어 '폐암설'까지, 의혹과 음모론이 판친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열흘 째입니다.
국민장 기간 동안 많은 블로거분들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독설닷컴'에도 관련 글 링크를 걸어주시며 진상을 밝혀달라고 부탁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대체로 영결식 전까지는 '타살설'이 주로 제기되었습니다.
수십여가지 이유를 들며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일선 기자들도 혹할 정도로 그럴듯 했습니다.
 
영결식 이후에는 '도청설'이 주로 제기되었습니다.
수사발표 내용과 보도 내용을 시계열 분석하면서 도청 가능성을 제기한 내용이었습니다. 
역시 그럴듯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의혹을 검증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심지어 어떤 직장 여성분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라도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하셔서, 제가 말리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워낙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셔서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타살설'을 제기하는 친구에게는 그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웅의 죽음이라면, 그 정도 미스테리는 남아야지"라고요. 
 그 직장 여성분께는, "일단 영결식까지는 추모에만 집중하시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타살설'과 '도청설'에 대해 저는 
유족이나 측근이 제기하지 않는 한 물고 늘어지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 존엄사'로 보는 입장입니다.
그의 죽음의 갖는 함의를 되새기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 '폐암설'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폐암 3기'였다는 내용인데, 주로 보수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유포되고 있습니다.
'폐암설'은 앞의 두 음모론과는 차이가 큰 내용입니다.

앞의 두 의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지만
'폐암설'은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 자살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적으로 낮은 음모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폐암설'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현직 의사들이라는 점입니다.
남편이 의사이신 '독설닷컴' 독자분이 제보를 해왔습니다. 
남편이 학회에 갔다가 동료 의사들로부터 '폐암설'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폐암설'은 '노무현 죽음 깎아내리기'의 일환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수단체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이미 '노무현 죽음 깎아내리기'가 시작되었는데,
거기서 이 '폐암설'이 얘기되고 있더군요.
다시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말했는데,
그의 죽음을 폄훼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주> 다음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올립니다. 재미있는 분석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민주당 지지율 지속 여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4년 8개월 만에 앞섰다는 여론조사 보도가 '한겨레신문'에 의해 6월 1일 발표됐습니다. 물론 한나라당에서는 당내 조사기관인 여의도연구소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아직 역전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그 격차가 0.6%p라는 점에서 이미 역전됐다는 쪽으로 보는 견해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역전된 민주당의 지지율이 향후 지속될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쪽에서는 ‘촛불정국에서도 역전되지 않은 지지율이 뒤집혔기 때문에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고, 반대 의견을 보이는 쪽에서는 ‘민주당 스스로가 올린 지지율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거품이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필자의 견해가 어떤지 많은 분들이 전화로 물어 오시는데요. 神이 아닌 이상 현재의 상황만으로 예측을 한다는 것은 사실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설명한다면 좀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죠. 다행히 저희 리얼미터는 지난 4년간 매주 혹은 격주로 여론조사를 해왔던 터에 그 실마리가 될 만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퇴임한 대통령의 서거가 유사 이래 처음이라 동일한 상황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는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이죠. 2006년 5월 20일. 그러니까 노 전 대통령 서거로부터 3년하고 3일전인입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당시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정치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여성이 오른쪽 뺨에 10센티미터 정도의 자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지자체 선거를 앞둔 정국은 순식간에 격랑 속으로 빠지게 됐죠.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피습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처절한 요구가 있었지만, 괴한들에 의해 한번 들끓기 시작한 민심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는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열린우리당이 테러에 가담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마치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지금의 상황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피습 이후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당시 리얼미터 조사 이래 최고치인 48%를 기록, 열린우리당 보다 무려 28%p의 격차를 보이면서 앞서 나갔고, 선거를 열흘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강금실 후보에게 피습 전 22%p의 격차로 앞서다가 피습이후 30.5%p 격차까지 벌어져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도 당시 박근혜 대표는 이명박, 고건 후보를 앞서 1위로 치고 올라가더니 강재섭 대표가 신임대표로 선출되던 7월초까지 대략 한 달 가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이후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 지지도는 피습 정국과 지자체 선거 정국이 끝난후 대략 2개월 후쯤인 7월,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 다시 제 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위의 상황처럼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변수만 본다면, 현 추세가 2개월 내외 가량 지속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노 전 대통령 49제가 7월 10일이니까 적어도 7월 10일까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변수가 정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과거 주요 이슈들의 뉴스 보도를 돌이켜보면, 대략 2개월 내지 3개월 가량 유지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민심 관성의 법칙’이라고나 할까요?

대표적인 경우가 2005년 황우석 사태로, 그해 11월 8일 ‘불법난자 매매파문 일파만파’ 기사가 나간 이후 2006년 1월 10일 서울대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대략 2개월간, 대한민국 전체를 들었다 놓은 적이 있습니다. 작년 미국산 쇠고기 촛불 시위 사태는 3개월 가량 그 여파가 계속 됐습니다. 2008년 5월초 30%대 아래로 곤두박질 쳤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개월만인 8월초에 다시 30%대를 회복했지요.

결론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물려준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색 민심을 2~3개월은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동안 어떤 변수에도 큰 격차를 보이며 뒤쳐져 있던 정당 지지율이 당분간 계속 앞서 나가거나, 적어도 한나라당과 엎치락뒤치락 하겠지요. 무엇보다 6월 국회 원내에서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당밖에 분열되어 있는 옛 식구, 그러니까 이번 국민장에서 함께 상주역할을 했던 옛 식구들과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은 3개월 후 모두 부동층(DK Group; Don't Know Group)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에 있습니다. “원망하지 마라.”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이 한나라당을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식구들 간에 서로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으로 우선 해석해야할 겁니다. 현 시국을 정략적으로만 활용하는데 그친다면 ‘민심 관성의 법칙’에 의해 7월이나 8월이 되면, 다시 ‘요요현상’에 의해 원상 복구될 수 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기회를 잘 살리시고, 한나라당으로서는 WBC(야구 월드컵)에서 네티즌들에 의해 ‘국민노예’로 승격된 한 구원투수처럼 불난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국민노예’를 빨리 등판시키십시오. 민심은 낮은 자세로 민심을 섬기는 지도자, 혹은 선수에게 감히 ‘국민의 지도자’, ‘국민의 노예’라는 타이틀을 부여한다는 사실 기억하시고 말입니다.

p.s.
한가지 부연 설명할 것은 한나라당 지지율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관련하여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설문지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을 묻는 질문이 가장 앞서 있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첫 문항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질문을 묻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 등 서거 정국 관련 문항 여러개를 물은 후 정당지지도를 물었더군요. 만일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도 첫 문항이 아니라 여러 이슈 문항 다음에, 정당지지도처럼 마지막 부분에 물었다면 아마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반면 정당지지도를 이슈 문항 앞서 물었다면 별로 안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을 수 있겠지요. 비표집오차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문항순서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재량에 따라 다르니 이점 참고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