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날, 상서로운 것이 세 번 보였다고 한다.
후배기자는 운구차가 봉하마을을 떠나는 순간 '흰비둘기' 가 날아들었다고 했다.
사진기자는 영정 위에 날아다는 '흰나비' 를 보았다고 했다.
블로거 몽구는 노제를 지낼 때 '오색채운(무지개구름)' 보았다고 했다.
이제 노무현의 죽음은 신화가 된 것 같았다.
우리 곁에 왔다 간 '생불' 혹은 '예수'
노무현, 나는 노무현을 세 번 만났다.
나는 노무현을 세 번 만났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말할 때, ‘존경하는 정치인’이라는 표현보다 ‘좋아하는 정치인’이라고 주로 쓴다. ‘좋아하는 정치인’, 그것은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그에 대한 가장 적절한 호칭이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민은 ‘존경하는 대통령’이 아닌 ‘좋아하는 대통령’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노무현을 좋아했다. 당장의 실리보다 명분을 좇는 그의 ‘바보 정치’가 좋았다. 그리고 ‘명분 있는 패배’를 통해 그가 만들어내는 ‘역전 드라마’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때는 드러내놓고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싫어할 때는 드러내지 않고 좋아했다. 그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도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자 정을 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대통령이었고 나는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 종사자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노무현’은 좋아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좋아할 수 없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필연적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내 생각과 다른 것이 많았다. 정을 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그와 5년간 이별하고 퇴임 후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다시 좋아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에게서 삶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 번 만났다. 낙선한 그가 정치 낭인으로 지내던 시절 한 번, 대통령 후보 시절 한 번, 그리고 퇴임 후 한 번, 그렇게 세 번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그 세 번의 만남 동안 느꼈던 것은 노무현은 누구보다도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와의 만남에서 나는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그의 자살이 낯설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한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대학생 대상 강연회였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무모한 출마를 거듭하던 그는 자신이 왜 ‘낙선의 달인’이 되어야 했는지, 그 의미를 담담하게 전했다. 그때 그의 모습은 ‘아름다운 패배자’의 모습이었다. 강연과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내내 당당했다. 그가 표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그에게서 때로 인생의 패배가 승리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배웠다.
두 번째 만남은 아주 짧았다. 16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당사에 지원 취재를 갔다가 대통령후보실 옆 화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만났다기보다는 잠깐 마주쳤다. 함께 서서 오줌을 누었다. 그 불편한 자세에서 그와 목례를 나누었다. 지지율이 떨어져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환했다. 나중에 LA 노사모를 취재할 무렵 그가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앞자리를 비워두었는데도 뒷자리에 가서 줄을 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진정으로 낮은 곳에 임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봉하마을에서 낮은 곳에 임한 노무현을 보았다
마지막 만남은 봉하마을에서 이루어졌다. 역시 길지 않은 만남이었다. 사저 앞에 도착했을 때, 방문객과 대화를 마친 그는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퇴임 뒤 다시 인기를 회복한 그는 누리꾼에게 ‘노간지’라 불렸다. 이를 시기한 여당 의원과 보수 언론이 그의 사저를 ‘노방궁(노무현+아방궁)’이라며 비꼬았지만, 직접 본 사저는 소박했다.
그날 사람들이 그를 왜 ‘노간지’라고 부르는 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 방문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난 뒤 그는 단체 방문한 요양원 어르신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어르신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기다리던 어르신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하고 그는 조용히 뒷자리에 가서 섰다. 앞자리 가운데에 그의 자리를 비워두었지만 자기 자리를 어르신들의 뒤라고 생각한 그는 뒷줄에 섰다. 고향으로 내려간 그가 진정 낮은 곳으로 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날은 볕이 좋은 가을날이었다. 그날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즉석 투표를 벌이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쌀의 포장 디자인을 골라달라는 것이었다. 참 아름다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을 앞두고 노사모에서 판매하는 봉하오리쌀을 열 봉지나 사서 몇 봉은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다. 그 쌀이 아직 남았나 모르겠다. 남아있으면 그 쌀로 밥 한 그릇 지어 올리고 싶다.
<글을 마치고>
어떤 '독설닷컴' 독자분이 방명록에 '바보 노무현'과 같은 '바보 기자'가 되어달라고 글을 남겨 놓았다.
'바보 기자' '바보 정치인' '바보 연예인' '바보 학자' '바보' '바보' '바보'....
세상에 그런 바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바보 노무현'이 또 한번 우리를 감동시켜주기를 기대해본다.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 설립을 위한
제 2의 희망돼지 운동을 제안합니다
'독설닷컴'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트래픽이 폭발했습니다.
서거 이후 10일 동안 무려 2백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5월23일~25일, 시사IN 공식 블로그 방문자 50만 명 포함)
여기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가 '노무현 민주주의재단'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누리꾼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설립 주체가 생겨서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민주주의재단'이 생겨 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진 진보에 대한 화두에 우리가 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야 우리가 그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민주주의재단'설립을 위해 최근 발생한 광고 수익 100만원을 기부하겠습니다.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저같은 월급쟁이에겐 작은 돈도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정치세력화' 담론이 무성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영원히 죽이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와 별도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무현 정신을 정치적으로 계승할 친노 세력은 정치를 하고
노무현 추모를 할 사람은 '노무현 기념사업회'를 맡고
비친노 성향의 사람들이 노무현의 민주주의 정신을 확장시키는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맡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최장집 명예교수처럼 노무현 생전에는 비판적 입장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신을 인정하는 학자들이 모여서 이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이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에게 진 마음의 빚도 갚을 수 있고요.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희망돼지 시즌2'를 제안합니다.
희망돼지를 모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듯이,
다시 희망돼지를 모아 그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는 것입니다.
다시 불기 시작한 '제2 노풍'을 희망돼지로 승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다시 방관자의 위치로 돌아섰습니다.
그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를 욕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함께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6월21일 노무현 추모콘서트(연세대학교 노천극장)를 열 예정인데,
여기서부터 희망돼지 분양사업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현실적으로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이나 '희망돼지 시즌2'와 관련해 저는 제안자 역할 밖에 못합니다.
희망돼지 운동을 벌일 주체가 필요하고,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설립할 주체가 필요한데,
봉하마을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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