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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뒤늦게 찾아간 봉하마을은 차분했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8.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벌써 16일 째가 되었습니다.
추모 열기가 놀랄만큼 뜨겁게 타오르던 것이 엊그제인데, 
놀랄만큼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세상의 이치겠지요.

봉하마을에 간다간다 하면서 못가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뒤늦게 봉하마을에 다녀온 독자분(닉네임-알바비)이 사진을 보내오셨습니다.
저도 서거 첫날 봉하마을에 다녀온 후 못가본 터라,
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정말 밀물처럼 밀려들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썰렁해졌네요. 
추모객들로 빽빽하던 모습만 봤던 터라
저런 한산한 모습이 익숙하지 않네요.
벌써 잊혀지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무튼 아직 봉하마을에 못 가보신 분들을 위해
알바비님이 찍어 오신 사진을 올립니다.

(주, 제목에 문제제기 하시는 분이 많아 제목 바꿨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조중동이 '악용'하게 놔누면 안 되죠.
'알바비'님은 평일에 다녀와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댓글을 보니 현충일에는 10만여명의 추모객이 오셨다고 하네요.)


봉하마을 입구입니다.
아직 플래카드들이 그대로 있네요.
저기 어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탁했던 '작은 비석'이 서게 됩니다.  


발인날 썼던 만장이 놓여 있네요.
서울 만장과 다른 점은 여기 만장은 깃대가 PVC가 아니라 대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소홀하기 그지없었던 이명박정부의 '전직 대통령 예우'가 다행히 여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네요.


마을회관 옆에 놓인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림입니다.
누군가 기증한 것 같습니다.
시신이 안치되었던 마을회관은 을씨년스럽게 방치되었다고 하더군요.


봉하마을 분향소 모습입니다.
조문객이 줄어 요즘은 한산하다고 합니다.
('알바비'님이 방문한 날이 평일날이라 더 한산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주민들이 붙여 놓은 플래카드입니다.
항간에는 노사모 회원들이 분노해서 조문을 막고 조화를 내동댕이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웃을 잃은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가장 컸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도 이제 농사일에 바쁩니다.
이제 슬픔을 묻어 두고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을 때입니다.
주민들이 자리를 추스리고 나와 농사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내기가 되지 않은 빈 논입니다.
'봉하 오리쌀'이 자라던 곳입니다.
주인 잃은 오리들도 다시 저 논을 가로지르며 놀 것입니다.


임시 가건물에 놓인 핸든폰 충전기들입니다.
사람들이 많았을 때는 저 충전기로도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다들 쉬고 있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쪽으로 난 길에 전시물이 놓여있네요.
수구언론과 뉴라이트 등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서거 직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전시중이네요.


'봉하오리쌀'과 함께 봉하마을의 또 다른 특산품인 '봉하 찰보리빵' 판매점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저 찰보리빵을 한 번도 못 먹어 봤네요.
다음에 가면 한 번 먹어봐야 겠습니다.


마을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뼈 아픈 플래카드입니다.
기자들이 봉하마을에서 수난을 많이 당했습니다.
다 언론이 쌓은 업보 때문일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이 안치되어 있는 정토원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영결식 이후에 봉하마을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정토원에 들렀다 가시는 것 같습니다.
정토원은 저도 아직 못가봤습니다.


정토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설치된 건물입니다.


정토원 내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모습입니다.
원래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인데, '알바비'님이 이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사진을 촬영하셨다며 양해를 부탁했습니다.


정토원 내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전경입니다.


정토원 분향소를 방문하기 위해 추모객들이 정토원 계단을 오르는 모습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토원 분향소 가는 길에 놓인 추모 리본입니다.
'당신의 뜻을 간직하겠습니다. 편히 잠드소서'라고 씌여 있네요.


부엉이바위 가는 길입니다.
지금은 막혀있고 의무경찰이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 길을 건느셔서 우리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 설립을 위한
제 2의 희망돼지 운동을 제안합니다



'독설닷컴'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트래픽이 폭발했습니다.
서거 이후 10일 동안 무려 2백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5월23일~25일, 시사IN 공식 블로그 방문자 50만 명 포함)

여기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가 '노무현 민주주의재단'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누리꾼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설립 주체가 생겨서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민주주의재단'이 생겨 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진 진보에 대한 화두에 우리가 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야 우리가 그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민주주의재단'설립을 위해 최근 발생한 광고 수익 100만원을 기부하겠습니다.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저같은 월급쟁이에겐 작은 돈도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정치세력화' 담론이 무성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영원히 죽이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와 별도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무현 정신을 정치적으로 계승할 친노 세력은 정치를 하고
노무현 추모를 할 사람은 '노무현 기념사업회'를 맡고
비친노 성향의 사람들이 노무현의 민주주의 정신을 확장시키는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맡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최장집 명예교수처럼 노무현 생전에는 비판적 입장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신을 인정하는 학자들이 모여서 이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이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에게 진 마음의 빚도 갚을 수 있고요.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희망돼지 시즌2'를 제안합니다.
희망돼지를 모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듯이,
다시 희망돼지를 모아 그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는 것입니다.
다시 불기 시작한 '제2 노풍'을 희망돼지로 승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다시 방관자의 위치로 돌아섰습니다.
그에게 모든 짐을 맡기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를 욕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함께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6월21일 노무현 추모콘서트(연세대학교 노천극장)를 열 예정인데,
여기서부터 희망돼지 분양사업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현실적으로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이나 '희망돼지 시즌2'와 관련해 저는 제안자 역할 밖에 못합니다.
희망돼지 운동을 벌일 주체가 필요하고,
노무현 민주주의 재단을 설립할 주체가 필요한데,
봉하마을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 의견은 어떠신가요?